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만 타는 버스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7/16 11:13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대안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그 대안적 삶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 전용 버스'다.
세상에, 자전거 전용 버스라는 것이 있을까?
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만 탈 수 있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로부터 듣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지 않은 사람들은 이용할 수 없는 버스.
그런데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많은 잔차인들에게 굳이 버스가 필요할까?
의문은 이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진짜로 자전거 전용 버스가 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 크루즈(Santa Cruz)에 있는 Bike Shuttle 이 그것이다.
 
이 자전거 전용 버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크루즈 분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버스란다.
이 대학은 산타 크루즈 시내에서도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학교가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학교 측에서는 자전거 이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자전거 전용 버스라고 했다.
 
이 소형버스는 한 번에 14대의 자전거를 버스 뒤에 달린 트레일러에 싣고 갈 수 있으며, 버스 안에 잔차인들이 타고 가도록 생겼다.
산타 크루즈 시내에서 이 대학교까지 운행을 하고, 대학교에서 시내로 내려오는 길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까 긴 오르막길(업힐)을 올라가기 힘들어 하는 대다수 잔차인들이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대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 수업을 받거나 공부를 하고 다시 시내로 내려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리막길(다운힐)을 질주해 오도록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학이 만든 홍보자료를 보면 자전거 전용 버스는 수업이 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부터 낮 1시까지 15분 마다 한 대씩 운행한다고 한다.
산타 크루즈 시내 중심가인 올리브 가(街)에서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을 태운 뒤 학교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버스 운행 간격이 30분 마다 1대꼴로 편성된다.
 
운임은 따로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선착순으로 승차할 수 있으며, 14대까지 실을 수 있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이 자전거 전용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에 따르면 버스에 빈 공간이 남아 있을 경우 학생들이 더 타기도 한다고 한다.
이 자전거 전용 버스 제도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인데, 이 멋진 제도가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의 열띤 호응을 얻게 되었고, 대외적으로도 많이 유명해져서 학교와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지난 학기의 경우 매일 평균 153.4 명의 학생들이 이 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용객들 가운데 40퍼센트는 학교 교직원과 교수들인데, 이들 가운데 4분의 1은 원래 자동차로 출근을 하던 사람들이었고, 자전거 전용 버스가 도입되면서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택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전용 버스 제도를 이용하면서 출퇴근 시간 대 교통정체가 줄어들고, 대중교통에도 혼잡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교내를 운행하는 자동차 대수가 줄어듬에 따라 주차장을 줄이고, 보다 쾌적한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산타 크루즈 시에서도 이 대학에 두 번씩이나 우수교통상을 수여하고, 이 제도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전환하고, 이를 보다 널리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 크루즈 분교는 미국 환경청의 '통근자를 위한 가장 훌륭한 직장'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에도 어서 이런 제도가 시행되기를 바란다.
산타 크루즈에 있는 자전거 전용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06/07/16 11:13 2006/07/16 11:13
tags :
Trackback 0 : Comment 1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414

  1. stego 2006/07/16 11:28 Modify/Delete Reply

    우와... 멋지다. 근데 내리막의 진정한 맛은 오르막을 땀 뻘뻘 흘리고 고생고생해서 올라간후 내려오며 바로 땀이 식는 것인데...
    뭐 수업들어야 할 상황이면 땀 안흘리는게 좋지만ㅋㅋ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