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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4/22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9
    외딴방
  2. 2011/04/22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7
    외딴방
  3. 2011/04/22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6
    외딴방
  4. 2011/04/21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5
    외딴방
  5. 2011/04/21
    습작 - 열아홉의 그녀 4
    외딴방
  6. 2011/04/20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3
    외딴방
  7. 2011/04/19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2
    외딴방
  8. 2011/04/19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1
    외딴방
  9. 2011/04/15
    습작 - 아이들 2
    외딴방
  10. 2011/04/13
    습작 - 아이들 1
    외딴방

습작 - 열 아홉의 그녀 9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가 다시 밀어 닫으며 꾸욱 눌렀다, 라푼쩰의 성 문을 폐쇄하듯.

진은 입술에 묻은 뭐라도 닦는 것처럼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돌아서다가 마루 건너, 제 방문을 열고 나오는 이수와 마주쳤다. 비는 그친 듯 했으나 밤 어스름이 내리고 있는데 겉옷을 대충 꿰어 입으며 가방을 끌듯이 옆구리에 걸고 젖은 운동화를 그냥 꿰어신는다.

" 다 저녁에 어딜 가. "

대답은 커녕 돌아보지도 않고 성난 듯 홱 현관문을 밀어젖히고, 몸을 빼면서 툭 던지듯 말한다.

" 더 늦기 전에 집에나 ! ...데려다 주던가. "

신경질적으로 열어제꼈던 현관문을 손끝으로 떨구며 슬쩍 돌아보는 이수의 얼굴은 못 마땅하다는 듯 잔뜩 찌푸러져 있었으나, 눈길은 진의 방문 쪽을 스치듯 흝고 갔다. 

맞대거리라도 할 듯 현관 앞으로 따라 나왔던 진은 하지만 그냥 마루끝에 걸터 앉은 채 속울림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가슴에 한 쪽 손을 얹고. 음. 그녀가...근데, 저 자식이...

머리속에선 뭔가 상황을 좀 수습하여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되돌려야할텐데. 하고 고민이랍시고 떠오르지만. 진은 입가에서 툭툭 떨어지는 미소를 수습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녀를 다 안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자신의 속을 다 알게 된 것 같아 한껏 시원스러웠다. 이런 거였군. 하는 생각, 이런 느낌이군. 하면서 저의 사춘기도 이젠 졸업을 하게 되었다하는 맘에 마냥 기꺼웠다. 동생 뿐아니라 아이들, 여고이던 그녀의 남녀공학이던 십대의 청춘들이 애써 곁눈질하고 인내하고 숨고 싶어하며 또 좌충우돌하기도 하면서 겪고 있는 성과 사랑, 신비와 의혹, 불안과 자만, 이제 자신은 그런 혼란에서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진은 모든 것이 좋았고 밝게 느껴졌으며 그녀 또한 자신과 같다고 생각했다. 말로 안 한다고 그걸 모르리. 그 얼굴을 보면서. 그 몸짓에 함께 휘감기면서. 그녀의 감정이 피부 위로 새겨지는데, 그녀의 욕망이 데일 것처럼 스며오는데. 자신에게 있어선 아련하고 몽롱하며 부정확했던 모든 것이 그녀에게서 구체화되었다. 분명해졌고 또 정직해졌다. 그녀는 그 얼마나 용맹스러운가. 눈으로 말하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 아..."

진은 욕실에서 나오며 아뿔싸. 하였다. 그녀는 현관의 안쪽 문을 열어둔 채 소리없이 빠져나갔다. 침대 위를 다소곳이 정리해 둔 채. 시트를...빼 갔다.  부러 장 문을 열어 새로 패드를 내어 깔아두는 그녀의 손길이 눈에 보이는 듯. 책상 근처를 살피다 식탁 위에 라면들을 얌전히 내어놓고는 그 슈퍼용 비닐봉지에 힘들게 시트를 접어 넣고는 누가 볼세라.

" 그걸...싸 들고 가냐...이 여자가 정말..."

이 애가 그걸 어떻게 세탁하겠나 싶어서? 아님 다른 뭔가가 아까운 듯. 음..츳. 하면서 진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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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7

" 이름. "

그녀는 새로 하이얗게 티셔츠를 갈아입고, 커서 헐렁한 바지를 구겨 입은 채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젖은 머리가 수건 위에서 가지런히 놓여진 것이 손가락으로 애써 빗어내린 듯. 빗물에 씻긴 말갛고 하얀 얼굴, 입술 끝이 분홍빛으로 찢겨져 있다.

" 차 마셔. 둥글레차야. "

" 이름, 넌 이 진이고 동생은 윤 이수야? "

" 응, 나만 성 바꾸고 동생은 아직. 할아버지가 싫어하시니까 아마 갠 그대로 갈꺼야. "

언제부터인가 동생도 저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않게 되었고, 같은 부모 아래 다른 성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진은 그렇다고 부모의 이혼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고 싶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외부인들의 시선이나 동정에 대해 신경쓸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 부쩍 혼자 만의 시간과 생각이 많아지고 있던 진이었기에.

