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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결과적으로 학교 뒷편 울타리에 40여년된 측백나무 120여그루를 벼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300여만원하는 벌목 계약까지 끝난 상태에서 차일피일 미뤄지다 교장이 결국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답니다. 교장도 중단하면 중단하는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나무에 걸리는 것은 인터넷 선이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핑계였습니다. 물론 그는 나무에 닿고 있는건 인터넷 선이란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절 문화예술계를 떠나 공장엘 다니고 있는 전직 광대인 고교 후배를 만났습니다.
".. 멀쩡한 나무 120그루를 벼버린데. 리모델링 해놓은 학교 건물이 가려져서 안보인데"
"형.. 뭐 그런 새끼가 있어? 거기 시장쪽 뒷편 울타리 나무 얘기하는겨?"
"응"
" 야.. 완전 돌은놈이네. 형 내가 민원 제대로 한번 넣어줄게. 나무를 전지할 수도 있는건데 벌목하고 근사미까지 쳐서 뿌리까지 죽이겠다고?"
"응. 그래서 다른 학교로 뜰려그려"
"형 기다려봐 내일 10시쯤? 언론사에도 알리고 ㅇㅇ국회의원 사무실에도 알린다고 교육청에 전화할테니까."
"그려.. 고마워"
같은 시민합창단이였던 교육관련 활동가님을 뒷풀이 자리서 만났습니다.
"나무를 벼버린데서 딴 학교로 갈려 그래유"
"... 내가 알아버렸으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 그게 무슨 나무예요?"
"펜스옆 울타리로 심어놓은 4~50년된 측백나무 120그루예요. 측백나무는 차 소리도 막아주고, 미세먼지저감에 좋은 나무고 학교 풍경이 달라지는 일인데 말이 통하질 않아요."
환경운동 하는 활동가 누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공 장소에 심어놓은 30년 넘은 나무를 제거하거나 이식할때는 ㅇㅇ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야한다 라는 조례를 맨들었으면 좋겠어요. 기관장 말 한마디면 수십년 수백년 된 나무도 소리소문없이 벼버리니까요. 최근 전주 냇가 나무들 같이요. "
지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20년이다 30년이다 40년이다 기한을 둬버리면 그 전에 잘라버릴거 같습니다. 마치 2년 넘으면 정규직 시켜줄게 하는 비정규직법 같이요. 2년 안에 다 짤라버리 듯이요. 그래서 애초부터 기한을 정함이 없는 정규직을 채용하면 되듯이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에 심어놓은 모든 나무를 비거나 옮기려면 ㅇㅇ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게 맞겠습니다. 안지키면 산림법처럼 7년 이하 징역.
나무 볐다가 잘못된 사람 한두명 본게 아니다 라고 학교서 떠들고 퇴근하고는 여기저기서 쏙닥쏙닥 떠들기만 했는데 결국 나무를 지켜낸 것 같이 되어버렸습닌다. (나무는 그 누군가가 역시 벼버릴 여지가 있습니다.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예전에 우리 노조 위원장님이 이도저도 안되면 모여서 수다라도 떨자 라고 했지만.. 쑥닥쑥닥 떠드는 힘이 이렇게 큰지 새삼 실감하였습니다.
이렇게 쑥닥거리고 다닐즈음.. 학교에 느닷없이 고라니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학교가 있는 동네에 30여년 살았지만 근처 산도 없고 이런 도심에 무슨 고라니냐며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진짜로 1m 가량되는 마른 고라니 한마리가 가끔씩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귀신같이 사라졌습니다. 안달이 난 교장은 잡아서 내보낼 생각에 신고를 종용했습니다.
