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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6/06
    수수깡 인간의 비애(5)
    hongsili
  2. 2006/05/26
    손에 손잡고~(1)
    hongsili
  3. 2006/05/17
    휴거 전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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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5/11
    인사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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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5/05
    자학(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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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4/30
    깜짝 선물(1)
    hongsili
  7. 2006/04/21
    잊지 말자(6)
    hongsili
  8. 2006/04/16
    산행 번개(9)
    hongsili
  9. 2006/04/10
    어떤 남매(5)
    hongsili
  10. 2006/04/08
    X 세대
    hongsili

종강!

Por fin!

 

마침내, 에스빠뇰 수업 종강...

 

허나 오호 통재라.... 머리 속엔 남은게 없구나....

 

종강이라고 오늘 먹을거 가져다 놓고 각자 준비해 온 프리젠테이션 하면서 놀았는데,

동급생들의 정성에 완전 감복했음. 남미/스페인 음식들을 준비하자고 했었는데, 세상에 음식을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왔더라. 

나는, 그냥 가는 길에 멕시코 패스트푸드 점에 들러 quesadilla 사가지고 갔는데...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더만...

근데 하여간 음식이 어찌나 맛나던지... 진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

일부는 남아서 집에 싸가지고 왔음... ㅎㅎㅎ

 

발표 중에는,

진짜 프로뮤지션인 남편을 끌고 와서 플라맹고 기타 연주를 시키지 않나

씨디 가져와서 음악 들려주며 탱고 스탭을 갈쳐주지 않나...

평소에도 수수깡의 뻣뻣함을 자랑해오던 나는, 그나마 허리까지 아파서 정말 살아있는 장작개비 스탭을 선보였음. ㅜ.ㅜ

 

원래, 오늘 읽어주려고 마르꼬스 부사령관이 구술한 동화책 La historia de colores (색깔의 이야기, 치아파스의 원주민 설화라고 하더군)를 해석하고 있었는데, 지난 이틀동안 누워있느라 그것도 다 못해서....  할 수 없이 뭘 할까 오늘 고심하다가, 진보넷에 요즘 화제가 된 Donde Voy 를 낭송하고 영어로 해석.... 

어떤 양반들은 빠블로 네루다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는데, 듣기만 해서는 도대체 알아먹을 수가 없더라..... ㅡ.ㅡ

 

강사인 끌라라를 비롯하여, 사람들과 참 재밌게 지냈는데...

음. 좀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 겨우 여기까지만 하고는 마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막막하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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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깡 인간의 비애

어제 머리 감다가  허리를 삐끗 ㅜ.ㅜ

무거운 짐을 들어올린 것도 아니고, 격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과연 나는 수수깡 인간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들어올리기에는 머리가 너무 무거웠던 것일까? (머리 속에 뭐가 들었길래!!!)

음.. 단순 노환(ㅡ.ㅡ)일 수도 있겠군....

 

 

그래도 아침 나절에는 좀 괜찮아서 살살 걸어다녔는데 저녁 무렵부터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몸둘 바를 모르는 지경이 되었더랬다. 

도서관까지 무거운 가방메고 걸어가다보면 허리에 더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집 소파에 앉아서 (하루 종일, 삐딱하게!!!) 텔레비젼 보고 논문 읽는다고 버둥거린 결과로 짐작...

 

오늘 결국 침을 맞았음... ㅠ.ㅠ

평생 안 맞아본 침을 보스턴에서 맞아보게 될 줄이야 어디 상상이나 했으랴....

지금 요상하게 생긴 핫팩을 붙이고 있는데 좀 나아지는 건지 아닌지.... 

 

전형적인 문제 증상도 함께 발병.

평소에는 그리 노닥거리고 설렁설렁하다가,

어디만 아프면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뭘 해보려는 이 오바 정신 말이다... ㅜ.ㅜ

병원에 입원해서 일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를 부르다가,

덜컥 입원하고 나면 바리바리 일  싸들고 들어가서 주변사람들 어이 없게 만들어버리는...

 

수욜날 에스빠뇰 수업 발표도 있고,

원고 교정 볼 것도 있고,

자료 분석할 것도 있는데......

 

애구 허리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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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

우주의 조화란 게 이런 것인가?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던 네 가지 일이

우연히도(?) 같은 마감일자를 갖게 되다니...

 

 

손에 손 잡고 나란히 걸어오는 저 공포의 마감 군단 앞에...

 

나는 그저 할 말을 잃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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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전야

?


