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현장, 18명 연행ㅠ

나의 화분 2009/11/19 00:27

오바마의 방한과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반대하는 평화적인 촛불문화제가 18일 저녁에 명동에서 열렸다.

나는 다섯시부터 용산참사 현장에서 1인시위음악회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별음자리표와 꼬미가 와서 오랜만에 길바닥평화행동 이름으로 용산 현장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했다.

게다가 처절한 기타맨도 와서 1인시위음악회에 참여해 노래를 했고, 이 모습은 칼라TV를 통해 중계되었다.

오후 7시가 되어 미사가 시작되자 별음자리표와 꼬미와 나는 명동으로 함께 움직였다.

촛불문화제에서 노래하고 기타를 치기 위해서였다.

 

전쟁으로 고통이 마를 날이 없는 아프가니스탄에 이번에 또다시 한국정부가 수천 명의 전투병을 파병한다고 하고, 민주당은 은근슬쩍 이에 동의해 넘어가려고 하고, 안그래도 용산이라는 학살의 현장에서 살면서 속은 터져 죽겠는데, 아프가니스탄도 4대강도 모두 '학살의 현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냥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바마가 온다는데 무슨 액션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추위에 꽁꽁 언 몸을 이끌고 명동으로 간 것이다.

기타를 들고, 녹음기를 들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기타 치면서 추위에 곱은 손이 채 녹기도 전에 나는 명동에 갔다.

그래 몇 백명 모여서 발악을 한다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하려는 지배계급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그래 겨우 몇 백명 모여서 촛불 켜고 노래한다고 지금도 목숨을 잃고 있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그리고 용산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과 또 막개발과 난개발로 찍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살던 곳에서 쫓겨나거나 무참하게 짓밟혀야 하는 생명들의 서러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안다.

제기랄, 진짜로 아프간 파병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내가 기타 들고 깰짝깰작 노래한다고 용산참사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또 잘 안다.

무슨 짓이든 저항을 해야 한다는 것.

아무런 논란도 없이 그저 명박과 오바마가 만나 술잔 기울이며 군사적 침략에 합의하고, 경제적 착취와 수탈에 합의하는 모습만은 인정할 수 없어서 명동에 나가서 촛불이라도 들고 싶었다.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있으면 벌이고 싶었다.

 

기온이 영상 5도 이하인 레아 현장에 앉아 새벽 늦게까지 미친듯이 손 호호 불어가며 투쟁하는 이 아무런 대가도 보상도 영광도 지루함도 없는 삶이 그냥 좋다.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심심할 겨를도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지만, 그래, 난 최소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경찰의 폭력과 연행의 위협 속에서 노래하고, 투쟁하고, 지키면서 지내기에 후회는 없다.

 

명동에 모인 우리는 촛불을 들고, 평화를 염원하는 글귀를 들고 좀더 넓은 곳으로 가고자 했다.

처음 모인 아바타 앞은 이미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명동예술극장 앞으로 이동했다.

거기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바로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문화제를 시작하기로 했다.

별음자리표와 나와 꼬미가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를 하기로 했다.

시설은 정말 열악했다.

기타잭도 없고, 마이크 스탠드도 없다.

뭘로 노래하란 말이냐.

그런 상황 한두번 겪어본 것이 아니기에, 우리 길바닥 활동가들은 미리 필요한 모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닌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지만, 이봐, 최소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아니니까 육신에 찾아오는 잠깐의 고통은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아주고 별음자리표가 기타를 치며 '총을 내려라'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2m 짜리 55잭을 꼽고 뒤에서 기타를 쳤다.

나머지 마이크 하나는 악기가 없는 꼬미가 잡았다.

노래를 하는데, 짭새들이 앵앵거린다.  

 

노래는 계속되는데, 분위기가 험악살벌해진다.

몇 십년 보아온 경험으로 이건 분명 연행작전 임박이다.

언론사 카메라들도 널려 있고, 공연 중인 가수들이 있는데 설마 연행을 할까?

아니, 설마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

아니나 다를까 바퀴벌레들이 난입하기 시작한다.

고착을 시키더니 갇힌 사람들을 두들겨패고, 연행하기 시작한다.

울부짓고 난리도 아니다.

땅바닥에 짓이겨진 동지들이며, 경찰 네 마리에 사지가 들려 질질 끌려가는 친구들이며...