"시청서는 다친 동물만 구조를 한며 그마져도 인력에 여력이 없다 하고 119 선생님들은 10여명이 오셨지만 고라니를 못찾고 그냥 돌아가셨습니다. 고라니는 초식동물이고 사람만보면 혼비백산 도망을 치니 학생들에게 해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고라니가 숨어있는 곳을 알고 있었지만 얘기하지 않고 급식소에서 채소 다듬은 걸 얻어다 밥과 물을 주고 있습니다. 상수도가 터져서 물이 새어나오는 곳에 땅을 파고 마사를 덮어 샘물을 하나 맨들어주었습니다. (상수도 옹달샘? 사진은 다음에)
<고라니 밥과 물. 다음날 보니 밥은 아주 조금 먹고 물을 많이 먹었습니다. 콩장같은 고라니 똥이 보입니다>
<고라니는 브로콜리나 향이 나는 미나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라니가 학교 반대편 화단 뽕잎을 다 뜯어먹었습니다. 망초나 잡초 꽃대도 먹습니다>
이렇게 고라니가 출몰하고 있을때 학생들은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학생들 소풍은 버스를 대절해서 멀리 갑니다. 한참을 걸어가서 도시락 까먹고 보물찾기 같은걸 하지는 않습니다. 소풍을 함께 따라가셨던 늘봄선생님이 다음날부터 180도 다른 사람이 되셨습니다. 교실서 계속 업드려 있는가 하면 교장한테 달려가 따지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다 하고 횡설수설. 한 곳을 5초 이상 응시하지 못합니다. 불안하고 격앙되어 있어 만나는 사름 그 누구와도 싸우려듭니다. 생전 처음보는 방과후 선생님도 늘봄선생님을 만나서 울고 가셨습니다. 전에는 절대로 이런 분이 아니였습니다.
건강연구소장님께 문의하니 조현병 초기 증상같다며 얼른 치료를 받아야한답니다. 그게 뭐냐고 여쭤보니 보통은 젊어서(18~25세?) 발현하는데 망상이나 환청이 동반되어 주변인과 다투게되고 주의력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상태랍니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도 불렀다 하고요. 우리나라 100명중 한명 꼴로 발병하는 흔한 병이지만 최초 발병시 보통은 가족들이 잘 모르거나 좀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하며 병을 키운다 합니다. 이 병은 당뇨병과 같이 완치되지 않지만 약을 먹으며 조절하며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쉬쉬하며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을 키운다 합니다. 대부분 좀 괜찮아지면 약을 끊고 어눌한 상태로 일상을 살아가는데.. 살아가다 힘들고 몸이 약해지면 다시 재발하는데 그러면 뇌신경이 손상되어 약을 먹어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된다 합니다.
조현병은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병입니다. 최초 발병시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료하며 그 후로는 얼마나 '관리'를 하며 살아가느냐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나 없나의 갈림길이 됩니다. 보통은 스스로 환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관리가 힘든 병입니다. 발병 원인은 현대의학으로 밝혀진건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장기 극심한 스트레스로 생각의 뇌기관이 굳어진 상태에서 뇌가 성장하여 생각의 길이 어긋나는 것? 마치 영화의 영가시 같이 잘못된 생각을 지배하는 미생물이 대장에 자리잡는 것? (대장의 미생물과 정신건강은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는 것으로 압니다. 신선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듯이요.) 으로 생각되지만 뭐때메 그렇다고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태인거죠.
아무튼 조현병은 발병시 죽을때까지 관리하며 장애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누군가가 관리를 잘 하는지 (약을 잘 먹는지) 옆에서 지켜봐줘야하고요. 이 장애인들은 숨죽여 지냅니다. 마치 한센병 환자 같다고 할까요? 어디 갈데도 없고 그냥 보통은 숨어지냅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모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치료받을 병원을 찾는 것도 비장애인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 가족들에게 버림 받습니다. 가족들은 우리 가족중에 그런 정신병자가 있다는 걸 숨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병이 깊어지면 밥을 먹거나 대소변을 가리는 것 조차 어려운 상태가 되고 어떨땐 한 평생 병원에서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되죠. 이 병은 발병 즉시 사회적으로 죽은, 뇌사상태가 되는 질병입니다.
