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밍이 구워서 강정 지킴이들에게 보내온 빵 한 조각

평화가 무엇이냐 2014/10/03 00: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그냥 참기로 한다. 강정마을에는 페북과 언론 기사, 단체톡방에 올라오는 소식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생기와 흐름과 움직임들이 있다. 이것들을 다 짜맞춰봐도 그 총합을 훌쩍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힘이랄까.

 

무밍이 빵을 구워서 강정 지킴이들 먹으라고 제주 내려오는 박석진 님 편에 보내왔다. 덕분에 지킴이들이 회의 하면서 둘러앉아 이 빵을 모두 조금씩 뜯어먹었다. 나도 아주 약간 남은 이 딱딱하고 부드러운 빵을 뜯어먹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가끔씩 통밀가루로 반죽해서 굽는 빵과 맛이 너무 비슷해서였다ㅋㅋ 무밍도 내가 굽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몇 가지 재료들을 넣고, 섞고, 부풀기를 기다렸다가, 모양을 잡아내고, 잘 예열된 오븐에 구웠을 생각을 하니, 그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지킴이 회의에서는 잠깐 방문하신 어떤 분이 지킴이들 하나씩 먹으라고/마시라고 후원금을 주고 가셔서 불가리스 요구르트를 이 빵과 같이 나눠 먹었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은 저항하는 공동체가 아니면 다른 곳에선 느끼기 힘든 정일 것이다.

참, 박석진 님을 비롯해 이른바 화약(저지)팀 친구들은 항소심 재판에서 일방교통방해 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한다. 1심에서 3백만원씩 벌금을 받은 건이 항소심에서 전원 무죄가 났다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다들 박수를 보내주었다. 애초에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다. 아시겠지만, 일반교통방해죄는 도로를 파괴한다든가 집채만한 콘크리트로 도로 한가운데 바리케이트를 친다든가 해서 아예 차가 다닐 수 없도록 하는 형법 상의 중죄인데, 사람들이 도로에 연좌했다고 해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명백하게 드러났다.

 

들꽃은 요즘 사회봉사를 다닌다. 강간을 몇번씩 저지른 파렴치범에게도 선고되는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 학교 다닐 때 평생 지각 한 번 안해본 모범생 들꽃에게도 선고되었단다. 강정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고, 착한 사람에게도 파렴치범과 같은 유죄판결을 받게 하는 힘을 지녔다. 천사도 악마로 둔갑시킨는 곳이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빵을 나눠 뜯어먹으며, 어둠 같은 이 길을 간다. 개인들이 만나 서로 덩어리를 이루고, 힘이 되어주면서, 보이지 않는 희망의 길을 찾아 오늘도 뚜벅뚜벅 멈추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14/10/03 00:18 2014/10/03 00:18
tags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1143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