" 흐응. 그렇구나. "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 더 묻지 않았다. 엄마의 뜻도, 할아버지의 생각도 알겠다는 듯. 그보다 동생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느냐면서 제 자신의 문제에 더 주목하고 있었다.

" 우산 빌려주려고 불렀대. 우리집 가는 건 줄 알았었다면서. "

" 으응... "

" 어디 가는 길이었어? "

진은 뜸을 두고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물었다.

" 그냥, 산책. 비가 오길래. 시원할 것 같애서. 걷다 보니 너무 많이 나와서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

진은 더 말하지 않았다. 더 캐어서 무엇 하리. 저리 상처받은 얼굴로, 저렇게 울 것같은 눈으로, 입술을 숨기고 싶어 달짝이며 고개를 외로 꼬고 있는 그녀에게.

두어번 접어올린 바짓단 아래로 가로 잘려진 종아리, 티없이 하이얀 피부에 도드라진 복사뼈, 짧은 발등 위로도 붉그레하니 상채기가 있다. 생긴 지 얼마 안되는, 무언가에 주욱 긁힌 듯한 자국. 젠장...이건 뭐 아동학대센터에 신고할 수도 없고, 뭐 이딴 경우가...싶은 진은 커다란 머그컵을 두 손으로 부여쥐고 있는 그녀가 추운 듯, 입술을 꼬옥 붙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집에, 그 커다란 상가 건물의 2층 어딘가에 숨어있을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엄마가 끄질려 나와 다시 손찌검을 당하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운 걸까. 내리 뜬 두 눈이 촛점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불안하게. 도망나온 자신의 비겁을 자책하는 듯.

" 추우면 이불 쓰고 좀 누워 있어. 난 피아노 연습할 게 있는데. 낼모레 면접을 봐야 해서. "

" 응. 그래, 너 할 일 해. 난 조금만 있다가 갈께. "

" 아니, 그냥 쉬고 있으라구. 천천히. "

별 말이 없는 그녀를 두고 방을 나왔다. 흐음. 차라리 교실의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는 수업시간이 더 편안하다던 그녀는 불안한 저희 집의 제 방이던, 남의 집의 남의 방이던 안락하게 한 숨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허나, 예민하게 곤두서는 신경보다 잠이 부족한 채 함부로 넘어뜨려졌던 그녀의 몸은 쉬고 싶어 어쩌지 못 하겠다는 듯, 이내 침대 속으로 기어들듯 누여졌다. 동그마니 움추린 채, 얇은 눈꺼풀을 내리덮었으나 파르라니 떨고 있는 그녀, 얕은 잠 속에서 허우적대는 듯.

그녀의 누운 침대를 손잡이 돌려 스르륵 문 열어보고 확인하면서 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한 발을 문지방 위에 걸은 채. 끼익. 하고 문 여는 소리가 뒤에서 나지 않았으면.

휙 돌아본 마루 건너 이수가 서 있었다. 굳었던 이마에 조금씩 인상을 팍 쓰기 시작하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 저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듯.

도로 문 닫고 식탁 앞으로 오니 이수도 마주 걸어와 의자를 내어 앉는다. 누이도 앉으라는 듯.

" 나도 차 좀 줘. "

진은 네가 타 마셔. 라는 말이 머리에는 떠 올랐으나 입은 꾹 다문 채 찻주전자를 가스불에 올렸다. 엄마가 출근하기 시작한 이후, 진이 먹고 있는 상 위에 제 손으로 밥 한 그릇 더 떠 와서 후다닥 먹어치우고는 빈 밥그릇 개수대로 숨기면서 자리를 뜰 지언정 누이에게 식사시중 들어달란 적 없다고 말하던 이수였다. 끓은 물 찻잔에 부어 둥글레 티백 넣어 가져다 줄 때까지 식탁 앞에 자리보전하고 있던 이수는 턱으로 앞자리를 가리킨다.

" 왜? "

" 뭘? "

진은 싱거운 놈. 하는 표정으로 털썩 자리에 앉았다. 제 앞엔 반 남은 물컵 만이 놓여있는데.

" 차 마셔. "

" 됐어. "

" 그럼 냉수라도 마셔. "

" 뭐? "

네가 또 시비를 걸 양이면 상대해 주겠다는 태세로 자세를 고쳐 앉는 진에게 억양의 강세 없이 말한다, 이수는.

" 물도 씹어먹어야 한대. "

싸울 생각 없다는 듯, 긴장 없이 이어말하는 이수.

" 씹어 먹으라구. 서른 번씩. 그게 건강에 좋대. "

진은 댓거리하기 귀찮다는 듯, 가만 있다가 물컵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입 안에 넣고 가만 있으니 조금씩 목구멍을 흘러내려가는 물줄기가 느껴온다.

