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피해자 증언대회

경계를 넘어 2004/12/04 15:28
12월 3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이라크인 전쟁피해자 서울 증언회에 갔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었다.
약간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이라크 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내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라크 인 살람과 하이셈은 전범 민중재판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증언회를 갖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이라크는 지금도 전쟁이 계속 되고 있는데, 평화와 재건이라는 말부터가 모순이라고 했다.
게다가 한국군 자이툰 부대는 전쟁의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데, 그곳은 재건이 필요 없는 곳이라고도 했다.
이밖에도 이라크의 생생한 상황들을 두 이라크 인들은 차분하게 증언해나갔다.
이들은 하루에 전기가 2시간밖에 들어오지 않는 현재의 이라크 상황이 하루에 2시간을 제외하고는 전기가 내내 들어오던 사담 후세인 치하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과연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병원과 의료인과 의약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라크 인들.
사회안전망이 완전히 파괴되어 부모님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 아이들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그저 스스로 생존해나가야 하는 상황.
깨끗한 물이 부족해서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이라크의 현실인데 이것이 과연 이라크의 자유이고 이라크의 해방일까.
미군은 여전히 이라크를 떠나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면서 도시 하나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는데, 만약 그들이 다른 도시로 간다면 그 도시도 그렇게 파괴할 것인지?
자신의 땅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면 과연 누가 테러리스트가 아닐 수 있는지?
살람과 하이셈의 고통스런 증언은 이어졌다.
이들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지만 이라크 인들이 겪고 있을 고통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되었다.
어떤 한국 친구는 '정말로 미안하다,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며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 침략과 파괴에 동조하고 있는 전쟁범죄국민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했다.
이라크 친구들은 이에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답변했다.
나는 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말은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가.
살람과 하이셈이 웃으며 조금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자리에 모인 한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널리 알리고, 그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고 함께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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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4 15:28 2004/12/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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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4/12/04 19:10 DELETE

    Subject: 다 못 쓴 글

    늦잠을 잤다. 어딘가에 도착할 시각에서 15분 늦게 눈을 떴다. 비가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젯밤 불편한 마음으로 잠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
  1. 미류 2004/12/04 19:25 Modify/Delete Reply

    다 못 쓴 글이지만 돕헤드 님 글 있길래 트랙백했어요. 월요일에 나가보려고 합니다. 그때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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