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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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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참 시원하게 인간의 원초적인 3락 중의 하나를 누리고 있을 무렵 친한 선배 한 분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라는 구절을 누가 말했는지 묻는다. 생각나는 대로 파우스트에 나오는 것이라고 하면서 괴테가 말한 것 같다고 했다.

 

확실하냐고 선배가 재차 묻자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그글쎄요..." 하면서 맞게 대답했는지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는 것이 확실하지 않겠냐고 답변을 했다. 자신은 시간이 없다고 나보고 찾아서 다시 전화를 달랜다. 쩝...

  

그 구절을 전화까지 하여 나에게 물은 즉은 오늘 강금실 씨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출마선언문에 그 구절을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확인한 후 전화를 하면서 언제 왜 그 쪽에 가담하게 되었냐고 그랬더니 자신이 하고 있는 포럼에서 강금실 선본의 공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긴 김두관 씨가 열우당 임시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때 과외교사를 했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가끔 이것저것 물을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란다. 내가 민주노동당원이고, 서울시장으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렇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라는 말은 예전에 이론과 실천이던가 하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의 표지에 붙어 있던 구절이다. 레닌이 좋아했다고 하던가.

 

말 그대로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바로 현실, 현장에 기반해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80년대의 활동가들이 이 구절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해석의 여지가 넓기도 하고... 아마 지금도 자신이 어디에 출마하거나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 이 문구를 즐겨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이리라. 강금실 후보 뿐만 아니라 심상정 의원이 2004년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여성명부 후보로 나서면서 한겨레21과 인터뷰를 할 때에도 이 말을 사용했었다.

 

그를 지켜준 건 이념이라기보다는 현장 경험이었다. “서노련이 이념 논쟁에 휩싸이면서 사노맹 등 여러 정파로 뿔뿔이 갈라져 와해됐는데, 나는 당시 어떤 정파에도 가담하는 걸 거부했어요. 대중운동에 뿌리박은 정치조직이 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죠.” 그래서 서노련 내부 논쟁 과정에서 그는 좌우 양쪽으로부터 ‘현장 경험주의자’라고 비판받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는 그는 왼쪽으로 치우친 사람도 아니고 다만 왼쪽과 중간 지점 사이 그 어디에 서 있는, 어떤 이념에도 갇히지 않은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념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늘 푸르른 생명의 나무라고 했던가. “언젠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코사투를 방문했는데, 그쪽 간부들이 ‘우리는 사회주의자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레닌식이냐 마오식이냐고 물으니까, 그런 게 아니라 에이즈가 없고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흑인도 무상교육을 받는 이런 사회가 사회주의라는 거예요.” 그는 “(노동해방이론을)잘 모르는 사람이 용감한 법”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혁명의 날카로운 칼보다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살아 있는 불꽃에 가까웠다.([심상정] 야무진 일꾼이 당신 곁으로…, 한겨레21 2004년03월11일 제500호) 

 

나는 저 구절이 별로 맘에 안들었다.

남들이 다 좋아하고 맘에 들어하는 것은 일단 삐딱하게 보고 싶다.

물론 내가 저 구절을 써먹을 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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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5 16:21 2006/04/05 16:21

15 Comments (+add yours?)

  1. molot 2006/04/05 23:48

    하하 오늘 보라색 귀걸이에 보라색 구두에 보라색 투피스에 보라색 스카프를 매고 보라색 천으로 장식된 정동극장 무대에 올라 혼자 조명을 받으며 보라색 프리지아를 뒤에 두고 출마선언을 한 강금실 변호사가 '식목일에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라는 경구를 떠올려 봅니다'라고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걸 직접 들었죠. 레닌이 좋아한 탓에 소비에트 철학 교과서 표지에 박혀있었다는 저 구절을 오늘 듣고 '역사상 중요한 사건은 두번 반복된다~'로 시작되는 프랑스 혁명 3부작의 한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젠장. 아 현장에서 강 변호사가 출전을 밝히진 않았었어요 ㅎㅎ 저도 그 구절 기사에 쓰면서 출전 써놓았더니 데스크에서 구질구질하다고 쳐내더라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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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lot 2006/04/05 23:52

