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시인 송경동에게 ‘희망버스 기획자’라는 꼬리표가 달렸습니다. 희.망.버.스.기.획.자. 

 
2003년이던가요. 민주노총이 사무실이 있던 동네, 영등포경찰서장이라는 작자가 잇따른 노동자들의 분신을 두고 “거기 위쪽에서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망발을 내뱉은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뒤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을 투쟁 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며 비수를 꽂았구요.
 
그 보다 앞선 1991년, 명지대 1학년 생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죽고. 이후 학생, 노동자,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잇따라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홍이란 자가 나타나 “죽음을 선동하고 이용하려는 반생명적인 죽음의 세력, 어둠의 세력이 존재한다.”며 ‘분신 배후설’을 퍼뜨렸습니다. 심지어 제비뽑기를 해서 분신순서를 정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들도 들려왔구요. 김지하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후배들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했습니다. 연세대 김동길 교수는 “배후조종한 선배들에 이끌려 시위 도중 도망가다 맞아 죽은 것일 뿐”이라며 철없는 학생의 하찮은 죽음으로 내몰았지요.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이 의심되는 미국 산 쇠고를 수입하려는 정부에 항의하던 촛불시위가 탄핵 요구로까지 번지자. 2MB이 친히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파악해 보고하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서경석 목사는 “지도부를 구성하는 대책회의 인사들이 좌파이기 때문에 변질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도 없는 걱정까지 하고 나섰는데요.  때맞춰 황색 언론들이 ‘촛불 배후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거짓 선동에 순수한 청소년들이 이용당한 것”이라며 말이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기 전, 기.획.자. 송경동 시인은 <작은책>에서 주최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구나 다 자기 시의 현장을 찾게 되죠.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은 꽃과 자연만을 찾아다니잖아요. 왜 그러냐면 자기 시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다니는 거예요..... (중략) ..... 자기 문학의 현장은 자기가 선택하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런 현장, 그런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사는 동안 내 문학이 나올 거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시인보다 전문 시위꾼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삶과 예술에서 언제나 권리를 박탈당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 편에 섰으며, 수탈당하는 사람들의 진보적 투쟁(<케테 콜비츠, 천재 여류판화가의 사랑과 분노의 자화상>, 실천문학사, 2000. p.21)’을 그려냈던 케테 콜비츠는 1922년 어느 날, 에르나 크뤼거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편지로 보냈습니다.
 
“요 다음번에는 더 작은 작품들만 할 생각이다. 국제 노동조합 총연맹으로부터 전쟁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 일을 생각하면 나는 즐거워진다. 어떤 목적을 지닌 작품은 순수한 예술일 수 없다고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작업할 수 있는 한 나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같은 책, p.82)
 
검찰이 붙인 건지, 보수 언론들이 덧씌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왜 그 기.획.자.라는 말이 자꾸만 맴도는 것일까요. 기.획.자. 시를 쓰기 위해 크레인을 찾아간 시인 송경동. 역사도 그를 기.획.자.로 기억할까요.

 

혜화 경찰서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앤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앤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증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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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1 14:56 2011/08/11 14:56
사용자 삽입 이미지해방 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투쟁은 참으로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테러와 암살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수백만 명이 죽어야만 했던 참혹한 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독립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도 합니다. 아니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 말마따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처절한 과정”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이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물레와 다 헤진 삼베옷으로 상징되는 사람. ‘비폭력’과 ‘평화’를 외쳤던 사람. 소금행진과 단식으로 몸소 실천을 해나갔던 사람. 바로 간디입니다.
 
인도 역시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 된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구와 같은 산업주의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를 세워 근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지요. 물론 서구 산업주의 혹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얘기한 사람들도 있었구요. 이때 간디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을 제시하고 나섰는데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간디와 마주하게 됩니다.
 
․ 자급자족: 모든 국가는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도를 취해야 한다. 이것만이 시장과 음식과 천연자원을 무한정 요구하고 그 결과로 전쟁도발의 위협을 언제고 내재시키는 긴장과 자극을 최소한도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 지역사회: 국가생활의 기초단위는 마을이나 시장이 있는 면과 같은 작은 지역사회라야 한다. 사람들이 지방 경제생활의 조직과 깊이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 지방적이고 활발한 그런 사회 내에서만 진정한 정치적, 경제적 자유와 개인적 의무가 있을 수 있다.
 
