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나의 화분 2011/04/03 23:04

오전에 성미산에 가서 노래를 했다. 경성수가 동교동 삼거리로 나갔다.

성미산 나무심기 행사였다. 동네 주민이자 문화노동자인 연영석도 와서 노래를 했다.

성미산 나무심기 행사는 년중 가장 큰 행사라 한다. 과연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전날 밤을 새고 바로 가서인지 몸 상태가 별로였는데, 날씨가 좋았다.

살며시 다가오는 봄날씨의 포근함과 따사로움으로 노래를 하고, 두리반으로 돌아와 반핵음악회 준비를 하려는 순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장례식장엘 가야 하는데, 반핵음악회 준비를 다 하지도 않았고, 오늘 나는 이 중요한 행사에서 빠지면 곤란한 위치였다.

무대도 만들어야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잡아야 하고, 이것저것 배치할 것들이며, 음향과 앰프 시스템 등등 머리속에 든 것들이 많았다. 이걸 누구에게 짧은 시간에 설명할 수도 없을 것 같고, 행사 진행을 봐야 했다. 밴드들 연락처며 그동안 연락해온 내용들이며 이런 것들도 차곡차곡 내 머리속에 가득 들어있었다.

쏭의 빅밴드로 연주도 해야 했고, 그래서 갈등을 오래오래 했다.

그러다 결국 반핵음악회에 올인하기로 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정성을 쏟아 좋은 행사를 잘 마쳤다.

밤을 꼴딱 새고 또 하루종일 일하다보니 녹초가 되었는데, 지금이라도 영안실로 가야하는 것일까 고민을 하고 있다.

 

죽음이 새삼 내 가까이 있음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살았다.
최선을 다하고나니 아쉬운 것도 없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슬픔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11/04/03 23:04 2011/04/03 23:04
tags :
Trackback 0 : Comment 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975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