이수는 그냥 쳐다보며 차를 홀짝 거린다. 뜨거워서라기 보다, 오래 앉아 있겠다는 듯. 피아노 좀 쳐 보지? 하더니 진의 방문을 한번 흘낏 하면서 조용한 걸루다. 하고 뒤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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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6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었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장대같이 굵게 쏟아지는.

맞으면 아플 것 같았다. 저는 아니라도. 함께 비를 맞고 있던 동생 이수는 아니라도. 그렇게 작은 어깨와 작은 발을 가진 그녀는. 여름이라도 추울 것같은 반팔 티셔츠에 어울리지 않는 체크무늬 조끼를 걸치고 기장 긴 티셔츠 아래로 역시 체크무늬의 플리츠 스커트를 휘감고있는 그녀는 맨발에 굽낮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발등 위로 흙알갱이가 묻은 걸 떨어내고 싶은 듯, 그녀는 장대비가 내리는 처마밖으로 한 발을 슬쩍 내밀었다 얼른 집어넣었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수는 제가 얼마나 더 크냐는 듯 그녀의 어깨 위에서 턱을 한참 높게 치켜들고 한길 건너만 응시하고 있다.

빗길에도 홱 지나가는 버스와 뒤미처 따르는 자가용과 택시들 위로 진을 발견하자 턱을 옆으로 기울이며 눈짓을 하는 이수는 니 친구 꼴 좀 봐라.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한참이나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현관을 들어서기를 거부했다. 괜찮아.라는 말만 연발하며. 우산만 빌려주라며. 집에 가야 돼.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 감기 걸린다니까. 빨리 들어와. 집엔 나중에 천천히 가구. 한낮인데 왜 그래. "

말하면서 진은 흘낏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잔뜩 먹장구름이 낮게 내려앉은데다 천둥까지 칠 기세다. 번쩍.

그녀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어깨를 떨었다. 입술을 딱 붙이고 있었으나 순간 부르르 떨리며 이빨까지 부딪히기 시작했다. 물 먹은 테가 잘 안 나는 조끼 안, 하얀 티셔츠가 몸에 딱 달라붙은 채 주르륵 흐르는 물방울을 밑단까지 안 가서도 후루룩 떨어뜨리고 있는 그녀, 오한이 나는 듯 했다.

손목을 잡아 끌다시피 하여 집안으로 들어왔다. 젠장...헨젤이 쥐어주는 뼈다귀도 이처럼 가늘지는 않으리, 뼈 모양을 본떠낼 것 같은 그 피부는 어린시절 처마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떼어 손 안에 쥐었던 때처럼 차갑게 미끌거렸다. 마룻바닥에 물 떨어지는 것을 수습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등을 떠밀어 제 방 안으로 넣고 커다란 수건을 가져다 머리에서부터 씌워 주었다. 서랍에서 새로 산 티셔츠와 예전에 입던 반바지를 한참 뒤적거려 찾아내어 침대 위로 던져주고 주전자에 물 끊여 따뜻한 차를 타오겠다. 말하고 방을 나왔다. 그녀에게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주기 위해.

" 어디서 만났어? "

이수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물어보았다. 옷을 갈아입고 있던 이수는 바지 허리춤을 얼른 올리며 인상을 팍 쓴다.

" 노크 ! "

" 알았어. 근데 어디서 만났어? "

" 바로 거기지, 어디야. 횡단 보도 앞에 서 있길래, 우리집 가려나 했더니 우산도 안 받고 완전 생쥐꼴이 되어갖곤 저쪽 네거리로 가지 뭐야. 거긴 뚝방길 밖에 없는데. "

" 그래서? "

" 뭘 그래서. 그럼, 그냥 가라 그러구 냅둬? 뚝방 공사한다고 다 헤쳐놔갖구 비오면 미끄러워서 위험한거 몰라? 안 그래도 산책로 폐쇄된 뒤로 깡패들만 돌아다니는데 거길 왜 가? 이 비를 다 맞으면서. 누나 친구, 좀 이상한 거 아냐? "

 하면서 이수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이 자식이! 말 조심 안 해 . "

하고 말하는 진의 목소리는 바깥쪽을 돌아보면서 잦아들었다.

" 어디 가냐 그래도 말도 없고 보고도 못 본 척 하구 그냥 막 가더라구. 그 꼴을 해 갖군, 내가 아니라도 네거리에 서 있던 경찰이 잡으러 올 태세였다구. "

" 경찰이 왜? "

이수는  한심하다는 듯 누나를 쳐다보았다.

" 신발 짝짝이로 신은 거 못 봤어? 머리는 산발에, 입술은 터져서 피 흘리고.  흙탕물 뒤집어쓴 채 고개 푹 숙이고 뚝방길로 올라가는데, 그게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품이지, 정상이냐구. "

그리고 이수는 이어서 중얼거렸다. 쫄딱 젖어서 젖탱이, 방탱이 흔들고 가는데...