․ 과학: 과학은 작은 부락 사회 내에 있는 작은 산업단위나 길드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기구나 기계를 고안하고 제작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의무와 창조적인 기회 그리고 협동이 모든 마을 사람들의 권리가 되고 최대한도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교육: 그러한 사회를 건설하려면 명상과 예배를 포함하여 서로 관련이 있는 가치를 분별 평가하고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방법, 즉 삶을 사는 태도까지 가르쳐 주는 교육을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pp.111-112
 
<사회혁명가 간디 Gandhi Bible>는 1987년에 초판이 나온 오래된 책입니다. 우리 사회에 간디를 소개하는 책으로는 꽤나 오래된 것인데요. 간디가 옥중에서 아슈람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Bible이라는 영제(英題)에서 알 수 있듯 사상과 철학, 행동, 실천이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또 몇 가지에 불과한 조건이지만, 위에서 얘기한. 인도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 것인가, 라는 고민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들을 이해하자면.
 
간디에게 ‘사회주의자’이니 혹은 ‘민족주의자’이니 하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니 간디의 사상과 철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드러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간디를 이해하는데 있어 좋은 길잡이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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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13:03 2011/08/04 13:03

1.

김흥국이 1인 시위에 이어 삭발까지 했답니다. 너무나 부당하다는 것인데요. 가만 보고 있으려니 너무 외롭게 싸우는 것 같습니다. 구원군이라고는 정몽준, 이 한 사람인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 양반은 되레 짐을 지우는 꼴이라. 차라리 뒤에서 코치나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뻔. 하긴 축구공으로 끈끈이 맺어진 우정이 오죽이야 하겠습니까. 절친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요.
 
뭐, 정몽준이야 그렇다 쳐도, 대선에서 2MB 지지 선언까지 했는데. 우리 보수우익 ‘동지’들 코빼기도 볼 수 없으니, 참 이상합니다. 하다못해 조.중.동도 잠잠하고. 기껏 늘 뻘 소리로 일관하는 모, 모 인사들이나 지들끼리 모여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문화권력’ 운운하고만 있으니 말입니다. 이정도 사건이면 ‘가스통’이라도 굴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헌데 ‘불똥’이 딴 데로 튀었습니다. 이제 김여진을 방송에서 보기 어렵게 됐거든요. 진작부터 이런 걸 만들려는 속셈이었겠지만. 때는 이때다, 일명 ‘김흥국 사태’를 이용해 사규로 ‘소셜테이너’의 방송 출연을 금지 시키겠다고 나섰으니.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정치.사상의 자유를 일개 사규로 막겠다는 것도 웃지 못 할 코미디이긴 하지만. 이 무슨 웃긴 ‘형평성’인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제 발등 찍는 짓거리밖에 되지 않는, 그 방송국 노동조합의 입장은 대체 뭐랍니까.
 
록그룹 YB밴드 보컬 윤도현은 모 방송국 인터뷰에서 록이 무어냐는 질문에 ‘저항’이란 말 대신 ‘에너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나가수’ 출연 이전 지난 2, 3년간이 그에게 ‘록’을 ‘에너지’로 바꾸게 한 것인데요. 어느 한 순간 모든 방송에서 사라져야 했던 YB가 돌아와 “광고주분들 때문에 부담”까지 갖게 되면서 할 수 있는 말이란. 그래, 딱 저만큼이구나 싶어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미선.효순 추모 집회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윤밴이 맞나 싶었거든요.
 
2.
그룹 U2는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헌정하는 곡을 썼습니다. 빈곤, 인권과 같은 사회문제에 늘 비판적인 가사로 노래를 만들던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U2는 이 노래로 인해 각종 인종차별단체, 특히나 KKK로부터 많은 협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선 보노를 죽이겠다는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Pride를 연주하면 죽이겠다.’ 그러나 U2는 끝내 그 노래를 부릅니다. 보노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안 베이시스트 아담이 연주를 하는 내내 방패막이로 선 채 말이지요. U2의 리더 보노는 2010년 4번째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2006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왔습니다. 당시 미국 내 보수진영들은 차베스를 일컬어 ‘라틴의 후세인’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차베스가 뉴욕에 도착했을 때 정작 욕을 먹은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손수 뉴욕 빈민가를 안내하고 베네수엘라 민중과 미국 빈민의 연대를 얘기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흔치 않게 등장하는 흑인 배우. 이전에도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를 목표로 한 세계사회포럼에도 모습을 나타내 미국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난한 적도 있고,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미국 내 흑인들의 단체인 ‘트랜스아프리카포럼TransAfrica Forum’의 의장을 맡았던. 바로 대니 글로버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3.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초대로 에스타디오 나시오날(국립경기장)에서 시낭송회를 가졌습니다. 일찍이 칠레 공산당원으로 상원의원까지 지냈고,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공화국의 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을 때엔 반파시스의 전선에서 평화와 반전을 외치는 시를 쓰며 예술가들을 하나로 묶어냈던 그에게는 이 낭송회가 마지막 시낭송회가 됐는데요. 잔혹한 반공독재자 피노체트가 쿠테타를 일으킨 직후, 칠레 민중의 손으로 세운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가 전복된 뒤이지요.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겁니다.
 