와 같은 날씨로다.... 고소한 부침개 먹으면서 공포 영화를 봐야 할 것만 같은... 이리도 우중충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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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만나기로 한 뻐꾸기 선배는 왜 메신저에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졸려 죽겠구만....

 

이메일 정리를 하다 보니 끝맺음 인사말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새삼...

 

* 평범 스탈

 

Sincerely (yours)

Take care

Thank you  - 이건 대개 회람 메일

Best regards

Best - 간단, 무성의 ㅎㅎㅎ

 

* 나름 친근 스탈

 

Have a nice day

Good luck

Hope to see you

Talk to you soon

Look forward to seeing you

See ya - 이건 좀 많이 나간 거지...

In solidarity -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 최근에 알게 된 라틴 아메리카 방식

 

Abraço - 포르투기즈... 영어로 hug 

Estamos en contacto, un abrazo - 이건 에스빠뇰, "계속 연락하자, 허그"

아으.. 이 사람들 정말.... 적응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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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

도대체...

이 덤벙거리고 부주의한 성격은 어떻게 해야 고쳐지나?

 

사람은 안 변하나?

 

사람이 안 변한다면 직업을 바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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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선물

어제 퇴근해서 돌아오니 우편함에, 안내장이 꽂혀 있다.

 

소포가 있는데 수령인이 없어서 다시 들고가니 우체국으로 찾으러 와라.

발송지를 확인해보니 무려  "한국"이었다.

 

궁금해 궁금해...한국에서 올 게 없는디...

 

오늘 아침에 부지런히 우체국으로 찾으러 갔더니만

집배원 아자씨가 오늘 다시 한 번 들고 나갔다고 하길래...

도서관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일하면서 기다렸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점심 나절에 드뎌.. 집배원 아자씨의 벨 소리에 힘찬 화답을 하며 내려가 반갑게 맞았는데... 오호라..... 뜻밖의 선물이다....

 

 

 

 



얼마 전 C 선생님 (이웃 블로거 "사회와 의료") 박사 논문 자료 분석하는 걸 잠깐 도와드렸는데.. 세상에나, 보답이라면서 한국에서 여기까지 선물을 보내신게다. 

황량한 인간성으로 난형난제하는 내 주변 인간들을 보건데... 이건 참으로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닐 수 없구나...

 

잠깐 생각해보니...

그거 분석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는 C 샘의 질문에 "영업비밀" 운운 하며 답을 회피했는데... 아마도 무척이나 힘들게, 혹은 오랜 시간에 걸려서 한 것으로 오해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진짜 금방 끝냈는데...그렇게 이야기하긴 좀 머쓱하잖아...ㅡ.ㅡ

 

우쨌든.. 선물 받으니까 기분 좋다. 그것도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ㅎㅎㅎ

 

샘... 고마워요...

(돌아가면 맛난 거 사주신다는 약속도 꼭 기억하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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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허겁지겁 쫓기던 작업을 하나 끝내고 나니 파도와 같은 피로가 몰려오는구나...ㅠ.ㅠ 멍하니... 모니터를 보며 앉아 있다가 문득 떠오른 약속, 혹은 기약들... 꼭 기억하고 있어야지. 1. 조건부 미래 지향, 애매모호형 * K 샘은 뉴욕 센트럴 파크에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땅만 풀리면, 경치좋은 해변에 "해양연구소"를 하나 설립해서 나를 전임 연구원으로 뽑아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월급은 2백만원 정도 보장해줄 것이며, 프로젝트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다만 "노조" 같은 거 결성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당근 그러겠다고 해야지. 푸훗.... -.-+ * 지인 N은 배만 들어오면, 나에게 무려 세 그릇의 감자탕을 사주겠다고 했다. 다만, 배가 북경(???)에서 출발한다니 수륙양용?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기다려보련다. 감자탕에 대한 로망.... 근데, 내가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그 배(?)가 출발하기는 할까? 2. 근접 미래, 상당 구체형 *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대전에 머무를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뭐 지하철 뚫렸다니 걱정을 좀 덜기는 했지만), 가져온 옷들도 이제 다 낡아서 돌아가면 입을 옷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고... 걱정을 늘어놓았더니만 지인 M 이 이 중 하나를 사주겠단다. 과연??? 설마 개집, 자동차 프라모델 이런 건 아니겠지? 내가 언제 그런 약속했냐고 잡아 떼기만 해봐라. 황천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J 샘은 최근에 장만하신(?) 교외 저택에 내가 맘껏 놀러와도, 심지어 거기 살아도 된다고 하셨다. 음하하하..... 진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지... 나중에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녀?" 하면서 싫은 내색하셔도 그냥 계속 밀고나가야지! * 그 밖에 여러 사람들(이를테면 당장 기억에 떠오르는 Y 샘)이 이메일 말미에 "돌아오면 제가 밥 한 번 살께요" 인사말을 남기고는 했다. (앗, 진보블로거 행인도 밥 한끼 사준다는 약속을 했었고, 참세상 편집장님도 짜장면 사준다는 인사말을 한 적 있다) 그남/그녀들은 어쩌면 가볍게 던지는 형식적 인사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일단 약속은 약속 아닌가? 꼼꼼하게 기억해두었다가, 땅끝까지라도 다 찾아가련다.... 마음의 준비들을 하시라!!! ------------ 정리하고 나니까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지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우려도 되는군. 혹시 내가 이런 류의 "호언장담"을 한 건 없을까?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만일 있다면, 부디, 사람들이 잊어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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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번개

