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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2/21
    정보불평등 - 허버트 실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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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5/10/05
    부동산투기와 한국경제 - 김광수경제연구소(20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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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2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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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깨달음 - 박홍규 외 (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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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5/04/14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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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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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5/02/20
    붉은 포대기 - 공선옥(2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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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5/02/01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20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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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5/01/27
    7인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 홍세화 외 6인(2004.6월)(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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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5/01/27
    하얀가면의 제국 - 박노자(2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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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불평등 - 허버트 실러

 

허버트 실러, 정보불평등, 민음사, 2001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정보불평등에 관한 책이다. 특히, 21세기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무장경찰인 미국의 갖가지 사례를 통해 미디어와 독점자본의 결합, 정보의 사유화를 통해 야기되는 정보의 불평등 문제를 하나하나 고찰해 나간다. 저자인 허버트 쉴러는 촘스키와 같은 미국 비주류지식인의 하나로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방향을 전환하여 일생동안 미디어와 권력, 정보의 사유화 현상을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하다 2000년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주장한다. (보수신문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빌면)‘세계의 석학’이 말하는 정보화 시대의 미래라는 청사진은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오늘날 정보에 대한 접근기회는 불평등하며, 그 내용조차 거대기업의 선택과 검열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불평등 현상이 지속된다면 공공을 위한 결정이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이다.


저자는 정보불평등 현상을 현대 미국의 갖가지 사례와 역사를 통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자신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말은 인간이 아닌 기업에 대해서만 진실이다. 미국인들이 공짜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는 이미 상당한 선택 및 왜곡과정을 거친 정보이다. 즉, 기업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조작된 정보라는 것이다.


미국의 미디어 산업은 대부분 민영화되어 있으며, 80년대말부터 급격한 구조조정을 거쳐 거대 미디어 공룡이 탄생함으로써, 신문,방송,연예,광고,출판 등 미디어가 융합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더욱 자극적이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향이다.


구체적으로 1940년이래 50년간 미국의 인구는 대략 2배정도 증가했는데, 개인 소비지출 정도는 약 5배가 상승했다. 이 간극을 메운 것은 급속히 성장한 신용사업과 광고업이다. 오늘날까지 광고산업은 무계획적이지만, 고도로 집중되어 있던 미국 경제가 기업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수단이며, 특수효과와 같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인간의 감각을 더욱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그리고 현재 미국 언론 수입의 3/4은 이들 비대해진 광고업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공공을 위한 정보는 날이 갈수록 그 양과 질이 저하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의료개혁팀이 작업에 착수했을 때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장 기본적인 주별 복지예산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레이건 행정부시절 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의무기록 리스트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1982년 이래로 16만종에 달했던 정부출판물 가운데 25%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에게 위탁되었던 많은 업무들이 진정 국민들을 위해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이렇듯 민영화된 기업이 미디어를 소유하면서 사람들이 공짜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상업화되고 왜곡된 수준에 머무는 반면,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업에 의해  더욱 세분화되고 정리된 수준높은 정보가 제공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사회의 장밋빛 환상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민간기업 경영자, 정책입안자, 그리고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은 민간 기업들의 미디어와 정보산업으로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급기야 정보고속도로라 불리우는 기간통신망 프로젝트까지 민간이 주도하게끔 하고, 주파수라는 천연의 공공재까지(!) 판매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의 세계질서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며 현재 그대로 실행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비관적인 현실속에도 희망이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희망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단지 저자는 억압적 상황이 심화된다면 1870년 파리와 1917년의 러시아와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점잖게 예언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 점은 좋았으나, 그 주장이 너무나 산만하게 나열되어 있다는 점은 옥의 티로 생각된다. 그리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실상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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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와 한국경제 - 김광수경제연구소(2005.3)

 

IMF이후 재경부, 한국은행 등 경제관료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씽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부동산관련 발표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해외에서 학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수많은 경제,경영학자들이 재벌계연구소나 대학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자신의 간판을 파는 것과 달리 자신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한국경제의 위기와 진단을 내놓은지 5년.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나름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에 대한 그의 주장은 최근 정부의 8.31대책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부동산투기와 관련한 그의 주장은 사뭇 진지하다. 공공재인 토지에 대한 투기로 자본이 생산적인 곳으로 투여되지 못하고 거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놓아둘 경우 일본같은 10년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현재의 부동산 가격대에서 20%정도는 거품이 꺼져야 하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한국경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했지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거북한 면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그의 주장의 전제는 자본주의이며, 경쟁력 지상주의이기 때문이다. 쉽게 투전판으로 변질되거나 요동치는 시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적절한 통제나 관리를 주장한다는 면에서는 케인즈주의자로 보이고, 국가경쟁력 및 노동계의 전문성(온건화) 강화를 외친다는 점에서는 민족주의자로 분류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온건한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면 한국사회의 전근대성, 특히 관료집단의 부패와 무능은 그 뿌리가 깊고도 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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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저격수의 고백 - 존 퍼킨스(2004)