" 야, 임마 ! "

빽 소리치는 진에게 손을 내저으며 알았어, 누가 뭐래? 하고 일찌감치 항복한다.

" 내가 붙잡아 두지 않았으면 어느 깡패같은 놈들이 따라붙었을 지 모른다는 얘기야. 그래도 돼? "

" 아, 그래, 암튼 잘 했다. "

그녀가 방에서 나올까 싶어 얼른 나가려는 진의 뒤에서 한마디 더 해보는 이수.

" 그러면 안 되겠으면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

" 뭐? "

" 애인 구해줬는데, 고맙지 않냐? 아직 따 먹지도 못 했는데... "

" 야 ! "

그예 진은 동생의 멱살을 잡았다.

" 지가 찔리니까, 흥분하고 그래. 아니면 말지, 왜? "

" 너..."

진은 멱살 잡았던 손을 놓고 조용히 말했다.

" 너, 진짜 말 조심해라. 거실엔 아예 나오지도 마. "

" 누나야말로, 조심하라구. 방에만 있지 말구..."

쾅 닫고 나가는 진의 남은 그림자에 대고 마저 말하는 이수.

" 아주...사고 치기 딱 좋은 분위기라구.  그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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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5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녀는 의자를 돌려놓고 창 앞에 앉아 있다. 타인의 책상을 살펴보고 있지 않았다는 듯? 창문을 조금 열어 둔 것을 보니 거리를 향해 있는 동생의 방과 달리 마당을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던 듯.

" 딸기 먹어. "

그녀는 응. 하고 간단히 답했지만 성겨하는 표정이다. 무척. 왜? 딸기 땜에?

거실의 한 쪽 벽에 놓인 피아노를 보고서도 그녀는 좋은 피아노네. 하였다. 윤기나는 밝은 갈색의 피아노는 진이 어렸을 때 엄마가 사 주신 것이었다. 비싼 건 줄은 알았지만 뭘 보고 좋다고 하는 건지 진은 몰랐다. 식탁 앞을 지나 진이 제 방으로 들어가자 하였을 때도 침대도 있네. 하였다. 별로 좋은 침대는 아닌데? 그녀는 창문에 커텐 대신 블라인드가 걸려있는 것에도 주의를 집중했다. 커텐 치렁이는 게 귀찮아서. 하였더니. 응, 아니. 가정집에서 보는 건 처음이어서. 하였다. 그녀 앞에 보여 보니 어쩐지 우리 집이 부자인 것처럼 느껴지는군. 하는 진이었다.  

" 난 내 방을 갖게 된지 얼마 안 되어서. 별로 어떻게 꾸며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 "

남매였기 때문에 진에게 자기 방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어져 있었다. 물론, 남동생이 태어난 뒤 집안 형편이 좋아졌다는 조건이 기저에 있긴 하였으나. 그녀 또한 남매들 중의 딸이었을텐데. 진은 들어가보진 않았으나 그녀의 집을 알고 있었다. 어느 저녁에 헤어지면서 집 앞까지 바래다 준다 하였더니 시장이 보일 때 쯤 되어서 저기 보이는 상가건물의 2층이라 하면서 엄마아빠가 가게 앞에 나와계실지도 모르니 그만 안녕하자 하였다, 그녀가. 제가 몰래 사귀는 보이프렌드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나 싶었지만 그녀는 부모님에게 무슨 말이든 길게 설명하는게 귀찮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빠는 무슨 일이든 꼬치꼬치 캐어 물으시니 저의 친구들은 모다 학을 뗀다고.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러면서 이층의 연이어 있는 창문들 중 하나를 가리키면서 저기가 제 방이라 하였다. 그래. 하고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다가 계속 서 있어 보니 아니나다를까, 창문들 중 하나에서 커텐이 살짝 걷히면서 미소를 지어보이는 얼굴이 나타난다. 손을 흔들며. 똑같은 모양의 창문들에 걸린 커텐은 모두 똑같이 뭔가 나뭇가지같은 무늬가 있는 연노랑색이었다.  

" 좋겠다.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방이 있으니. 마당도 있고. "

" 자주 놀러와. 우리 집은 식구가 적어서 거의 비어있다 시피 하니까. "

그녀, 흠칫 놀라며 쳐다본다. 진은 왜? 하면서 마주 보았으나 곧 밖에서 문소리가  난 데 이어 마루 위를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남자녀석들이란...꼭 제 존재를 온 집안에 알리며 들어오곤 한다. 몸무게 좀 더 나가서 그런 건 아닐게다. 사춘기도 늦게 맞고 있는 주제에 키만 컸지 얼굴은 애 같은 녀석이.

" 웬일로 ! 동생이 일찍 왔네. "

하면서 진은 마루로 나갔다.

" 누가 왔어? "

동생은 식탁 위로 가방을 내려 놓으며 현관 쪽을 턱짓하며 물었다.

