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5호>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강령을 부관참시하다!

 

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강령을 부관참시하다!

 
민주노동당은 6월 19일 정책 당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강령을 개정했다.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가장 많은 논란이 되었으나,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바꾸었고, 소수자의 문제 역시 ‘적극적인 투쟁’을 해야 하는 것에서 ‘인권향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주노동당의 강령 개정안 전체를 통해서 ‘투쟁’은 ‘노력’으로 바뀌었고, ‘주체’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있는 줄  모르는 정도로 파묻혀 있던 ‘사회주의’ 강령은 관속에서 끄집어내어져서 삭제되었다. 따라서 이번의 강령 개정은 민주노동당의 우경화가 굳어졌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게 다 의회주의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의 우경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회주의이다. 국회에 안정적으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그 어떤 투쟁도 내다 버릴 수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민주당과 연합하여 국회에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노동자들에게 자살과 굴종을 강요하고, 이라크 인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세력과 연합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의회주의가 갖는 무서움이고, 사회주의 강령 삭제로 촉발된 민주노동당의 우경화에 대한 비판이 절대로 의회주의를 우회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이 강령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회주의 강령 삭제를 두고 민주노동당 내부에 논란이 많다. 특히 각급 노조의 전현직 위원장들이 나서서 날선 발언을 하고 있다. “굳이 이 강령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라는 소심한 질문성 항의에서부터, “그냥 놔둬서 뭐가 문제가 되는가?”라는 자조적 반성으로까지 발언은 이어진다. 이미 관속에 들어가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며, 당의 활동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왜 굳이 건드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후퇴된 강령의 복원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토론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렇다면 거꾸로 이들은 “굳이 왜 이 강령을 남기려 하는가?”
 
죽은 사회주의 강령과 이를 지키는 진시황의 8천 병마
 
민주노동당 내부의 논란 중에서 사회주의 강령이 지금의 정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하는 의견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자본주의를 뛰어넘어야만 노동자가 살 수 있고, 자본주의의 폐해를 뛰어넘는 사회주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그것을 실천으로 정책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요구가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천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또 사회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강령에서 삭제하는 것은 노동계급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현재 자본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강령 삭제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으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진정 사회주의자였단 말인가?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한다는 강령이 관속에 못박혀 있을 때에는 사회주의 강령 자체에 대한 언급마저 금기시하다가, 부관참시를 위해 관뚜껑의 봉인이 열렸을 때에야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항변하는 이들은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배치한 8천명의 진흙병사와 같다.
 
결론은 사회주의가 옳다는 것이고, 의회주의는 안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는 의회주의에 사로잡힌 탓이고, 이 때문에 투쟁을 포기하고 노동자들을 주체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정치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오랜 우경화의 결과 민노당의 사회주의 강령 삭제는 강령삭제 반대자들의 말처럼 분명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이상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거꾸로 사회주의 강령 삭제에 반대하며, 사회주의가 옳다고 발언하는 이들의 주장은 갑작스럽고 이상한 일로 여겨진다. 민주노동당의 우경화에 한몫 단단히 한 그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도 숨어있는 진실은 존재하는 법이다. 그 진실은 이들 사회주의를 희화화하는 자들의 눈에도 자본주의의 위기는 심각한 상태이며, 오직 사회주의만이 답이라는 것, 그리고 의회주의는 바로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하는 이들처럼 자본가에게 영혼을 팔고 추악한 정치놀음만을 일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역설이다.
 
이문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