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애기들입니다.'에 해당되는 글 418건

  1. PC방에서... 2002/09/08
  2. 나의 아름군은... 2002/09/03
  3. 나의 편리김은... 2002/09/03
  4. 파래군... 2002/08/29
  5. 이불 위에 앉아서... 2002/07/26
  6. be the Reds 2002/06/10
  7. 샤워 2002/06/10
  8. 위대한 이성 2002/06/10
  9. 나는 고양이다 2002/03/18
  10. 아침 7시 2002/02/12

PC방에서...

from 우울 2002/09/08 15:13
아이들과 스타를 한 판 하고,
워크를 한대서 혼자 놀고 있다

아침 7시까지 술먹었는데,
집에 8시에 와서 깽판 치다가 9시쯤 잠들었는데
아이들과 11시에 약속을 해놓고
12시에 전화받고 일어났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전화하고
나한테도 한 10번쯤 전화하고
1시간이나 기다렸는데도
화내지 않고
'선생님이 늘 그렇죠 뭐...'하고 말해주었다.

속쓰려 죽겠다.
애들이 피자 사달래서
피자를 사주었는데
한 입 먹으니
위 아래로 먹은 것이 모두 나올 분위기라서
고상한 척,
'선생님은 별로 먹고 싶지 않은걸...'이라고 말했다.

PC방에 오는 길에는
너무너무 응가가 마려웠는데
급한 척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열심히 참고 참아
애들 돈까지 다 내주고
웃으면서
'니들 먼저 하고 있어. 선생님 잠깐 화장실 다녀올께' 라고 말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데
속도 뒤집히고
좀 있다가
애들이랑 영화도 봐야하는데
조는 거 들키면 안될텐데

선생은 너무 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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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8 15:13 2002/09/08 15:13

나의 아름군은...

from 우울 2002/09/03 19:09
내가 안으면 숨을 몰아쉰다
가만히 가슴에 귀를 대면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부드러운 털사이로
색 색 새어나온다

그런데, 너무 뚱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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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3 19:09 2002/09/03 19:09

나의 편리김은...

from 우울 2002/09/03 19:06
못생겼다.
하지만,
2년하고도 한 반년쯤 전에
100%의
굉장한 눈동자로
내 가슴을 찢고 들어왔다.

그래도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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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3 19:06 2002/09/03 19:06

파래군...

from 우울 2002/08/29 15:18
파래야2-1.jpg
모모의 아가는 '파래'라는 이름을 얻어서
이미 7개월이나 되어버렸고
보통 다른 고양이는 1년쯤 되어야 3.5kg이 된다는데
별써 4kg이나 되었고
수의사는 "이미 다 컸다"고 하니...

벌써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청소년 고양이답게 반항적이고
엄마와 아빠의 못생긴 면만 닮아서

몸에 비해 요상하게 작은 머리에
고양이답지 않게 작은 눈에,
무늬도 신통치않고

개토 알기를 쥐보다 못하게 생각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까웅~" 짜증내다가
밥먹을 때만 친한척 비벼대고
이불 데워놓으면 그자리에 가서 앉고

모모가 밥먹으면 저 먹던 거 두고 모모밥에 얼굴 들이밀고
저혼자 매우 깨끗한 척 하면서
화장실 안치워주면
화장실 주변에 슬쩍 똥싸고
(모모랑 아름군은 절대 그런 적 없음)

심지어
지가 잘 이불이 아닌 경우
그 위에 오줌을 싸서
아니, 아예 전용 화장실로 취급해서

집안에 온통 꾸리한 냄새가 나는데
그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하던 개토가
어느날 우연히 작은방 이불을 쓰려다가
자지러지게 만들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껴안으면
이빨로 코를 물고

여하튼간에
파래군은,
한마리밖에 안 낳았는데
누구 주긴 뭐하다고
아끼고 아껴 키워준 개토따윈
전혀 사랑해 주지 않는듯 하며
모모와 아름군이랑은 닮은 척만 하지
사실상
아무것도 닮지 않은 것으로 사료되는 바

흑..주르륵...ㅠ_ㅠ

파래군, 미워~ 인 것입니다.