미국 CIA의 후광을 뒤에 업고 대통령궁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을 퍼부었던 피노체트는 칠레의 좌파 시인인 이 네루다의 장례식이 공개적으로 치러지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칠레 민중들은 통행금지를 어기고 거리로 나섰고, 결국 네루다의 장례식은 독재정권에 대한 최초의 항거가 됐습니다. 이에 피노체트는 발파라이소의 네루다 자택과 시신이 안치된 산티아고의 자택을 약탈하고 파괴합니다.
 
4. 
2011년, ‘개콘’만도 못한 이 웃긴 일들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 자들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직업이랍시고 ‘정치인’이라고 하는 이들과 ‘권력’을 가진, ‘권력’ 주위에 서성이는 자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틈만 나면 “정치란 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건데 말이지”라며 거들먹거리고 싶은데.
 
‘네 까짓 게 뭘 안다가 그런 소리야’
‘노동조합이, 노동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교사, 공무원은 공복이므로 명령에 복종해야지’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공공연하게 말해선 안 돼’
 
라며 훈계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이젠 알아서들 편을 갈라 입 닥치고 있으니. 아니 물어뜯고 할퀴고 싸우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하지만 교사도 공무원도, 노동자도, 개그맨도, 가수도, ‘정치인’도, 화가도, 시인도, 모두 사람입니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고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가 누구를 억압할 권리나 의무가 없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 ‘정치인’과 ‘권력자’들이라는 자들은 늘 그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양 행세하고 있는 겁니다. 
 
뭔 일만 있다하면 외국에서는 어쩌구저쩌구, 미국에선 말이지요, 하면서 또 어쩌구저쩌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외국의 예를 들먹이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남들이 그렇다고 우리도 꼭 그래야 하는 법도 없고. 남들이 A라고 하는 걸 우리는 B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물론 ‘보편’이라는 잣대도 있는 것이고, 그 잣대란 걸 들이대면 이처럼 꼭 들어맞긴 하지만 말입니다.
 
호랑나비는 다시 날아올라 마이크 앞에 서야겠습니다. 김여진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또 <시선집중>에서 봤으면 좋겠구요, 윤도현은 ‘나가수’말고도 다른 음악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됐으면 합니다. 아, 김제동, 김미화, 김부선, 또 누가 있지요? 다들 어서어서 제자리를 찾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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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6 14:53 2011/07/16 14:53
1. 
추기경이 기어이 일을 내고야 말았더군요. “주교단이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며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으니. 천주교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가 지난 3월에 발표한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을 완전히 뒤엎은 겁니다. 게다가 정 추기경은 “4대강 문제는 토목 공사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문제지 종교인들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했고, “4대강이 올바로 개발되느냐 안 되느냐는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허 참, 이 정도면 이거 주교회의가 제 일도 아닌 일에 나선 셈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괜한 짓거리를 한 꼴인가요.  
 
