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 집들이를 일찍 마치고 어제 집회에 나갔다.
경찰 차벽으로 완전히 통제된 광화문 4거리. 무수한 사람들이 종각쪽에서 광화문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들 돌아와서 광화문 우체국앞 대로에서 차벽을 앞에두고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놀거나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거나 차벽에 피켓을 장식하는 등 제각각 무언가를 하면서 거리를 점거하고 있었다. 두번째 달, 길바닥 평화행동 사람들..이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공감의 울림들은 기분좋게 퍼져나갔고 아주 즐거웠다.

잠시뒤, 경찰이 차벽 뒤에서 나타나 조여오기 시작했다.
이때 지난번 집회때 보다 훨씬 많이 등장한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이 집회에서 항상들어서 거슬렸던 이쯤 되면 나오는 어김없는 외침,
 "여자분들 뒤로 빠져주세요. 위험합니다. 다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여자분들은 빠져주세요"

예비군들은 조직적으로 1조 2조 조도 나누어서 나왔나보다.
아무튼 그들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붙잡으면서 뒤로 나가란다.
아 , 이게 무슨 소리야. 순식간에 대오는 해산되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모두 연행됩니다. 그러면 내일은 누가 여기나옵니까?" 라는 소리를 지르면서
해산을 종용했다. 다*께가 없으니까 이제 예비군이냐.
경찰이 해산하라고 하면 바로 해산하려면 우리는 왜 거리를 점거했나.
아무튼 나는 거부하고 왜 당신들이 나가라 마라 하냐. 나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라고 한뒤 계속 있었다.  그러다 ,,, 경찰이 밀고 들어와 인도쪽으로 밀리게 되었는데, 갑자기 경찰이 사람을 밀고 때리고 있어서 "하지마! 그만해!"하면서 악다귀를 썼고. 그 와중에 어디선가 나타난 예비군 " 그만하세요. 흥분하지 마세요. 여자분 나가세요." 라고 하면서 내앞을 가로막고 나를 밀쳐 냈다.
너무 황당해서 "내가 알아서 해요. " 라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
"언니, 흥분하지 마세요. 언니 보호할려고 하는거잖아요"
"누가 누굴 보호해요? 나는 내가 보호할수 있어요."
"흥분하지 마세요. 그러다 다른 사람이 다치니까 하는 말이에요. 당신때문에 누구 다치면 책임질수 있어요?"
"싸우지 마세요."
"고생하신 분들입니다. 보호하려고 그러는거에요."

나는 어쨌든 밖으로 들려 나왔고. 배제 당했다. 그 기분은 정말...
"난 갈래.자기 권력을 왜 저들에게 양도하는거야!"

분해서 눈물이 다났다.


왜 여기까지 나왔다고 생각하는거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려고 나왔는데 스스로의 힘을 강요에 의해 포기하고 뒷전으로 피해야하는거지? 여자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 나를 딱 하나 "여자"라는 틀로만 가둬 버리면서!
난 누구의 도움도 안받겠다는 게 아닌데. 그건 내가 결정하고 내가 할일이며 서로 협의하고 공감하면서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하는데..그런 기회조차 빼앗아 버리는 웃기는 짓이라는것 그것을 왜 모르는거지?


그러다 인도를 배회하면서 구경꾼이 되어버린 것을 참을수 없어서, 다시 인도 아래에 내려갔다. 사실 인도 바로 코 앞이라 뭐가 다를게 없지만 그것 나에게 큰 차이였다. 소모적으로 전경과 싸우러들어간것도 아니고 내 선택에 의해서 움직이고 싶었다. 누구에 의해서든 그게 전경이든 국가든 예비군이든 그 누구에게도 명령받지 않고 내가 서있고 싶은 곳에 서있기 위해서 나는 그 집회에 나간거였거든. 그 시간까지 소리 지르고 있었던거거든.