 

근래 들어, 재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

1945년생인 저자는 제3세계로 하여금 세계은행, IMF, 국제개발기구 등으로부터 엄청난 차관을 빌리게 한 뒤 파산시킴으로써, 전세계를 미제국의 경제적 영향력 아래 묶을 수 있게끔 만드는 기획자였다. 컨설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라 불리우는 경제저격수...

 

그는 말한다.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미국은 처음에는 경제저격수를 보내고, 그것이 실패하면 진짜 저격수(자칼)을 보내고, 그것마저 실패하면 종국에는 군대를 보내 전쟁을 일으킨다고 말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에쿠아도르, 파나마, 과테말라 등 여러가지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이 업계에 뛰어들 당시(60년대) 경제저격수를 발탁하고 교육하기 위해 국가안보국(NSA)에 의한 교육과 감시망이 필요했으며, 경제저격수들이 일을 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오로지 미국민과 제3세계의 극소수 압제자를 위해서 일해야만 하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에는 경제저격수 양성 프로그램 자체가 필요없어졌다고 한다. 세련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소비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숭배, 자본의 증식을 통한 불로소득을 당연하다고 보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더이상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제전문가들이 판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삶에 비추어 나의 일상을 반추해 보고는 했다. 나는 얼마나 떳떳한가? 부패에 대한 용인, 소비적인 삶, 물질적 풍요에 마음이 혹하고 있는 나의 삶의 방향은 저자처럼 바뀔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 이 글을 옮긴 김현정씨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란다. 그는 도대체 어떤 마음에서 이 책을 번역한 것일까? 속죄의 마음으로? 아니면 돈이 벌릴 것 같은 책이라서? 대체 어느 쪽일까...

 

*참고 : 저자의 홈페이지 www.johnperkin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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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박홍규 외 (2005)

 

알라딘의 화제의 신간에서 찜해두고만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빌려주어서 읽게된 책~!

분량도 그렇고, 특히나 여러 저자들이 짧게 자신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기획된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러명의 저자 중에서 고종석, 박홍규, 박노자씨 얘기가 재미있었고, 조정래, 홍세화편은 쫌 그랬다. 조정래씨는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나랑 많이 다르기도 했고 그가 젊은 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나의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방식과 워낙 흡사해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며, 홍세화씨는 원래 너무 진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밤에 읽어서 그런지 잠이 왔다. -_-zzz

 

대신 외국어와 영어공용화론에 대한 고종석씨의 견해랄지, 자유 자치 자연에 대한 박홍규씨의 갈망, "젊은날의 깨달음"이라는 책의 주제에 대해 모범생같은 정확한 답을 하려고 노력한 박노자씨의 노력이 나로 하여금 마지막 책장까지 넘기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드는 생각은 이 책은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삐까뻔쩍 거창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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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 김동춘

 

안식년(저자는 연구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도 이런 것 좀 있으면 싶다)을 맞은 김동춘 교수가 미국에 살면서 느낀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9.11테러 이후 아프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꼴통 우경화 경향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를 과거 미국의 역사와 정치, 경제, 문화 차원에서 분석하여 가볍게 서술해 나가면서, 바로 미국이야 말로 현대판 제국주의 국가이며 "전쟁"과 "시장"이라는 수단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군홧발을 디뎌야 장사를 하지"라는 말과 같이 "보이지 않는 손도 우월한 군사력이 기반이 되어야 작동한다" 미국은 국내 독점자본의 시장획득요구에 의해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했고,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히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 이후 물질적 풍요는 노동자를 포함한 미국국민들에게 시장근본주의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냉전시대와 광란의 메카시즘을 통해 반공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된다.

 

거대 자본인 이익집단의 로비에 의해서 좌우되는 미국의 정치판, 1당 2분파라고 봐도 별반 다르지 않는 양당제, 극도로 상업적인 언론에 의해 매일마다 세뇌당하는 사람들, 전세계 석유의 40%를 소비하면서도 현재의 소비수준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속물적인 소비지향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 사고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극도의 인종적 편견...