2. 
자승 총무원장의 발걸음은 갈之자입니다. 애당초 4대강 반대에 앞장선 봉은사 명진 스님을 내쫓기 위해 ‘좌파’라는 딱지를 꺼내든 한나라당에는 입도 뻥긋 못하다가. 아니 G20을 앞두고 결국엔 쫓아냈지요. 그리고서는 예산안 날치기 때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삭감되자 정부, 여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냈는데요. 일부에서 돈 갖고 장난치니까 이제와 뒷북친다는 말에 또 발끈. 불교계의 정부, 여당 규탄이 예산 삭감 때문이 아니라 4대강 강행을 위해 국민과 소통을 포기하고 서민예산을 모두 삭감한 데 따른 것이라 뒤늦게 해명하고 나섰는데요. 아무리 봐도 이건, 술에 취한 사람이 제 갈 길을 바로 가지 못하고 이쪽으로 한걸음 저쪽으로 한걸음, 꼭 그 모습 아닙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오늘날 생태학적 위기는 지역적이면서 지구적이란 점에서 문제의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합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로 인해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구요. 그렇지만 계속되는 지구환경의 붕괴 또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를 보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반면 위기의 극복을 과학기술에 의존한다는 건. 인류라는 종(種)이 무한한 물질문명을 추구함으로써 푸른 지구별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지요.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유대교, 자이나교 등등의 세계 종교들은 확실히, 자연관을 형성하고 자연 속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시각들을 창조하는 수단이 되어 왔음(p.7)에 틀림없다는 점을 인정하다면. 생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할 것 역시 인정해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환경 위기, 생태 위기를 반성적으로 지적하고 해석하는 목소리들 가운데 종교 전통들이 가지는 울림은 단연코 크고 넓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 종교철학들이 비록 물질문명과 함께 커왔으나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과 세계관을 형성해오기도 했으니까요.
 
민들레책방에서 펴낸, 메이 리블린 터커와 존 A. 그림이 엮은 <세계관과 생태학: 종교, 철학, 그리고 환경>은 다양한 종교적, 문화적 전통들, 세계관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에 대한, 지구에 대한 생태학적 윤리의 더욱 폭넓은 해석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전통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생태학적 시각-에코페미니즘, 과정철학, 근본 생태론, 생태 지리학-들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을 짚어내는 열정 또한 보여줍니다. 다양한 전통적 세계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녹색의 시각을 소개하면서도. 근대 계몽주의의 심성을 넘어서야만 이 지구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원칙을, 아니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고집스레 얘기하면서 말입니다.
 
4. 
지난해 5월,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대한 성공회 서울교구장, 원불교 중앙교구 교구장, 한국 기독교교회 협의회 회장,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 “가장 선한 것은 강물입니다”라며 4대강 사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자장 선하고 뭇 생명의 근원인 강의 마음을 생각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정말 어떤 방식이 이 강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 모두를 살리는 길인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검토하고 연구해 줄 것을 제안’했지요. 하지만 2MB 정부는 지금까지 이 제안에 대해 검토, 연구는커녕 모르쇠,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날치기로 응대했습니다. 누가 봐도 댐일 보(堡) 건설만 해도 벌써 공정률이 70%를 넘었고,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들어가는 예산안을 재작년에 작년에도 날치기 처리를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추기경은 주교회의 결정사항을 제 맘대로 해석하고, 아니 왜곡하고 나섰고. 총무원장은 한나라당과 2MB 정부에게 눈에 가시 같은 사람이었던 명진 스님을 내쳤으니. 아무래도 이 책, <세계관과 생태학>은 누구보다 먼저 추기경과 총무원장이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야 자승 스님의 갈之자 걸음도, 정진석 신부의 교언영색(巧言令色)도 바로잡힐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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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5 14:09 2011/02/05 14:09

사용자 삽입 이미지1. 

네스또 파즈(Nastor Paz)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 하루 전날이자 체 게바라가 죽은 지 꼭 3년이 되는 날인 1970년 10월 8일에 숨을 거둡니다. ELN(볼리비아 민족해방군: Ejercito de Liberacin Nacional)의 멤버로 떼오폰떼(Teoponte) 지역 게릴라 운동에 참가해 약 석 달간 투쟁을 하다 마리아포(Mariapo) 강둑 위에서 굶어 죽은 겁니다. “모든 진정한 혁명가들은 무장 투쟁이야말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까밀로 또레즈(콜롬비아인 사제, 사회학자, 대학 교목인 또레즈는 콜롬비아 민족 해방군이었으며 정부군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파즈는 까밀로 또레즈의 모범과 글로부터 깊은 충격을 받았지요.)의 말을 새기며 길을 떠난 파즈는 조그맣고 까만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떼오폰떼 전투 기간 내내 일지를 썼는데요. 다음은 프란치스꼬가 쓴 전투일지 중 하나입니다.
 