    하여튼 그 분은 멋있다 싶어 그 구절을 넣었겠지만 거기 주목한 사람들이나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그 구절을 쓰긴 했지만 '가관'의 예로 써먹은거구요. 아마 앞으로 강변호사 주구장창 따라다녀야 할 텐데..그 분이 누군가 궁금하네요^^ 스탶해봤자 한 열명 정도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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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lot 2006/04/05 23:53

    앞으로 음지의 컨설팅을 좀 더 하실양이면 한 턱 세게 토해놓으라 그러세요. 그 쪽 나름대로 풍족하다는 말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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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새벽길 2006/04/06 00:24

    오늘 인터넷한겨레의 강금실 관련기사를 인상깊게 봤더랬습니다. 박종찬 기자가 글을 썼는데, 보라색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는 말이 맨 처음에 나오고, 그 기사의 소제목이 모두 보라색으로 되어 있는 것이 확 눈에 띄더라구요. 한겨레가 강금실 띄우려고 가지가지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MBC도 백분토론에 강금실을 불러서 물러설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거참, 대단한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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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새벽길 2006/04/06 00:26

    음지의 컨설팅은 앞으로는 별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종철이를 도와주지 못해서리 미안한데, 그렇게 하면 당원으로서 도리가 아니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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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홍실이 2006/04/06 02:13

    막상 파우스트 본문에서는 저 부분이 그리 뽀대나게 나오지 않았어요. 번역도 "우리가 알던" 그 문장 그대로가 아니었고 ㅎㅎㅎ 아마도 이론과 실천인가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덕분에 눈에 익은 거지, 파우스트만 읽은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 못할 것임. 저도 학생 때 교과서 첫 장에 항상 "과학의 입구 앞에서 머뭇거림은 곧 너의 죽음이다. K.Marx" 이렇게 써가지고 다녔는데, 막상 그 문장을 원래 어디서 봤는지는 전혀 모르겠더라는 ㅎㅎㅎ 이런 말을 정말 하기는 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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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새벽길 2006/04/06 08:10

    그런 경우가 많지요. 검색을 해보니 파우스트의 저 문장을 기사화한 것은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 뿐이더라구요.
    역시 뽀대나는 문장을 많이 외워두면 있어보이긴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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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olot 2006/04/06 18:41

    우와 누나는 교과서 첫 장에 그런 것도 써서 다니셨었어요??? 전 중고딩때는 교과서 껍데기가 낙서 투성이였고(국사를 국산으로 고쳐놓는다던가) 대학가서는..교과서 면회 할 일이 별로 없었어가지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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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새벽길 2006/04/06 19:49

    저도 몰롯님과 비슷함. 아마 홍실이님의 학생 때란 대딩 때가 아닐까 싶네요. 중고딩 때라면 존경, 왕.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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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홍실이 2006/04/06 23:47

    앗. 제가 말씀드린 교과서란.... 대딩 시절... 생리학, 병리학, 내과.. 뭐 이런 거... ㅡ.ㅡ
    중고딩 때 교과서는 피차일반... 여학교 사물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쁘게 포장된 교과서가 절대 아니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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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새벽길 2006/04/07 00:52

    가끔씩 조숙한 분들이 계셔서 사람 기를 죽이는 경우가 있걸랑요.
    생리학, 병리학에 Marx의 말이... 안 어울립니다.
    하긴 저도 고시공부할 때 겉표지는 아니지만, 이상한 낙서가 고시서적의 여기저기에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뭐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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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molot 2006/04/07 09:21

    음 그런 문구를 교과서 표지에 써놓고 닥터 노먼 베쑨을 꿈꾸셨던 게로군요. 한길을 쭉 걷는다는게 참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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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새벽길 2006/04/07 11:17

    어쩌면 체 게바라를 꿈꾸었는지도 모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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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pillory 2007/09/03 02:21

    괴테의 말이었던거 같은데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인용했던거 같아요. 백두출판사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읽으면서 황당했던 기억이..
    출판사 뒷표지에 나오는 글은 녹두 출판사...였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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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새벽길 2007/09/04 10:28

    pillory/ 저는 출판사 뒷표지에 나오는 걸 '이론과 실천' 출판사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이것도 나중에 찾아볼까나. 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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