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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6호> 김재주 분회장의 고공철탑투쟁 승리에 부쳐

김재주 분회장의 고공철탑투쟁 승리에 부쳐

 

 

2013년 1월 4일 새벽 4시, 전주 천일교통 택시노동자 김재주는 영하 17도의 강추위사용자 삽입 이미지를 뚫고 40미터 철탑에 올랐다. 겨울의 칼바람에 흔들리는 철탑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외로움. 모든 것이 악조건이였다. 하지만 김재주 동지는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의 강제퇴거가처분 결정에 따른 법원의 강제집행에 옥쇄 투쟁으로 맞섰다. 무엇이 그를 목숨을 담보로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인가?

 

 

왜 투쟁할 수밖에 없는가?
 

지금 택시 노동현장에는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징계와 해고가 난무하고 있다. 2012년에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에 한해서 35명의 택시노동자들이 해고가 되었다. 심지어 노동자들이 노동청의 부당해고 판정을 통해 복직하자마자, 다시 해고하기까지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택시 사업장에는 수 십 년간 오직 ‘어용노조’만이 존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사업주들은 눈엣가시인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철저하게 파괴하고자 한다. 당연시해왔던 온갖 불법적 임금착취의 수단을 빼앗기지 않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금 자본가들은 민주노조가 건설된 택시사업장에 어용노조를 만들고 있으며, 폭력과 회유, 협박을 통해 민주노조를 소수 노조로 만들고 있다. 택시노동자는 하루 최소 12시간을 일한다. 최저임금제조차 적용되지 않아 기본급은 10년이 넘도록 60여 만 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2009년 7월, 택시최저임금제가 실시되었고, 이제는 택시노동자도 최소한의 임금이 보장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택시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지급에 따른 임금인상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짧게는 하루 12시간(1일 2교대)에서 16시간(1일 하루 차)씩 일하는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산정 노동시간을 5시간, 6시간으로 줄여버렸다.
또한, 택시노동자들이 택시사업주에게 납입하는 ‘사납금’을 하루 1만6천원까지 인상시켜버렸다. 즉, 최저임금제 도입에 따른 임금인상은 10여 만 원에 그치고 오히려 사납금은 어용노조와 합작하여 30여 만 원을 올려버렸다. 그 결과 택시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위해 도입된 최저임금제가 실시된 이후,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인상되기는커녕 오히려 삭감되었다.
택시 자본과 그 하수인인 어용노조는, 그렇지 않아도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택시노동자들에게, 월 20여만원의 임금삭감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해왔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어용노조를 박차고 나와 민주노조를 만들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해 택시 사업주들은 민주노조에 대해 폭력과 탄압으로 일관해왔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도, 노동법도,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 택시노동자 김재주는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탄압에 투쟁으로 답하다
 

투쟁이 시작하고 한달여가 지나면서 전주시청의 속내는 그대로 드러났다. 행정대집행이란 명목으로 무려 20일 동안 5차례의 행정 폭력을 자행했고, 농성장을 초토화해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행정폭력 직후 반나절도 되지 않아 또다시 농성장을 만들기를 반복하였다.
해결의 중심에 있는 전주시청, 노동부가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고공 철탑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의 연대의 힘은 새로운 투쟁의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연맹,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총 투쟁으로 확산되었고 연대와 집중된 투쟁의 힘은 결국 악질적인 택시자본가와 자본과 철저하게 유착하고 있는 행정관청을 항복하도록 만들었다.
69일간의 철탑투쟁!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기본권인 단결권을 인정받는데, 민주노조를 인정하고 노조 사무실을 제공한다는 합의서를 획득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민주노조 건설의 전진기지를 우리는 투쟁으로 당당히 쟁취했다.
이제 시작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법의 시행 이후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는 민주노조를 지켜내는 방어적 투쟁에서 현장을 조직하는 공세적인 투쟁으로의 전환이다. 어용노조를 박살내고 민주노조 건설의 그길로!

 

고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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