" 웬일이야. 일찍도 다 오고. "

" 누가 왔냐구? 여자지? "

" 그럼, 내가 남자애를 집에 오라 했겠냐? "

" 누난, 그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뭘. 요즘엔 아침운동하면서 도장 애들하고 안 어울려? "

문을 열고 뒤따라나온 그녀는 인사를 해야 하나. 하는 듯 어색한 표정,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오다 말고 섰다.

" 내 동생이야. 이수. 이름이 윤 이수야. "

" 안녕하세요. "

아...놔...깍듯하기도 하네, 이 아가씨가.

" 네에...안녕하세요. "

이수는 저도 같이 공손히 인사를 하더니 식탁 위에 올렸던 가방을 도로 줏어들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쓱 한 번 돌아보면서.

뒤통수로 쳐다보듯, 눈을 사시로 뜨고 귀를 쫑긋거리던 그녀는 문 닫는 소리를 듣고서야 훅 하고 숨을 내쉬었다.

" 아, 배 고픈 것 같다. 빵 구울까? "

" 응. "

토스트에도 토스트기계에도 관심없는 듯한 그녀. 빤히 쳐다보면서 말한다.

" 몇 학년이야? "

" 중 2.  키만 컸지, 나이는 더 어려. 학교 일찍 들어가서. "

" 대따 잘 생겼네... 그럼 너랑 몇 살 차이야? 네 살? "

" 음...그렇지. "

진은 말을 먹었다. 그녀가 잘 생겼다고, 그것도 대따. 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워선지, 아님 웃기지도 않아선지 알 수 없었다. 나이 차이를 굳이 묻는 것에도 순간 헷갈리고 있었다. 아, 세 살 차인데. 저도 학교를 일찍 들어갔으니. 근데 말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녀는 학교를 늦게 들어가서 보통보다 한 살이 더 많았으니. 큰일날 뻔 했네. 진은 입안에 침이 말랐다. 뭣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식빵을 맛으로라기 보다 갓 구워낸 바삭한 질감으로 맛있게 먹고 갔다. 진이 잼을 더 바를 꺼냐고 물었으나 아니라면서. 단 걸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듯. 바래다 준다 했으나 어둡지도 않은데. 하면서 동생방을 흘낏 건너다 보며 그냥 가겠다며.

음...진은 뭔가 동생 때문에 제대로 안되었다는 생각에 울컥 짜증이 났다. 빵 잘라 담았던 접시를 덜컹거리며 개수대에 넣어두는데 기척도 없이 이수가 나와있었다.

" 씻어 두라고. 엄마 와서 저녁 차릴 때 귀찮쟎아. "

식빵 먹으면서 뭘 접시까지. 하더니 식탁 앞에 앉아 마저 중얼거린다.

" 버터 나이프에 포크까지. 아주 공주님이시구만. "

" 뭐라 그러냐, 너. "

" 걔 뭐야? 소꿉장난 해? 고등학생들끼리? "

" 야, 너 누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너하고 나이차가 몇 인데. "

" 얼씨구. 누나야말로 나하고 네살이나 차이나냐? 두살 반밖에 안되면서, 뭘 그렇게 늙은 척을 하고 싶어 해? 왜, 그 여자애가 한 살 어리다구 깔볼까봐 그래? "

" 그런 애 아니거든. 누가 다 저같은 상황인 줄 알아. "

인상 팍 쓰면서 내가 무슨 상황 ! 하면서 빽 소리를 지른다. 자식, 혼자 찔리기는.

나야말로 찔리네. 하는 진은 음, 두 살 차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생일이 몇 월인가. 담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2년하고 몇 개월이 더 나는 건 아니겠지...설마. 순진하게 기대하는 열 일곱의 진, 그러나 열 아홉의 그녀가 잔머리를 굴리는 만큼 얼마나 더 성숙할 지에 대해선 감도 못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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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아홉의 그녀 4

" 본관 출입문이 커다랗고 두터운 유리로 되어있는데..."

하면서 그녀는 웃음을 흘린다. 점심시간에 부러 나가서 보니 정말 깨지고 없더라며. 또 쿡쿡 웃는다. 웃겨서라기엔 그 얼굴이 너무나 정에 겨웁다. 딸아이가 사고 친게 너무 귀엽다는 듯? 아니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개그를 하는게 너무 사랑스러웠다는 듯.

" 얼마나 빨리 뛰어갔는지 유리창을 그냥 통과하고도 하나도 다치지 않았대. "

그 말을 하면서는 조금 걱정도 되었다는 듯 살짝 미간을 굳힌다.

" 믿기 어려운데. 그 두꺼운 유리문을 통과했다고? "

진은 지금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티비 프로그램 얘기를 하는 거냐는 듯, 중국 오지의 어느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건을 오래 된 신문기사를 증거로 들이댄들 그걸 어찌 다 믿겠냐는 투로 말했다. 사건에 중심을 두면서.

