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혈의 누 - 김대승(2005)

*미갱님의 [혈의 누], 언저리님의 [혈의 누]에 관련된 글.


집에 가다가 용산 CGV에 가서 본 영화였다. 많이 기대하고 본 영화였는데, 본 후의 감정은 눈과 귀는 아름다움의 잔상이 남았으나, 마음 한 구석은 허탈하고 찜찜했다는 거다.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이 아무리 인간의 염치없음을 드러내려 했다고는 해도 난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면 항상 마음이 무겁다.

 

내 유치한 생각에, 난 인간이란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만약 현재 그러하지 않다면 그것을 바꾸는 것이 교육이나 계몽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난 아직 내 자신이 정신적으로 많이 어리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너무 단순하다고 여겨질 때도 많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신뢰의 시선을 하나 둘씩 접는 것이 사람이 커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저 지금의 나를 유지하는 것도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지성을 사정없이 찔러대던 마을 주민들이 핏비속에서 발악을 하며 자신의 배를 난도질하는 모습과,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혀를 자르는 것을 지켜보던 유지태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콩팥을 날것으로 씹어먹던 신하균의 모습은 아무래도 내 마음 한 구석을 찜찜하게 만든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일지라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