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비가 3만원이나 나왔다

나의 화분 2010/04/28 14:32

방금전 확인해보니 이번달 전화비가 3만원이나 나왔다.

보통 나는 휴대폰 통화료가 만 원대였다.

좀 쓴다 싶으면 만8천원 정도가 나왔고, 2만원이 넘는 달이 많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그것밖에 쓰지 않고 살 수 있냐고?

그러니까 통화는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고, 문자도 잘 보내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고, 전화도 잘 안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고 찍히기도 했고 관계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알긴 아는데, 없는 생활비에, 쪼들리는 살림에 매달 전화비로 2만원(월수입의 10%)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공동체를 이루고 마을에 모여 살 때는 특히 전화비가 이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대추리에 살 때나 용산에 살 때는 '만 얼마'로도 충분했다.

통화하거나 연락할 사람들이 항상 주변에 있거나 기다리면 왔기 때문에 굳이 수화기를 들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과 어쩌다 통화할 일이 있을 때만 전화를 썼고, 간단한 내용은 문자로 해결하고, 이메일이나 채팅이나 기타 등등 인터넷을 통해 소통과 관계맺기를 했다.

 

공동체가 부서진 후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을 때, 심한 고립감에 시달렸다.

나는 전화를 붙들고 살았다.

하루에 몇 통씩 전화를 걸었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던 모양인지, 내가 전화를 걸면 다들 신기해했다.

농담조로, 내게서 전화를 받다니 영광이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전화를 걸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휴대폰 통화료가 한 달에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하다.

공동체가 깨지고,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가 힘들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전화에 의존하게 됐다.

그래서 3만원 나왔는데, 이 수치는 내 활동비의 15%에 이르는 금액이다.

솔직히 버겁다.

100만원 버는 사람이 매달 15만원을 통화료로 지출하는 꼴이다.

이대로 전화비를 지출하면서 살기 힘드니 공동체를 복원하든가, 고립되든가 해야 할 판이다.

막장에 다다른 느낌이다.

 

다행히 요즘은 망원동과 두리반을 오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 덕에 전화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오늘도 통화할 일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밥을 먹고 '민중의 집'에 들렀더니 마침 나영이 그곳에 있었다.

나영에게도 할 말이 있어서 몇 번 전화를 하려다가 못걸었는데, 가까운 동네에 친구가 살아서 참 좋다.

모여 살면 좋겠다.

인터넷 채팅이나 트위터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나 이런 것들도 소통의 방법이지만, 왠지 교류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나는 최소한 실제 목소리를 듣고 싶고, 또 가능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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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14:32 2010/04/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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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니나 2010/04/28 18:15 Modify/Delete Reply

    공감... 공동체를 만들든가, 고립되든가... 외밥네 만들어야할듯 ㅎㅎ

  2. 2010/04/28 18:28 Modify/Delete Reply

    외밥네 첫 모임은 언제 하죠???ㅎㅎㅎㅎ

  3. 하나 2010/04/28 21:08 Modify/Delete Reply

    저도 전화받아서 무지 영광이었는데^^저도 전화통화가 익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자주 못 보는 사람은 전화통화하면 겁나게 반갑지요~전 돕보다 요금 더 많이 나와요ㅠ.ㅠ 그런데 통화료보다 씨잘데없이 인터넷 접속을 많이 하게 돼서 그래요. 내가 컨트롤을 잘 못해서 어떻게 적게 쓰고 요금을 적게 낼까 궁리를 하다 전화를 발신정지시켰더니 마음이 가볍네요.물론, 저는 돕이랑 달리 사무실 안에서 일을 많이 하니까 그게 가능하겠지요? 글고 전화를 걸고 받는 횟수가 별로 안 되고 친구들하고도 전화통화를 하면 어찌나 어색한지 전화를 걸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문자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돼요. 게다가 인간관계란 한 손에 꼽을정도로 협소하고..^^그러다보니 제 폰은 시계 이상의 기능을 별로 못하네요
    전화랑 별개로 또 고민되는 지점은, 제가 하는 일이 컴퓨터를 너무 많이 쓴다는 거예요. 전기도 많이 쓰게 되고, 건강에도 안 좋고, 몸도 굳어지고...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게 저녁에 집에 오면 마당에 괭이질을 해서 밭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리고, 제가 돈을 잘 벌지도 못하고 잘 벌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으니까,어떻게 하면 적게 쓸 수 있을지 궁리해보아요. 그리고 가진 것을 줄이고, 쓰레기를 내놓는 것도 줄여보려고 궁리해요. 최근에는 오줌을 모아서 비료로 주려고 요강에 일을 보고 말통에다가 깔때기로 부어요^^근데 참 뿌듯해요.요런 궁리를 하나하나 하는 게 재미납니다.
    더 고마운 건 같이 사는 언니랑 애들이 거기에 적극 동의를 해준다는 거지요.

    저보다 나이가 몇살 많은 언니와 언니의 딸 둘과 같은 집에 살아요.사실상 세들어 사는 건데 좋은 인연을 만나서인지 집세를 내지 않고 설거지와 청소와 가끔 요리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된다고 하셔서 고맙더라구요.굳이 돈으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지금 이 집이 저에겐 행복한 공동체예요. 피가 섞인 가족보다 더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살거든요.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외롭지 않고,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과 노는 법도 배웁니다^^;같이 사는 언니가 제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외로움이 덜하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어요.흠, 의도치 않게 좋은 인연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1인,공동체라기도 쑥스럽네요.
    돕도 덜 외로워지고 전화비도 더욱 적게 나오기를 바래요^^; 그나저나 전화 겁나게 반가웠답니다!!영광~

  4. 놀이네트 2010/04/29 09:52 Modify/Delete Reply

    <빈집>에 가시면 딱일 것 같은데... 빈집공동체를 모르시진 않을 것 같구...

    • 2010/04/29 14:33 Modify/Delete

      네. 빈집공동체 참 좋아해요. 무엇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을 보면 해맑아보여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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