" 그래? 그런가? "

하는 그녀, 사건의 진실 유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는 옆반의 여자애가 더 중요한 듯한 그녀의 표정. 짧은 고수머리에 마른 체형, 역시나 키가 크고  그늘 없이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는 옆반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녀.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 그녀는 같은 써클의 남자애도, 잘 생긴 상급생 오빠도 아닌 옆반 여자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한 번도 말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며 봤겠지. 복도에서나 운동장에서.

진은 또렷하게 의식하지는 못 했지만 이건 일종의 데자뷰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훔쳐보기를 하듯 눈길 꽂고 있다. 중학시절, 한 번도 같은 반인 적이 없었던  키가 크고 성격 활달한 어느 여자애를 줄곧 쳐다봤던 것처럼. 자신이 아닌 주변의 친구들과 큰 목소리로 말 주고 받으며 휘적휘적 내어달리던, 항상 미소를 흘리고 다니던. 적당히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왜냐하면 가끔 운동장에서 체육시간에 피구나 발야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늘 가볍고도 우아하게 콤파스를 놀리며 뛰어다니고 있으니. 던져오는 공을 받아 자연스럽게 튕기기도 하면서 제비처럼 허리를 쭉 펴고 던져 올리기도 하는 것을 운동장의 다른 구석지에서, 아이들의 등 뒤에서 어색하니 성겨 선 채로 바라보고는 했을 테니.

" 다 먹었으면 이제 뭐할까? "

진은 속이 틀어지는 걸 느끼며 그녀의 수다를 끊고 나섰다. 잠시 좋아하는 팥빙수를 느긋하게 먹으며 긴장을 풀고 있었던 그녀는 상념이 끊어지는 것에 채 적응을 못 하고 시선을 잃었다. 금방 이제 뭘 해야 하나하는 고민에 빠지기에 쉽지 않은 듯. 얼굴 굳어지는 그녀를 보며 진은 자신이 사실은 냉정한 성격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얘들이 친구 만나서 다들 뭘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지. 하는 생각을 그녀는 하고 있는 듯 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하고 수다 떨다가 아쉬운듯 시계를 쳐다보며 교정의 벤치에서 일어나거나 친구네 집 거실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는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뭔가 볼일이나 할 일이 있어야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편했기에 기껏해야 숙제나 가사 준비물을 사러 가거나 아니면 같이 시험공부를 한다라고나 해야 친구와의 약속을 잡을 수 있었던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집에서 혹은 거리에서 보내곤 했었다.

" 오늘 피아노 렛슨 취소되었는데, 넌 뭐해? 집에 있으면 나올래? 너네 집이랑 우리 집 중간에 분식점 있지? 거기 팥빙수 시작했더라. "

불쑥 전화를 해 온 진에게 응. 그래. 하고 간단한 답변으로 약속을 잡은 그녀는 분식점으로 넘어오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만 해도 얼떠름한 표정이었다. 통화하고 30분도 안 되어 나온 그녀. 학교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듯, 하얀 블라우스에 플리이츠 스커트와 그와 같은 패턴의 조끼, 갈색 단화 위의 발목 위로 반접혀진 가로선이 참 단정하다. 벌써 초여름, 반팔에 짧은 스커트의 여자들은 학교 근처에서도 쉬이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은 멋을 안 부려도 편안한 티셔츠나 청바지를 즐겨 입고 있었다. 마치 중세 수도원의 견습수녀를 보고 있는 것 같군. 하는 생각을 하며 진은 자신이 입고 있는 청색의 체크 남방과 블랙 진을 잠깐 내려다 봤다. 운동화, 나이키를 신고 있었다. 흠...동생 이수와 같이 골라왔던 쇼핑품목이었지만 저 애는 횡단 보도 맞은 편에서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한 손을 들어 귀엽게 웃어보이긴 했으나 어색한 품이. 촛점없는 시선으로 그냥 건너다 보는 듯 하지만  아. 폼 나네. 하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학교에서 수다하는 여자애들의  오늘의 가장 큰 화제꺼리였던 사건을 옮기면서 시종 옆에서 줏어들은 이야기인 듯, 간접화법으로 두리뭉실 얘기하면서 정작 주인공이었던 여자애를 묘사하는 데서는 구체적인 걸 보니. 그 외모며 스타일이며 행동거지가 기실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보이쉬하며 멀대같고 덜렁덜렁 대는 것이.

" 아직 한낮인데 집에 가서 영화 볼까? 비디오 빌려서. "

"  응? 그. 글쎄. "

완전 당황하는 그녀.

" 집에 누구 있는데? "

비디오 보자 해서? 집에 가는게?

" 없어. 엄마는 일 나가셨고. 동생은 맨날 늦게 들어오는데. "

미간 굳히고 있는 그녀.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아무도 없는 집에. 친구네 집인데. 좋다고 벌떡 일어나 놀러가자 해야 하는게 여자친구들 사이의 정석인데.

" 응. 그래. 비디오 가게 어디 있는데? "

말을 하고 있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표정이다.

