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시위에 자전거를 타고 참가하자

평화가 무엇이냐 2004/10/09 04:14

 

 

오는 10월 17일 일요일에도 반전시위가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위에 함께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 참가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평소의 시위와 다름 없이 중앙이 제공하는 연사의 발언을 듣고, 밴드의 노래를 듣고, 팔을 하늘로 치켜 들면서 구호를 외치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걷다가 막아서는 경찰들과 대치 조금 하고 끝낼 것인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을 것이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시위 참가자들의 머릿수로 위력을 과시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반전시위에 참가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위를 하는가 아닐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반전시위에 참가할 것이다.

권정생 선생은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을 안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그렇다.

지금 당장 석유에서 벗어나야 미국이 주도하는 이 미친 신자유주의와 폭력의 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석유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움직이는 반전평화주의자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환경주의자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시위에 참가한다는 것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알릴 소중한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자전거를 잘 타지 않던 사람들도 반전시위에서만큼은 자전거를 탐으로써 '석유와 패권을 얻기 위해 시작된 이 전쟁과 폭력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만 명이, 십만 명이 반전시위에 모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만 명이 제각각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질주하며 반전평화의 구호를 외친다면 이보다 더 극적이고, 근본적인 반전시위가 있을 수 있을까?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석유와 엔진이라는 기계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독립적인 두 발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감을 뜻한다.

 

그런데 점점 빨라져 가는 이 체제는 더 빨리 가기 위해 고속철도를 만들어내고 산을 두동강 내버리는 도로를 새로 만든다.

한번 이 철로에 올라선 자본주의자들은 그 철로를 빠져나올 수 없다.

앞으로 앞으로, 남보다 더 빨리 가야하는 무한경쟁은 바로 이 철로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제 그 철로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약자를 짓밟고 올라서서 강자가 되는 것.

그것을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하라, 더 빨리 질주하라!

천성산의 도롱뇽이 모두 없어져도 더 넓은 도로가 나고, 더 빠른 철로가 생기면 된다는 것이 바로 이 국가의 철학이요, 더욱 노골화된 자본주의의 정책인 것이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이제 그만큼 파괴했으면 충분하지 않나?

이제 그만큼 빨리 달리면 충분하지 않나?

이제 그만 속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멈추자는 것이고

이제 그만 석유에 매달리는 체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그 철로에서 벗어나와 자발적으로 가난과 느림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보다 앞서가지 않겠다는 것,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구의 환경을 더이상 짓밟지 않겠다는 것, 자본주의의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병을 주고, 다시 고가의 약품을 판매하고 그럼으로써 모든 사람을 병자로 길들이는 의료산업의 굴레에 빠져들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지켜나가겠다는 야생의 삶을 자전거를 타며 살아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반전시위에서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질주하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자.

경찰차가 시위대를 막으면 대치할 필요도 없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으로 내달아 다른 길로 가면 된다.

 

다행히 아직 이 땅에는 자전거를 탄 경찰이 없다.

서양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누비는 경찰들도 있고, 말을 타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들도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법을 어긴 자전거 시위대를 경찰은 어찌할 것인가?

마라톤 선수처럼 뛰어서 쫒아올 것인가?

닭장차를 타고 쫒아올 것인가?

아니면 헬리콥터라도 띄울 것인가?

고작 사진 채증을 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경찰과 지루한 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전거를 타야 한다.

아니, 파병을 막고 전쟁을 막기 위해 자전거를 타야 한다.

지속 불가능한 이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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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9 04:14 2004/10/09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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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4/10/10 06:47 DELETE

    Subject: [망상] 동네에서 놀기?

    반전시위에 자전거를 타고 참가하자에 대한 트랙백사실,처음에 든 생각은'어라, 자전거가 없는 사람은?'이었다.대중교통수단은말 그대로 대중성에 근거한다.즉,일회 가격이 아주 비싸지만 않
  1. 2004/10/15 11:42 Modify/Delete Reply

    초록정치연대 게시판으로 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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