건강연구소장님께서 부탁한대로.. 늘봄선생님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학교때도 휴학하셨고, 임용이 쉬운 곳에서 초등선생님을 하다 병이 재발해서인지 그만 두셨다합니다. 그리고는 계약직으로 늘봄선생님으로 오신거지요. 지나가다보면 평소 무척 열심히 하시고 늘봄선생님이 되신걸 좋아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선생님들 아무도 신경써 달지않는 교실앞 해당반 소개 액자도 정성스레 만들어 놓으셨고요. 그런데 혼자사시는 40대 중반의 여선생님 가족에게 '늘봄선생님이 뭐에 충격을 받으셨는지 좀 쉬시는게 필요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전할 길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생각나는게 우리학교 유일한 친구같으신 전교조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졸업한 학생들이 찾아와서는 꼭 인사드리고 가는 선생님입니다.
"늘봄선생님이 제가 보기엔 조현병 초기 같아요. 초기에 치료를 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혼자 사시고 더 진행되면 한평생 병원에서 사셔야 됩니다. 선생님이 가족들에게 쉬는게 필요할거 같다는 연락해주세요"
".. 제가 전화한다면 저를 잡아먹으려 할거예요. 교감이 아는 사람이라던데 얘기한번 해볼게요. 근데 최초 발병은 아니겠죠?"
"쉬어야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가족들은 알거예요. 젊어서 발병하는데.. 힘들면 다시 재발하고,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뇌신경이 더 망가져 한평생 병원에 사셔야할거예요. 그러니 빨리 가족에게 연락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드리는거예요"
" 음.."
"직장서 그 정도는 해줘야한다고 생각해요."
"알았어요. 근데 정말 조현병 초기일까요?"
"예.. 저는 주변에 그런 사람 많이 봤어요."
"네"
늘봄선생님은 병가를 내셨고 어머니와 함께 학교를 오셔서, 어머니는 그만둬라 늘봄선생님은 계속 다니겠다 하고 가셨다합니다. 전교조선생님께는 다시 여쭤보진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가족에게 아픈상태가 연락이 된겁니다. 치료는 가족과 늘봄선생님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 그러나 예전같이 제가 노조지부장이었고 늘봄선생님이 조합원이었다면 저는 교장을 갈궈서 늘봄선생님이 병가내고 치료받고 복직하도록 싸움을 하였겠지요.
아니 어떻게 정신병을 가진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냐고요? 음.. 물론 보조자기 있어야하겠죠. 그러나 나도 아프면 짤리는게 아니라 저렇게 병가를 내고 치료받고 복직해서 노동을 이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동료 교직원들의 안도감, 그리고 학생들도 정신장애를 가진 선생님께 배웠다면 선생님도 장애를 가질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며 그 친구들은 앞으로 자라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겠지요. 그러면 하종강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회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거 아닌가요? 그리고는 지부장은 아픈 늘봄선생님이 약을 잘 드시고 계시는지 가족에게 가끔 전화도 하고 학교서 장애를 가진 선생님으로서 바로 서실수 있게 멀찌감치서 계속해서 바라봤을 겁니다. 혹시 망상에 힘들어하시지는 않는지요. 누군가는 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내 가족일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예전 우리 조상들이 농경시절 살았던 삶의 자세라 생각합니다.
장애도 힘들지만 정신장애는 아예 바늘만큼도 설자리가 없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누군가를 만나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삶을 살다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나타난 고라니를 보며 신비를 느낍니다. 근처에 산도 없을 뿐더러 수백미터 옆 냇가도 큰길을 몇개를 건너야 학교엘 올 수 있죠. 냇가 상류나 하류 근처에 혹시 산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측백나무서 짹잭거리던 새소리를 듣고 학교로 찾아온건 분명합니다. 울타리 측백나무에 새둥지가 많이 있습니다. 새들의 본거지. 새들이 화단에 동그란 자욱을 내며 모래 목욕을 하고 가버립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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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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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네요. 나무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고라니, 조현병까지. 재미있게 읽었다고 얘기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참으로 알찬 얘기들이었습니다. 조현병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요. 세상에 대해 1mm쯤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부가 정보
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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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