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꽃이 피었네

나의 화분 2005/08/11 17:30
카메라가 없어서 흐드러지게 핀 예쁜 목화꽃을 담아낼 수가 없네요. 그냥 머리 속에 이미지로만 담아둡니다. 한 며칠 미친 듯이 비가 퍼붓더니 간만에 맑은 오늘 목화꽃이 피었어요. 피자매 사무실에 있는 한 송이 목화에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는데 서대문 근처 농업박물관 앞에 심어져 있는 수백 송이 목화는 이미 조그맣고 탐스러운 꽃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어요. 햇볕을 제대로 못받고 자라서인지 항상 비실비실한 피자매 사무실 화분에 담겨 있는 목화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이 여린 목화도 어서 자라서 꽃을 피우고 그 희디 힌 솜을 틔우기글 바래봅니다. 아직 입추가 되기도 전이었던 지난 8월 초 이미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저는 부안에 내려가보고서야 알았답니다. 드넓은 논에 벼이삭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어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가을은 10월부터 오는 것이구나 생각했는데,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자연의 가을은 8월부터 온다네요. 그래서 저도 점점 고개가 무거워지는 벼들을 보면서 정말 가을은 8월부터 시작하는 것이구나! 입추가 괜히 입추가 아니구나! 느꼈답니다. 내 몸이 자연의 리듬에 맞춰 변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걸리게 될까요? 도시에서 사는 한 영영 불가능하겠죠? 대도시에서 사는 건 화분에서 자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목이 마르고 답답해도 갈 곳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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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1 17:30 2005/08/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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