8월 1일
오늘이 바로 ‘그 날’1)이 아닌가요. 공주여, 또 다시 맞는 이 기쁜 날, 특별한 사랑으로 당신을 생각하게 되오. 당신을 사랑하오.
이틀 전까지는 아주 어려운 날이 두 번 있었소. 적군과 두 번의 유리한 접전을 벌였소. 그러나 나의 전반적인 사고방식을 바꾸어야만 했소. 아마 그것은 폭력, 임무 수행, 투쟁의 의미, 희생의 가치, 우리 부대의 효율성 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근저에 맴돌고 있는 당신의 부재에 관계된 것일 거요.
그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비통에 잠기게 되오. 그렇지만 나는 성장했소. ‘옛 사람’의 모델을 버리고 그것을 ‘새로운 인간’의 모델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소. 모든 성장은 고통을 의미하오. 이것이 내가 느꼈던 바이오. 이 일들이 주님의 길이라고 해도 성장은 역시 확실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오늘은 더 평화롭고 평온한 상태이오.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결의를 다짐해 보았소.
첫째, 나는 승리 아니면 죽을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 할 것이오.
둘째, 이 길이야말로 역사가 진전하는 길이며, 지금 다른 길은 없소.
셋째, 그렇다면, 특히 까밀로 또레즈의 예언자적 역할을 기억한다면 이것이 바로 크리스챤의 길이오.
넷째, 여기에 있음으로써 나는 보다 더 온전히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이오. 왜냐하면 우리 삶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오.
나는 다시 한 번 당신을 생각하면서, 무다 가르시아(Muda Garcia)에서의 파티들, 모터사이클, 일요일 아침들, 우리의 첫 키스, 함께 지낸 모든 행복한 순간들-그리고 슬펐던 일들도 떠올려 보오. 이 모든 일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소. 왜냐하면 그 생각이 나로 하여금 당신 곁에 있고 싶도록 만들기 때문이오. 그러나 어쩔 수 없소.
모든 일은 잘 되어 가고 있소. 가장 어려운 고비는 이미 지나갔소. 전망은 밝소. 그리고 단지 우리의 결점과 나약함만이 극복된다면 그 전망은 계속될 것이오. 이 첫 석 달이 결정적인 시기요. 앞으로 모든 일이 보다 잘 되리라 생각하오. 충만함과 믿음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소.
자, 이제 당신을 떠나야 하오. 사랑하오. 아, 그런데 십자가가 달린 모자와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라는 말이 새겨진 손수건을 잃어버렸소. 새 것을 만들어 주지 않겠소?
 
2. 
손병휘의 3번째 앨범 ‘촛불의 바다’는 ‘전쟁과 평화’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라크, 체첸, 보스니아 등 지구촌 분쟁 지역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디언 수우족의 추장, 인도의 시성 타고르 등의 입을 빌어 평화를 노래하고 있지요. 이 앨범에는 첫 곡으로 <모든 것, 그리고>이 있는데요. 네스또 파즈의 동지이자 연인인 쎄시2)가 떠나는 파즈에게 수놓아 준 손수건에 써 있는 글귀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8월 1일 전투일지에 바로 그 얘기가 있습니다. 
 
<모든 것, 그리고>
조금 오래 전 어느 저녁 공원벤치에 앉아있을 때
그 위로 빛나던 하늘의 별빛 그 보다 더 빛나던
너의 눈동자 그 입술만큼 지금도 널 사랑할 수 있을까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그 만큼 오래 전 어느 한 낮 종로거리에 서 있었을 때
그 아스팔트 뜨겁던 태양 그 보다 더 빛나던
너의 그 눈동자 억센 두 팔 만큼
지금도 그렇게 달려갈 수 있을까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조금 오래 전 어느 새벽 가슴 벅찬 가슴 나누었을 때
동트는 여명 한줄기 햇살 그 보다 더 빛나던
너의 그 눈동자 굳센 미소만큼
지금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3.
네스또 파즈의 일지는 87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것도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고릴라’부대3)와 대적하기 위해 항상 긴장을 해야만 하기에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도 무척 얇고 또 그만큼 가볍지요. 하지만 파즈의 일지를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다 보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동지를 위해 죽는 것”이라는 파즈의 마지막 시구에서, 인간 존재의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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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 파즈의 Universidad de San Andres에서 네스또와 쎄시가 처음 만난 날인 8월 1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네스또는 거기에서 의학을 그리고 쎄시는 생화학을 공부하고 있었지요.
 

2) 쎄실리아는 뒤에 반제르(Banzer) 체제 하에서 학생 전투원과 광부들이 탄압받고 있을 때 ELN의 지하 집회장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다 볼리비아 정부군의 포격으로 인해 죽게 됩니다

 

3) ‘고릴라 Gorilla’는 진압군인 정부군대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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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17:52 2011/01/07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