" 여기서 가다 보면 있어. 시장 끄트머리 쯤에. "

안다는 듯한 표정. 흠. 진은 조금...재미가 동한다.

조금 뒤미처 따라오는 것이 처음 가는 친구집이니 그러하다는 듯의 제스츄어지만 그녀는 모퉁이를 꺽을 지점에서 전혀 망설임이 없다. 저의 집 앞이 시장인데, 옆 동네 시장길을 어찌 이리 잘 아누. 하는 생각이 드는 진. 혼자 재미지고 있다.

" 과자랑 음료수 좀 사 갈까? "

" 별로 괜찮은데. "

" 집에 식빵 밖에 없는데. "

" 식빵? 잼도? "

" 응. "

" 맛있겠다. 식빵에 잼 발라 먹자. "

흐음. 토스트 같은 걸 좋아하시는 군. 맨 달기만 하고 맛도 없구만. 서양사람들의 패스트푸드 같은 걸. 하고 진은 생각했지만 식탁 위에 놓인 2단 짜리 토스트기를 보자 그녀는 어머, 예쁘다. 한다. 아, 그래. 모양새로 먹는 구나. 하고 눈치 채는 진이었다. 엄마가 상차림을 귀찮아 하며 아침, 저녁으로 때우는 걸 보면서는 안쓰러웠는데.

마당의 작은 화단을 보면서도 손질 안된 장미목 몇 그루 있는 것을 보면서도 함박 웃음을 짓던 그녀. 낮은 계단을 몇 개 올라 현관을 들어서면서도 옆으로 이어진 베란다의 빈 공간에 눈길을 준다. 전형적인 단층의 단독주택. 그녀는 지붕이 세모꼴이니 그렇게 경사진 천정이 있는 다락이 있을게 아니냐며 벽면을 휘이 둘러본다.

" 없는데? 다락. "

" 그래? 이상하네. 단독주택들은 모두 있는데. "

초록색 지붕 아래 동그란 창도 있던데. 하는 그녀. 진은 자기도 그걸 밖에서 봐서 알지만 본래 천정 높았던 거실에 빛이 너무 드는게 싫었다던가, 낮게 천정을 다시 치면서 안으로 숨었을 꺼라고 말해 주었다. 한번도 거실의 천정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었지만 지금 지붕과 집의 모양새를 보니 그런 것 같았다. 하, 완전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구만. 하는 생각을 하며 진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집 앞까진 뻘쭘하게 따라오던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놀라움과 미세한 흥분까지 나타내자 진은 저도 따라서 기분이 흔들흔들 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단화를 벗고 얌전히 마루로 올라서며 흘낏 뒤돌아 현관 바닥에 신발들이 가지런한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에도 가슴이 꾸욱 눌러지는 듯 했다. 흰색, 반접은 양말, 자그만한 발이 사뿐히 마룻장을 밟는다. 아, 발...진짜 작다.

운동화보다 단화가 더 작아보이기는 했으나 벗고 보아도 제 발은 발가락도 길어 여자치곤 왕발이라 할 만한데, 이 애는 거의 전족의 중국 여인들 수준이군. 몸이 가벼워 달리기를 잘 했나. 하고 생각하는 진. 중학시절, 400계주를 할 때 제 앞에서 뛰던 그 애가 훌쩍 거리를 띄우고 멀어지던 것을 떠올렸다. 순 악바리라니깐. 그런 생각을 그때에도 했었는데. 지금도 체력장에서는 1등급이라던가. 몹시 뚱뚱했던 학년톱이 시기의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기에 함께 시선을 주었었는데 그런 식이니 공부를 잘 하는 애들도, 못 하는 애들도 그녀를 가까이 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뭐, 말수라도 많고 좀 편한 표정을 지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진은 그러나 혼자 있던 그녀가 왠지 더 기껍게 느껴진다. 지금, 자신이 그녀와 함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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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3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무언가를 나누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수다, 그것은 전화왔다고 알려주면서 자리를 비켜주거나 적어도 전화기 앞에서 아이들이 부담없이 머무를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녀의 집에 전화는 가게에 하나 있었고 그것이 브랏찌되어 안집의 거실에 하나 있었다. 그리고 전화는 오직 가게에서 먼저 받아 집안의 어른이 아닌, 조막만한 계집애에게 부러 목청 높여 전화 받아라아 하고 외쳐주고 그러고도 통화시간을 기다려 줄 만큼 아이에 대한 배려를 담은 매개는 아니었다, 그녀의 부모에게 있어서. 무언가를 먹어라. 하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했고 저 애는 입이 짧아서. 새앙쥐처럼 빼빼 곯아서도 제대로 먹는게 없다고 탄식을 했지만 그 외에 무얼 해 주어야 하는 지에 대해 그녀의 부모는 아무 것도 몰랐다, 정말로. 나중에 아이들을 보살피는 그녀를 옆에서 보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우리는 애들 데리고 놀이터 한 번 갈 줄을 몰랐는데. 하면서 비난인지 한탄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 것처럼.

