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본주의로 걷는다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6/24 03:01
지음님의 [평화야, 걷자!] 에 관련된 글.

걷는 것은 반성하는 것이다.
걷는 것은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걷는 것은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꿰뚫어보는 것이다.
걷는 것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걷는 것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걷는 것은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전혀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걷는 데에는 전기도, 석유도 필요하지 않다.
걷는 데에는 교통카드도, 승용차 10부제도, 자율요일제도, 주차장도, 버스전용차선도 필요하지 않다.
국제유가변동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고, 산유국을 침략해 민간인을 함부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깡패짓을 하는 나라를 위해 아르빌에서 총을 들고 망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깡패짓을 하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깡패집단을 위해 농민들에게서 강제로 땅을 뺏지 않아도 된다.
걷는 것이 일상화된 곳에서는 20분 먼저 가려고 아름다운 천성산에 거대한 터널을 뚫지 않아도 되고, 영토가 더 필요하다고 드넓은 새만금 갯벌을 죽이는 건설족들의 회유에 속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도, 엄청난 병원비의 압박도, 부동산 투기도 걷는 사회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걸을 땐 앞만 보며 가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걱정하는 보살핌이다.
걷는 것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서 차츰 멀어지는 길이며, 다리가 튼튼한 비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조그만 변혁이다.
걷는 것이야말로 평화적 비(非)자본주의 세상을 향한 비폭력직접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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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4 03:01 2006/06/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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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코 2006/06/24 07:52 Modify/Delete Reply

    걸으면서 간간히 자전거도 타세요. 걷기로 부족한건 페달을 밟음으로 인해 지나치게 뒤쳐질 수 있다는 위험으로 부터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2. 지음 2006/06/26 13:40 Modify/Delete Reply

    멋진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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