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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6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그 이후의 모습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자연스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역대 정부에서는 몇 차례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화려한 이름의 일부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행해 왔다. 이를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공약했고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해고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결국 대량해고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월 15일 기준으로 벌써 총 6,475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되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조사에서 누락된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실제 계약해지 인원은 1만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노동자들 42명도 별다른 사유 없이 계약해지 되었으며, 경북대 칠곡병원 노동자들도 일부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고 일부는 해고되었다. 취약계층을 방문해 상담과 진료를 하는 방문건강관리사도 전국 2,700명 중에서 300명이 쫓겨난 상황이다.

 

 

예산에 갇힌 무기계약직 전환,
뻔한 결과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는커녕 비정규직들이 쫓겨나는 것은 필연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이에 따른 전환비용을 검토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기계약직을 포함하여 임금 총액을 묶어놓은 총액인건비제도와, 비정규직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점수를 받는 경영평가제도 등 정규직 숫자를 늘리지 못하게 한 제도를 그대로 두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하니, 각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 해고로 정규직화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무기계약 전환’이다. 노동자들의 직무를 분리해서 직군분리형 무기계약으로 만드는 것인데, 무기계약직의 경우 겉으로는 정규직이기 때문에 차별시정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임금과 노동조건이 여전히 열악한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들에게는 차별적 처우를 금지해야 하고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다. 그런데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교사들은 차별시정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오히려 차별적인 처우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한
각종 편법


그나마 무기계약 전환이되기 위해서는 상시업무에 2년이상 근무해야 한다. 공공기관들은 ‘상시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단기계약직이나 프로젝트형 고용형태를 만들고 있다. 국립공원 정원사들을 계절적 업무라고 취급하여 무기계약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정원사의 일이 겨울에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공공연구소에 있는 노동자들도 상시고용 형태가 아니라 연구프로젝트별로 고용하고 임금도 프로젝트별로 지급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노동자들이 해고된 자리에는 단기계약직 채용 공고가 나왔다. 2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또한 기간제 노동자들이 해고될 경우 업무의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기관들은 노동자들을 교체사용하기도 한다. 해고된 학교 비정규직들은 다시 다른 학교에 채용되도록 하여 서로 자리를 바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설령 일부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게 되더라도 그 중 일부는 반드시 해고하여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통제에 순응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칠곡 경북대병원의 해고는 그래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규직화를 피해가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외주화 대책 없는
비정규직 대책은 허구다!


더 심각한 것은 기간제 노동자들을 외주로 전환하는 것이다.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는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합리적인 외주화’ 기준을 선정했다. 주변업무는 외주화하되,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전문기술·장비가 필요하거나, 단시간인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를 고려해서 외주화가 필요한 경우, 임금처우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맞추기 어려운 경우, 민간부문과 경쟁시킬 수 있는 경우 등을 합리적인 외주화 사례로 들어서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지금 공공부문에는 정규직 공무원 숫자보다 훨씬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주 혹은 민간위탁의 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효율성·전문성이라는 명분아래 민간위탁·외주화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 및 방침이 폐기되지 않는 한 비정규 대책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투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권리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노동자들을 비용으로 간주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이 남아있는 이상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는 허구적인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야기할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계기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고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해고를 막는 것에서부터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정규직전환 계획이 있다 해도 노동자들이 그 사이에 해고되거나 해고를 빌미로 통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해법일 수 없다. 상시업무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분명하게 하되, 현재 벌어지는 공공부문 해고를 즉각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까지 일체의 해고를 하지 말 것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동지들, 칠곡 경북대병원 해고자들의 싸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정규직 전환에 앞선 해고의 금지를 선언함으로써 공공부문에서 해고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투쟁의 결합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별개의 문제일 수 없다. 민영화를 위해서 비용절감을 외치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통제에 순응하게 만들고, 외주화를 통해서 민영화의 전단계를 밟아나가는 방식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비정규직들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들에게 이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의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해고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함께 만날 때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를 사회적으로 확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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