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에 들어온 길냥이

뒤바뀐 현실 2009/09/19 01:40

넝쿨님의 [가고 싶다능..] 에 관련된 글.

 

라디오 편집을 하고 있는데, 레아에 길냥이가 들어왔다.

이 친구와는 밤에 용산에 있으면 가끔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저번에 카페 바리스타 도영이 이 뚱뚱한 길냥이 친구에게 고양이용 캔을 따서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밤에 배가 고프면 가끔 레아에 들어왔던 것이다.

 

 

오늘은 마침 홍킹이 사다놓은 오징어가 있었다.

아마 그 오징어 냄새를 맡고 들어온 것 같았다.

오징어를 잘게 찢어 주니까 잘도 받아 먹는다.

그래서 아예 오징어 다리 몇 개도 조그맣게 잘라 주었다.

다 받아먹고는 아쉬운지 레아를 떠나지 못한다.

천천히 내 손가락을 내밀었더니,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의 습성처럼 혀로 핥는 것이다.

이 친구도 어쩌면 누구 집에서 살다가 버림을 받고 길냥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야생으로 태어났으면 아마 사람 손가락을 핥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내 손가락에 오징어 냄새가 남아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용산참사 현장이 있는 용산4구역은 이제 95% 이상 건물들이 헐리고, 사람들이 떠났기 때문인지 유난히 길냥이들이 많이 보인다.

빼빼 마른 고양이도 있고, 피둥피둥해 보이는 고양이도 있다.

이 친구는 잘 먹어서 살이 찐 것인지, 아니면 몸이 그냥 부은 것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는데, 다른 고양이들에 비하면 얼굴이나 몸 전체가 토실토실해 보인다.

길냥이의 영양상태를 한눈에 알 방법이 없을까...

 

 

 

내가 오징어를 주지 않자 아예 레아 카페로 들어가려고 한다.

오늘은 또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까.

항상 편히 쉴 곳은 또 어디쯤 있을까.

용산의 길냥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얘네들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난 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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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9 01:40 2009/09/1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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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선폐간 2009/09/19 03:39 Modify/Delete Reply

    아, 이녀석 달팽이관 앞문으로 들어와서 옆문으로 나가는데 그 보폭과 속도가..어슬렁 어슬렁~ 내가 원래 이곳의 주인이야~!라고 외치는듯합니다..

  2. 들풀 2009/09/19 10:51 Modify/Delete Reply

    "동물도 말을한다" 란 책에선 그 책의 지은이가 어릴적 고양이들이 동네 이야기를 다해주어서 어른들에게 얘기하면 그걸 어떻게 다 알았냐고 했다네요. 아이들이 알기엔 좀 힘든 것들이 많았나봐요. 고양이들이 얘기해줘서 알았다고 했다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다는..
    그 것이 사실이라면 용산 길냥이들은 얼마나 슬프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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