이웃 블로거 토끼님이 어제 갑자기 산행 번개를 공지하셨다.

 

봄도 오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그녀에게 중년의 위기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점심 무렵,

집안 공사를 해야한다는 남편을 몰래 따돌리고,

나를 픽업하러 나타나셨다.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받으셨다는 최신형 GPS 네비게이터와 ,

그를 능가하는 친절함과 유연성을 갖춘 인간 네비게이터  홍실이의 도움으로

Middlesex Fells Reservation 이라는 유원지를 찾아갔다.

 

입구에서 무려 5불짜리 상세지도를 구입하여 트레일을 시작했는데...

정상의 높이가 무려 해발...

 



 

 

 

75 미터!!! 였다.

 

그나마 있던 호연지기 완전 소진하고 돌아왔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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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매

어제 오랜만에 엄마랑 채팅을 하는데...

엄마가 "얘, 그래도 말이다........" 하면서 전해준 이야기.

 

조카 생일이라고 식구들이 다 모였는데...

"김씨 집안의 유일한 인간"인 효경이가 제 아빠한테 따지더란다.

 

"아빠는 고모가 보고싶지도 않아?"

 

 



"너는 동생 우재가 어디 가면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지"

"아빠도 마찬가지야"

 

이 말에, 울 엄마가 나름 감동받으신 게다. 

아니, 그럼 애가 그러구 물어보는데 뭐라고 답하라구...

평소 우리끼리 대화하던 그대로  "그 인간이 뭐 보구 싶냐?" 이래 버리면 효경이는 아마 울어버리고 말걸?

 

 

우리는 어려서부터 너무(!) 싸워서 엄마가 아주 속상해 죽으려고 했다.

한번은 엄마가 빨랫줄로 둘이 마주본 상태에서 묶어놓은 적도 있었다.

붙여놨으니, 어디 원없이 실컷 싸워보라구.... ㅜ.ㅜ

 

왜 싸웠나 생각해보면...

 

한 절반은 먹는 거 때문에.. 오빠가 꼭 내 걸 뺏어먹었다. 이를테면 엄마가 쫄면을 해줬는데 매워서 물 마시러 간 사이에 쫄면에 얹힌 엑기스-삶은 달걀을 홀랑 집어간다거나, 하드 같은거 먹으면서 텔레비에 정신 팔려 있는데 뭉텅 베어먹구 도망간다거나.... 아주 만행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면 반드시 우주대전쟁이 벌어지고, 마지막은 엄마의 파리채 혹은 구두주걱, 심지어 빨래 중이던 걸레 (이걸로 맞는게 제일 아프다. 철썩~하고 몸에 감기는 느낌...ㅡ.ㅡ)가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끝이 나고는 했다.

그 밖에는... 시작을 알 수없는 사소한 괴롭힘들이 도를 더해가면서 파국을 낳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누워서 책보다가 발로 툭툭 치면서 귤 좀 집어줘. 그러면 알았어... 친절하게 답하면서 얼굴에 정통으로 던져 맞추기...한번은 오빠가 전화거는 옆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데, 고만 하라고 해서 안 하니까 콧구멍을 찔러서 쌍코피가 난 적도 있다.  

 

뭔가 심각한 갈등, 이런 거 가지고는 별로 싸워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아, 오빠가 군입대 영장이 나온 다음 맨날 술퍼마시고 다니면서 엄마아빠한테 하도 말을 막 하길래 싸운 적이 있구나....