 

내가 읽은 책중에서 미국의 실체를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반미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괜히 책장을 덮곤 했거든.-_-a 책을 읽고 나니 저엉~말 영어공부 하기 싫어진다.

 

[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 ]

 

- "조지 오웰은 제국주의와 식민지지배 문제에 대해 영국의 어떤 지식인들보다 솔직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영국 중간층이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한, 그것은 국가의 식민지 정복과 착취를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 "사실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시장은 결코 강제력의 집약체인 국가 특히 군사력이 없이는 작동하지 않으며, 독점과 강제력이 없는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허구에 불과하다. 미국이 말하는 시장경제란 곧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의 모든 저항세력을 완전히 제압한 상태를 의미한다"

 

- "물질주의와 탐욕이 오늘날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 불평등, 범죄 등 미국병의 근원이라면, 이 내부의 병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 전쟁병이다"

 

- "역사학자 콜코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경쟁적인 자본주의이며, 돈 액수만큼의 민주주의이다. 미국의 의회는 기업인들의 대변자들로 구성된 소비에뜨이다'라고"

 

- "어쩌면 미국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미국을 따라가려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미국인보다 더 노예적일지 모른다. 과도한 물질적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 시장에서 계속 불안한 지위에 놓여 있는 인간은 언제나 억압체계의 공복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예외없이 여러가지 형태의 열등감과 출세욕과 물욕, 자기실현의 야망을 가진 지식인은 독재정권과 파시즘의 가장 손쉬운 먹이감이었다"

 

- "사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소비수준과 행복을 포기하거나 줄일 의사가 없으며 자신이 누리는 부와 여유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자국 내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눌 의사가 없는 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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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 댄 브라운(2004)

 

사무실 동료의 책상에 굴러다니던 책을 정중하게 빌려서(?) 읽었다.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될만큼 흥미롭게 씌여진 책이라 그런지 한번 잡으니 놓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

 

서구 문화에 대한 우월의식과 비밀조직이나 음모론... 이런 부분은 다분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떠한 정치세력이나 종교세력이 정통이라는 권위를 획득하게 되면 그 밖의 것들은 이단이 되고 마귀로 낙인이 찍혀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은 팍팍 와 닿았다.

 

특히나 권위를 획득해 나가던 초기기독교의 역사와 그와 공존하던 수많은 이질문명에 관한 내용은 너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이질문명의 파편들을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볼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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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포대기 - 공선옥(2003)

 

진보넷 누군가의 글에서 공선옥이라는 소설가에 대한 글을 읽고 한번 구해서 읽어봤다. 안 그래도 팍팍한 요즘 나의 삶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더 팍팍해지는 느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응시하는 것은 때로는 힘겨운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답답하고 아프게 짓누른 것 같다.

 

읽다가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만 적어둔다.

 

돈에 대한 기갈증이 없으므로 돈에 대해 정직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엄마, 박영매 말대로 이런 경우에도 돈이 원수일 수도 있는 것이다. 태준에게도 돈만 있었다면, 경자가 고통받는 일 없이 '부도덕하지만 아름다운 사랑', 아무 탈없이 진행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애의 전남편과 태건과 화숙이 그런 것처럼. 돈은 얼마든지 생활과 사랑을 멋지게 분리해준다. 가난한 인간들의 불륜은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불화를 하든, 애정행각을 벌이든, 문제는 그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물질적인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면 대책이 없다

 

다방아가씨한테는 생계가 달린 문제가 희조에게는 무료한 나날 중에 가끔 즐기는 오락이 될 것이다. 희조가 무의식적으로 즐기는 '차 마시는 오락'은 생계가 달린 한 여성으로서는 '자기 존중감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는 걸 희조는 모를 것이다. 태준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경자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걸 태준이 모르듯이

 

그래서 지섭은 이제, 사람은 원래 나쁘거나 좋거나, 원래 밉거나 사랑스럽거나, 하지 않고 대상에 따라 나쁘게 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밉게 굴 수도 사랑스럽게 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매가 기우는 해를 바라보며, "태준이 니가 인생이라고 말해서 하는 말이지만, 인생은 참 힘들고 외롭고 쓸쓸해. 힘들고 외롭고 쓸쓸한 것이 거추장스러워. 하지만 거추장스런 인생도 살다보면 인이 박혀서 그런대로 포근하단다. 정 붙이고 살다보면 살 만한 게 또 인생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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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2002.6)

 

"박노자의 북유럽탐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노르웨이에 머물고 있는 박노자의 눈을 통해 본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의 모습을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사민주의, 복지국가로서의 노르웨이의 모습이 꿈과 같이 그려진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 정치경제적, 성적, 문화적 평등을 실현해가고 있는 노르웨이인들의 모습... 그건 우리로서는 아직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에서 박노자는 노르웨이사회의 암울한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제3세계에 원조라는 이름으로 코딱지만한 원조를 하며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구조적인 위계문제에 대해서는 안티를 걸지 않는 노르웨이사회의 모습. 반전과 비폭력을 외치면서도 대테러전이라는 미명하에 아프간전쟁에 군대를 파견하고, 독재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유전에 투자하여 초과이윤을 착취하는 모습들...

