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빼바지

뒤바뀐 현실 2006/09/30 14:13

Tori~님의 [돕이라는 사람.] 에 관련된 글.


그러니까 이 몸빼바지는 대추리 빈집에서 주운 것이다.

마을에서 아줌마들이나 할머니들이 입고 있으면 아무도 이런 바지에 대해서 말이 없다.

그냥 보통 패션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내가 이 몸빼바지를 입고 밖을 나서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이하고, 멋있고, 색깔이 화려하고 다들 칭찬 일색이다.

같은 옷인데, 누가 입느냐에 따라 이렇게 반응이 갈라지다니.

원래 옷은 별로 사지도 않고, 빌려 입거나 주워 입거나 대충 아무거나 걸치는 나로서는 이런 뜨거운 반응이 좀 낯간지럽기도 하다.

 

'웬 남자가 그런 바지를 입었냐?' - 마을 아저씨

'우와, 아저씨 멋있어요!' -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대전 길거리를 걷던 여학생 둘

'그 옷, 나 줘!' - 많은 사람들

 

그냥 줘버려도 별 상관 없다.

또다시 빈집에 들어가 가지고 나오면 되니까.

빈집에 없다고 해도 이런 몸빼바지는 아마 동네 시장에 가면 3천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뜨거운 반응이 무엇 때문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1. 남성이 여성들만이 입는다고 여겨지는 몸빼바지를 입어서인지

2. 너무 희한하고 황당하고 낯설고 특이하게 보여서인지

3. 복고로 회귀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인지

4. 농촌 패션이 정겨워서인지

 

하여간 몸빼가 편하긴 정말 편하다.

열흘 동안 잠자고, 걷고 하면서 한 번도 이 바지를 벗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시간으로 치자면 대략 240시간 정도를 착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결국 여기저기 실밥이 터지고, 빨지를 않았더니 색깔도 약간 바랬다.

 

장점은 입은 것 같지도 않은데다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다리가 춥지 않다는 것이다.

겨울이 와도 안에 내복을 입으면 계속 이 몸빼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단점이 있다면 이 바지와 어울리는 신발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농사일 나갈 때, 그리고 동네 돌아다닐 때 간편하게 신는 흙이 덕지덕지 묻은 쓰레빠가 아니면 이 바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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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30 14:13 2006/09/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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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2 : Comment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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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dopeheadzo 2010/08/30 02:59 DELETE

    Subject: @dopeheadzo님의 트윗

    대추리에 살 때 입던 몸빼바지 저도 오랜만에 꺼내입고 9월 4일 두리반 후원주점에 갑니다. http://twitpic.com/2jfa0n http://twitpic.com/2jfale http://blog.jinbo.net/dopehead/458
  2. Tracked from @boeun26 2010/08/30 03:00 DELETE

    Subject: @boeun26님의 트윗

    RT @dopeheadzo: 대추리에 살 때 입던 몸빼바지 저도 오랜만에 꺼내입고 9월 4일 두리반 후원주점에 갑니다. http://twitpic.com/2jfa0n http://twitpic.com/2jfale http://blog.jinbo.net/dopehead/458
  1. 紅知 2006/09/30 14:44 Modify/Delete Reply

    23일 집회 때, 서울 역에 올라가서 행진하는 것 보는데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확~ 보이더라는^^ 정말 예쁜 몸빼였어요^^

  2. navi 2006/09/30 16:58 Modify/Delete Reply

    티셔츠와 기타와 몸빼와 쓰레빠의 오묘한 조합.
    잘 어울려^.^

  3. 디디 2006/09/30 17:35 Modify/Delete Reply

    진짜야. 완전 아티스틱한 몸빼야요. ㅋ

  4. 바람꽃 2006/09/30 20:07 Modify/Delete Reply

    아~정말!! 돕님 멋져요^^

  5. 스밀라디 2006/09/30 22:55 Modify/Delete Reply

    색감 완전 굿~!
    저도 탐나요!

  6. 돌~ 2006/10/02 14:07 Modify/Delete Reply

    아직은 좀 이를지 모르겠지만....딱 맞는 신발은 값싸고 편리한 털신

  7. 하늘아이 2006/10/03 01:38 Modify/Delete Reply

    농활 가서 입고 일하고 왔어요.. 집에서도 이모님이랑 사촌동생들 반응이 장난 아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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