진짜 대판 말다툼을 벌이고 입대하는 날까지 둘이 말을 안 했다. 거의 50일 넘게....

결국 오빠는 가버리고, 집에 있던 나만 엄마한테 죽도록 야단 맞았다. 한 삼박사일 동안 욕을 먹었던 거 같다. 억울했어... ㅡ.ㅡ

 

엄마는 우리가 싸울 때마다 항상...

엄마 아빠 죽고 나면 하늘 아래 너희 남매 둘인데, 어쩜 그렇게 싸우니. 내가 죽어도 눈을 못 감겠다......

그러면 둘이 이구동성으로.. "걱정 마세요"

"나보구 걱정 말고 얼릉 죽기나 하란 소리냐?"

"아니, 그게 아니구.... ㅡ.ㅡ;;;"

이럴 때는 맘이 어찌나 잘 맞던지...

 

근데,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봐도 엄마의 불만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대학 가서 알바를 해서 첨으로 비디오를 장만했는데...

주말이면 둘이 SF 영화를 한 뭉치씩 빌려다 보곤 했다.

완전 진지 모드로 앉아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하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쩜, 너네는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영화들을 좋다고 시시덕거리며 보고 있냐?"

"아니, 저게 왜 말이 안 돼?" 궁시렁궁시렁...

그 심도 깊은 대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 중간 쯤...

내가 "저 여자 (레이첼)도 레플리컨트 아닐까?" 물었더니

오빠 왈... "맞아, 틀림 없어"

"어, 어떻게 알았어?"

"저 여자 코를 좀 봐. 인간의 코가 저렇게 오똑할 수 있겠냐? 틀림없이 사이보그야"

배우 숀 영의 코가 오똑하기는 했다. ㅠ.ㅠ

 

아, 참.. 원래 쓰려던 이야기는...

오빠한테 애틋한 마음을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딱 한 번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가?)

 

오빠가 대입시에 실패하던 해는 그러지 않아도 빌빌대던 집안 경제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아빠의 병세가 급작스럽게 위중해지는 바람에 오랜 동안 일자리를 가질 수없었고 뭐 이래저래.... ㅡ.ㅡ

그래서 오빠는 재수를 꿈도 못 꾸고 그냥 작은 직장에 다니다가 군입대를 했다.

 

근데...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한번은 면회를 갔는데.. (의정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승용차도 없고... 면회길이 그야말로 천리길이었다. ㅜ.ㅜ)

오빠가 용돈을 주더라. 

당시 군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에게 연초비를 지급해주었는데, 

그걸 모아서 내 용돈을 마련한 것이었다.

액수는 기억이 잘 안난다. 2만원? 3만원? 

 

얼마나 오랜 동안 모았던 것일까?

 

사실... 그 때는 오빠의 애틋한 정에 감동했다기보다, 이렇게 궁상맞게 살아야하는 우리 가족의 인생이 더 구슬프게 느껴졌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면회를 갔을 때는 나도 주머니에 제법 돈이 있었고, 피엑스에 데려가서 호기롭게 "너 먹구 싶은 거 다 골라..." 했더니만... 오빠가 마니커 닭발 (이런게 있는줄도 몰랐다. ㅎㅎㅎ)을 고르는 거 보구 완전 충격 받은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편식도 심하고 입도 엄청 짧았는데... 그런 인간이 닭발이라니...ㅡ.ㅡ

문득 안 되었다는 생각이 울컥....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보살펴주는 오빠와 오빠를 존경(?)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가부장적으로 억압하는 오빠와 이에 괴로워하는 여동생 사이도 아니고...

다른 집 남매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름 유대와 연대(무엇에 대한?)의 관계가 아니었었나 싶다.

 

그러고보니, 그토록 많은 싸움 중에서도 오빠는 "여자애가~" 이런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물론 장남 운운 하는 소리를 한 적도 한 번도 없다.

울 엄마는 맨날 결정적인 순간에 이 말을 해서 나를 폭발시키곤 했는데 말이지.

봉변을 당할 것이 두려워 의식적으로 회피한 것인지, 뼛 속 깊이 젠더 감수성을 갖추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바 없으나 어쨌든 지금 보니 참으로 대견한 일이로구나...

 

근데 심각한 거는...

오빠는 물론 다른 가족들도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든다는 거다.... 

뭐 가서 보면 되는 거지....

"보고 싶다"는 감정이 뭔지를 까먹은 건 아닐까?

내가 사이보그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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