** 아래 사용된 사진은 파래군의 접대용 표정으로
어린 시절의 파래군일 뿐 현재의 파래군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바 이점 양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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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9 15:18 2002/08/29 15:18

이불 위에 앉아서...

from 우울 2002/07/26 23:57
이불 위에 앉아서, 책을 펼친다.
책 너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름군의 녹색 눈이 보인다.
아름군은 나를 바라본다.
나도 아름군을 바라본다.
아름군이 눈을 반쯤 감는다.
나는 책을 본다.
아름군의 반쯤 감은 눈길이 자꾸 신경쓰인다.
아름군을 바라본다.
아름군의 눈이 3/4 가량 감긴다.
나는 다시 책을 본다.
내 눈이 반쯤 감긴다.
아름군을 바라본다.
아름군은 눈을 감았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눈을 크게 뜨고 아름군을 바라본다.
아! 아름군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가
눈을 껌뻑이다가...눈을 감는다.
나도 눈을 껌뻑인다. 눈이 감긴다...

45도 몸을 돌려 다시 앉아서 책을 읽으려 한다.
책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짱의 호박색 눈이 보인다.
모짱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겨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서서히 떴다 감았다 하면서
눈 크기를 줄여간다.
이제는 눈이 다 감겼다.
내 눈도 감겼다...

아예 바닥으로 내려와서 책을 펼치자
책너머로 파래군이 나를 보고 있다.
눈을 서서히 떴다 감았다 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한다.
나도 여러차례 반복한다.

나는 이불 위로 올라와서 잠이 든다.
아름군과 모짱과 파래군이 내 다리 사이에 뭉쳐서 하품을 한다.
다같이 잠이 든다...

고양이가 있는 집은, 너무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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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6 23:57 2002/07/26 23:57

be the Reds

from 우울 2002/06/10 18:53
월드컵에 미친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의 적을 향해 돌진하는
그들의 순진무구한 열정이
혹시
혁명으로 나타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힘과 흥분
그 적을 축구에서처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모두가 똑같이 하나의 생각을 한다는 것이
쉬운 건 아닌데...
이렇게 쉽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구호가 "be the Reds"라는 것이
조롱처럼 느껴져.

사람들이 죽었으면 좋겠어
극심한 혼란 속에서
짓밟히고 쓰러지고 여기저기 찢기고

전쟁이 아닌 척, 심지어 평화의 사신인 척
속지말아줘...
히틀러가 그랬다
거대한 거짓말일수록 사람들은 잘 속는다고

칼날같은 냉기가
스며든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무관심

먹는 것이 힘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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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0 18:53 2002/06/10 18:53

샤워

from 우울 2002/06/10 16:48
떨어지는 빗줄기

늘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나는
오랜 시간 따듯한 물의 감촉을 느끼는 것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긴다
유일하게 행복한

무언가를 그런 식으로 소비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행복

빗줄기 - 물은 원래 그렇게 있는데

샤워를 하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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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0 16:48 2002/06/10 16:48

위대한 이성

from 우울 2002/06/10 14:22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엄청난 이성의 힘을 빌어오는 것이
가끔은 오히려 더욱 비겁한 것처럼 느껴진다

집안에서는 온통 쓰레기 국물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가 쓰러져서
그 안에 들어있던 오래된 국물이 쏟아져나왔다
잘 때는 몰랐는데...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계속 냄새를 맡고 있다

어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지난주에 먹고 남은 맥주병들
입고 벗어놓은 옷가지들

이렇게 망가지면 안되는데

하루종일 월드컵을 피해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내키지 않는 자위를 하고
짧은 희열을 아쉬워 하고
또다시 리모컨을 들고

도망치고 싶어

EBS에서 [율리시즈의 시선]이라는 영화를 해주었는데
아무런 열정없이 보다가 잠이 들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자꾸 뜨는
동그라미 안의 15라는 숫자가 영화를 한없이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호흡이 길고 긴 영화인데
짜증이 났다
15살이 안된 사람들 중에서
저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주변에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를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15살 미만의 사람이 있다면 사랑스러울 것 같아

어떻게든 저 15라는 숫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잠이 들었다

참 웃기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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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0 14:22 2002/06/10 14:22

나는 고양이다

from 우울 2002/03/18 17:14
거짓말이지만

-[극락 사과군]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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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17:14 2002/03/18 17:14

아침 7시

from 우울 2002/02/12 18:50
전혀 피곤하지 않은 아침 7시
나는 이런 시간이 좋아
Nirvana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방에서
몸을 건들거리면서

가식적인 무언가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차고 단단한 공기를 상상하면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밤부터 새벽까지 살아

허우적대는 가족들을 걱정하지 않고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완벽하게 불태울 무언가를 찾고 있어

웃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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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2 18:50 2002/02/12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