이러한 이야기를 나열한 후 박노자는 도대체 "좌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그는 "기존현실과 질서에 대한 부정과 비판, 개선, 개혁, 혁명의지""현실 순응과 안주"라는 일견 모순적인 답을 내놓는다. 즉, 좌파란 존재하는 억압에 맞서 싸우는 이상주의자들을 일컫는 말이지만, 그들은 또한 체제내화라는 끊임없는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현실에 순응하고 안주해 버리는 순간 그들은 "좌파"라는 본래의 초발심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며, 역사상 좌파의 그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는 거다.

우리가 보는 북유럽의 모습은 경이로우며, 그들은 우리의 모델일지도 모른다. 또한,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우리를 버마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모델로 생각할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의 체제와 관념 때문에 불합리한 억압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항상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 남한사회이든 북유럽사회이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탄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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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 홍세화 외 6인(2004.6월)

 

04년 3월에 있었던 한겨레신문사 주최 강연회 내용을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기획이 괜찮다. 덕담이나 몇마디 내뱉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말도 안되는 토론을 벌이다 시간핑계를 대고 어중간하게 끝내버리는 토론회 내지는 포럼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런 종류의 대담집, 강연회정리집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 퍼슨웹과 같은 인터뷰중심의 글들도 그래서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04년 3월이면 한창 탄핵정국으로 시끄러웠을 때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에 "이 바쁜 와중에도 나와주신 방청객들께 감사드립니다.."등등의 말이 많이 나온다. 연사로 나온 사람들은 박노자, 한홍구, 홍세화, 하종강, 정문태, 오지혜, 팔레스타인에서 온 다우드 쿠탑이라는 언론인 7인이다. 7명의 연사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하종강, 박노자였다.

 

하종강 선생님은 가끔 한겨레21에서 칼럼만 읽었을 뿐 잘 몰랐던 사람이었는데, 노동문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청산유수로 뿜어내던 그의 말을 듣고 놀래버렸다.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너무 맥이 빠져 있었는데 하종강 선생님의 "고통스러울 때는 우리 역사를 긴 호흡으로 지켜보세요.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라는 대목을 읽고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그는 진정 "꾼"인것 같았다. 오~ 하종강아저씨 생긴 것보다 더 멋져요~!

 

참, 사회자 김갑수는 재미있게 강연과 Q&A를 이끌었다는 느낌이 들긴 했으나, 가끔씩 너무 뻘타(?)를 날리는 모습이 퍽 좋지는 않아 보였다. 쇼맨쉽의 과잉인가? 아니면 생각이 조금 짧은건가? 아님 후까시를 너무 잡았나? 암튼 그런 느낌이 복합적으로 들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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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가면의 제국 - 박노자(2003)

 

이 책은 박노자 교수가 "서구중심의 역사를 넘어"라는 주제로 한겨레21에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박노자 교수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서구를 무조건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우월한 체제로 보는 우리의 시각을 뒤집어 버리고, 알게 모르게 스며든 우리의 하얀가면(서구중심적인 시각)을 통렬히 비판한다.

 

사실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과 서양의 문제가 아닌, 근대를 보는 하나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는 근대화라는 자본주의화과정을 먼저 거침으로써 강고한 물질적 힘을 소유한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그 기반을 이루는 것은 인종주의, 우생학, 쇼비니즘과 같은 일견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시각은 반주변부에 속하는 우리에게도 스며들어 있는데, 아류제국주의국가가 제국모국보다 더욱 심한 제국주의적 통치를 자행하는 경향을 놓고 볼 때, 큰 문제라고 할 것이다. 앉은뱅이병에 걸린 태국노동자들, 해일참사뉴스를 보면서 "저 못사는 것들은 뻑하면 몇만명씩 죽어나가지..."라고 웃어넘기던 옆테이블 아저씨들, 이슬람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들...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덧)멀치아 엘리아데가 그런 놈인지 몰랐다. 대학때 '聖과 俗'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암에 대해서도 그렇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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