근데 또 전경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작은 실갱이가 생겼다. 그러다 왠 남자가 또 오병을 밀쳐내고 (오병은 전경이 밀어서 밀리지 않으려고 밀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아저씨 밀지 마세요" 하더니 내 옆에 섰다. 그러고는 하는 말 . " 여자분 나가세요." 그리고 승욱에게 " 남자분이시죠? 저랑 스크럼짭시다"  나를 사이에 두고 이딴 소리 하고 있다 , 나는 "그냥 저랑 짜요. 저 안나가요. 왜 나가라고 해요?" 라고 했더니 "버틸 수 있겠어요" 하면서 하는 수 없이 나랑 스크럼을 짜더라. 그러더니 전화때려주신다 "예, 여기 예비군 몇명 보내주세요"  뜨악.


예비군 - 군대 -국가 -남성 이들이 전경과 시민 사이에서 시민을 지휘하고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는것은 결국 그틀에 들어가지 못하는 소수자들은  절대 스스로를 지키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저항할수 없음을 인정하는 꼴이된다.사실 이 집회 판에는 여러가지 배제의 정치가 슬슬 작동하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인, 아이, 외국인, ....

예비군들의 협조로 집회는 해산되었고,사람들은 바로 옆의 청계천으로 갔다.
예비군들은 청계천에 모여 스스로의 행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목소리들을 높이고 있었다.


30일 오후 5시 8분 추가
이부분은 팩트라기보다 어제 저의 (분함에 의한) 주관적 인식(객관적 인식이니 팩트가 존재하냐 안하냐는 떠나서)이라는 점에서 지웁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이야기 할것을 생각 하지 않고 썼기때문에.. 앞에서 부터 읽어보고 왜 어떤 사람들은 이 글을 비난이라고 볼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하고 좋은 논의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게 아닐까 하고 지우는 겁니다. 


이에 대해 어떤 대항 액션을 준비해야 할 거 같다.
그냥 나가서는 나는 집회를 즐길 수 없다.
뭘하면 좋을까? 재미있는거 생각해보자.

5월 30일 오후 7시 추가
어떤 분 블로그에 "유성"이라는 분이 덧글 남기신건데 퍼와서 붙여 놓습니다.
저도 "제 몸은 제가 지킨다" 라는 의미가 나혼자 할수 있다 도움은 필요없다는 뜻이 아니었음을 덧글에서 여러번 밝혔지만, 이미 덧글은 잘 보기도 힘들고, 뭐 원글에서 잘 전달될 만큼 풍부하게 이야기 된것은 아닌거 같아요. 아마도 제가 "제가 알아서 합니다"가 아니라 "아니요. 그냥 저는 여기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라고 다르게 말했다면 다를수도 있었겠죠. 예비군들의 진심문제랑은 다른겁니다.제가 그들의 진심을 폄훼하는것도 아니구요. 실제로 저것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호, 사수-이 그들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는 순간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아무튼 유성이라는 분이 쓰신 덧글 퍼옴니다.

유성님 덧글
사수대의 역할은 경찰의 압력으로부터 집회 공간을 지켜내는 것이겠지요?

어 제 인도로 경찰이 밀고 들어올때 예비군 아저씨들은, 다른 사람들은 연행되지 않도록 자기들이 앞에서 시간을 벌테니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빨리 빠지라고 화내면서 소리지르더군요. -_-; 별로 그 자리를 사수할 생각도 없던 사람들이 "보호"를 가장하여 정작 그 곳을 사수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밀어낸 겁니다. 결국 경찰은 10여명 되는 예비군 아저씨들 슬슬 밀어내면서 아주 손쉽게 인도를 점령했지요.

"완장"찬 사람 없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할 거 없이 달라 붙어 완강하게 우리의 공간을 지켜내려 저항했던 도로진출 첫날의 박력과 끈질김과는 극과 극의 대조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이날 정말 애먹었죠. 이날의 사람들은 왜 그 공간을 그렇게나 완강하게 지키려고 했을까요?

사수대가 필요하냐 아니냐, 혹은 폭력이냐 비폭력이냐 보다는 "어떤" 사수대고 "어떤" 폭력/비폭력이냐가 중요하다고 보이네요. 위계가 있는 공간보다, 평등하고 "서로 돌보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원문 주소 :http://blog.jinbo.net/commun/?pi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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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14:32 2008/05/30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