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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몇 번이라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mp3 (3.96 MB) 다운받기]
조합사무실에 중앙회의하러 가는 길이 그때는 왜이리 힘들었을까?
이런저런 타당한 이유들을 들어가며 너무나 자기 주장들을 내세울때는
속으로 회의내내 피곤하였다.
사실 우리지부 한달간 이렇게 살았습니다. 하는 얘기를 들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 그만인 것을. 그때는 뭐가 그리 심각했을까?
어디서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던 우리 어머니,아버지, 우리 동지들인데
무슨 옳고 그름이 그리 많았을까? 모두가 격려가 필요했는데.
미국 선거를 보며 한때 동지였지만 타락한 지도부를 교체했던 험난한 과정들이
문득 떠오른다. 함께했던 지도부지만 경선에 불리해지니까 온갖 비방에,
조합가입서와 재정관련 모든 조합문서를 파쇄해 버리고는 백악관 인계를 위해
육군의 힘을 빌리듯 조합사무실을 열쇠공의 힘을 빌어 따고 들어가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새 지도부가 인수 받을 아무것도, 아무런 문서조가리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고는 이후로 분열만을 남겼던 일.
그 후로 사퇴한 전임 지도부를 따라 뒤에서 욕하며 조합을 떠나가버린
몇몇 슬픈 동지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고는 나는 조합원을 대표하는
차기 지도부가 우뚝 서도록 노동조합을 지키다가 몇년후 개인사정으로
회사자체를 아예 떠나 버렸다.
오늘 문득 몹시도 그리워 떠나온 조합홈페이지를 찾아가 소식지를 읽는다.
그리운 얼굴들, 여전한 최근 투쟁 사진들을 반갑게 들춰본다. 내가 있을때보다
더욱 상황은 안좋아졌다. 사복투쟁, 피켓시위를 통해 비정규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사진을 훔쳐봤다. 그렇다, 어디가서 큰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당당하게 살아내고 계시고 있다.
나는 떠나왔고 그들은 남았다. 떠나온 이들 중 몇몇은 기질상? 홀로 여전히
악과 싸움중이며 노동운동가로, 어머니로, 아버지로, 노동자로, 공익제보자로
남았다.
회사에 남은 우리 비정규 동지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인간을 향해 정규직을
쟁취하며 좌충우돌 살아가고 있다.
오늘 당당한 그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다. 두런두런 소소한 얘길 나누고만 싶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 잊혀졌고, 그들을 위해 나는 잊혀져야만 한다. 나는 회사를
옮기며 시험을 통해 다행히 정규직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우리 모두
노동자로서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내가.
"아니.. 돌봄교실 오늘 다 파업하는데 왜 안가셨어요?"
ps. 오늘 청국장 띄우려 지푸라기를 주우러 인근 논에 가서 볏짚 한단을 주어오다 주인아주머니께 혼쭐이 났다. 흰 비니루에 동그랗게 말려서 지푸라기 한단을 주워오는 것도 무척 힘들었지만 이건 분명히 절도다. 앞으로 벼농사를 짓던지 야생벼를 한단 베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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