난 지금 아비규환 지옥에 나와 있는 것인가???

1초 전까지 기타를 치던 내가 황급히 기타 선을 뽑고, 촛불방송국 레아에서 지원한 거금으로 마련한 현장 녹음기를 챙겨들고 짭새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공연 중에 이럴 수가 있는가.

경찰에 항의를 했다.

늙은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말단 형사가 "연행 안 된 것이 다행인줄 알라"며 일침을 놓는다.

순간 나는 정말 빡이 돌았다.

노래하던 꼬미는 결국 연행되고 말았다.

경찰은 무법천지로 날뛰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끌고 간다.

1초 전까지 나와 별음자리표와 꼬미가 부르던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며 얌전히 인도에 앉아서 촛불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18명 연행되었다.

나는 다행히 마이크를 잡지 않아서 연행되지 않은 것 같았다.

발언을 한 사람, 깃발을 든 사람,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모두 닭장차에 달려 들어가고 말았다. 

 

마이크 스탠드가 마련되어 있었더라면 나도 노래를 불렀을텐데, 그럼 지금쯤 나도 수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어 있겠지.

돌아와 레아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니, 최소한 "유치장은 네 자리보다 따뜻하지 않겠냐"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래, 여기 온도는 영상 5도다.

대추리에서 지내던 집 온도가 항상 영상 0도 였다.

그곳에 비하면 5도나 높은 곳이 레아다.

여전히 입김이 나오고 5분만 앉아 있어도 뼈마디가 시릴 정도로 추워 죽겠지만,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래도 뭔가 바뀌는 것은 없겠지만, 이봐, 난 활동가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악조건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저항하는 것.

단 한 순간도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은 이곳 용산참사 현장에서 끝까지 투쟁하는 것.

참 행복한 인생이다.

 

오늘도 경찰의 검거 대상이 되었지만 용케 벗어나 레아로 돌아와 글을 남긴다.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어이없이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을 매일 겪으면서 나의 평화가 깨지고 박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슴이 아리지만, 누군가 면도날로 내 살점을 하루에 몇 점씩 베어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떠나지 못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밟혀서다.

10개월이 지나도록 순천향병원 냉동고에 누워계신 열사분들 때문이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상복을 입고 계신 유가족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죽어가는 새만금 갯벌의 조개들아, 겨우겨우 버티는 모든 생명들아, 이라크의 친구 살렘과 팔레스타인에서 지금쯤이면 의사가 되었을 친구 또 내가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묻는다. 잘 지내니?)의 고통에 내가 너무도 치열하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죽이지 않고는 저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뒤 정권을 장악한 피노체트와 칠레 군부가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지지자들을 모조리 종합운동장에 가둬놓았을 때 끝까지 저항하며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너희들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

처음엔 그의 기타를 뺏고 두들겨 팼어.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빅토르 하라와 함께 더욱 우렁차고 더욱 커다란 목소리로 노래했지.

바퀴벌레들은 노래가 커지고 사람들이 하나가 되려하자, 빅토르 하라의 손을 잘랐어.

그래도 굴하지 않은 빅토르의 노래가 계속되었다.

원래 목소리가 컸다던 빅토르, 그 넓은 종합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바퀴벌레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단다.

난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종합운동장에 잡혀온 2만 칠레 민중들에게 다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 차라리 죽여라.

죽이지 않고는 저항은 끝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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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00:27 2009/11/1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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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발칙 2009/11/19 00:48 Modify/Delete Reply

    열심히 편집중이겠구나 ㅠㅠ

  2. 공기 2009/11/19 00:54 Modify/Delete Reply

    저 사진에 나온분들 아는분들이다 ㅡㅡㅋ

  3. 카라안 2009/11/19 21:22 Modify/Delete Reply

    꼬미 면회갔다 왔습니다. 명동에서 연행한 사람들 모두 집시법이라니 말도 안되는 법으로 갇아놓고 있습니다. 자기들도 애매한 법으로 갇아놓았으니 금새 나오리라 보지만, 아무튼 명박이 만세 입니다. 자 우리 이제 길바닥에서 명박이 만세를 함 힘차게 외쳐 봅시다.(거기다가 시베리안 씨불놈을 붙여서 )

  4. 기린 2009/11/20 04:51 Modify/Delete Reply

    fuck obama, fuck MB and all prezzies. politricks making our world a dis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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