그녀는 항상 여보세요. 하고 낮고 무감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뭐 해? 하고 물으면 그냥 있어. 하고 밥 먹었어? 하면 응. 하고 바쁘냐 어쩌냐 해도 그냥, 뭐. 하고 짧게 끊어 대답했다. 화제를 잇지 말라는 듯.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듯. 그 조차도 그녀에겐 여유가 없는 듯 했다. 송화기 너머 전화를 끊으라는 엄마나 아빠의 고함소리가 타 넘었고 수화기를 만지작 거리는 그녀의 불안함이 말끝을 재게 잇는 목소리에서도 느껴졌다. 몇 번인가 전화를 하다가 채 안녕.하지도 못 했는데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면서 진은 화법을 달리했다. 나야. 하고 말하고 시간 있느냐. 언제 있느냐. 어디로 나올테냐. 거기로 나와라. 몇 시에. 하고 그럼, 이따 봐. 하고 끊었다. 그녀가 숨을 돌리며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마음이 놓이는 걸 느끼면서.

그녀는 떡볶이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앞에는 짜장떡볶이가 유행했는데 그녀의 패거리들과 함께 먹노라면 항상 몇 번 들지도 않았는데 젓가락 집을 것이 없다고. 네가 느리니까 그렇지.하고 말 했지만 먹는 걸 보고 있으니 흡사 서른번 씹기 운동을 하는 비만녀와도 같다. 눈치 보는 그녀. 앞사람이 수저를 놓으면 곧 따라 놓는다. 기다려주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듯.

 

" 마저 먹어. "

" 아냐. 다 먹었어. "

" 흠..."

이 애는 매사에 제 욕심을 차리는 법이 없다. 하는건 돌려 말하는 거고 대체로 눈치를 너무 본다. 보통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점잖은 척을 하고 누가 사소한 양보를 하는가. 요리실습을 하면 누구나 도마와 칼을 잡고 싶어하지, 행주를 빨거나 설겆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작은 키의 아이들을 앞으로 나오라 하여 번호를 정한다 하였더니 1번이 된 아이가 엉엉 울었다던가. 하여 그 자리로 밀려나오면서도 이게 창피해야 하는 일인가 싶었다는 그녀. 그럼 키작은 사람들은 모다 부끄러워하며 기죽어 살아야 하느냐구. 그녀는 세인들의 편견이 잘못된 것이니 그에 휘둘릴 것 없다고.

" 네 말이 맞지만 보통, 그렇게 사람들의 기준을 다 무시하고 살면..."

그녀, 눈을 들고 쳐다 본다. 슬쩍. 금방 시선을 돌리며.

" 외롭지 않아? "

" 잘난 척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녀는 제 말을 다 못 끝내고 진의 외롭지...하는 말 때문인지 허를 찔린 듯 낭패한 표정이 되었다.

" 글쎄... "

그녀는 외로와한다. 그조차 내색을 안 하면서. 세상 만사에 무심한 척을 하며. 네게 내가 무엇을 하였는데. 하고 말하고 싶은 듯. 그나마 꽃이라도 받았으니 상쇄할 수 있겠으나 고백을 하고 1년여가 지난 뒤였으니 의심을 못 버린다. 네가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눈빛.

패거리의 친구들 얘기를 하면서 그녀는 너와 친구하는 것에 별 감흥이 없다 하는 듯하다. 일상의 여자애들은 오며가며 대화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다 떡볶이도 먹으러 가고 집에 와서 전화하면서 수다도 떨고 몇 더 끌어모아 나이트도 가고 그러다가 미팅도 한다는 듯. 학창시절의 친구들이란 그런 것이려니. 반이 갈리고 학교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멀어지고 혹여 집이라도 가까우면 가끔 만나 근황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다들 그렇게 친구를 갖고들 있지 않느냐며. 네가 나를 친구하고 싶어하는 건 의외이나 같은 중학교를 나와 우연히 몇 번 마주치다 몇 마디 얘기 나누다 서로의 집도 그닥 멀지 않고 하니 이리 같이 분식점을 올 수 도 있는 게지. 이렇게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얼굴. 글쎄...

진은 조금, 아니 많이 늦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참 지나서도 계속 하게 되었다. 그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의 첫 1년 동안 상처를 많이 받은 듯. 세상은 잿빛이며 인생은 절망스럽구나. 감성을 나누고 사상도 나누고 지와 사랑도 나눈다 생각하였던 짝궁이 미련없이 이과를 선택해 가는 것을 보고, 저 이가 어째 저러한가. 나와 함께 철학과 문학을 논했던 이가. 내가 써 보낸 수많은 편지와 거의 일기에 가까왔던 생각의 나눔이 저 이에겐 그저 사춘기의 방황이었을 뿐인가. 나르찌스처럼 데미안처럼 그리고 짜끄 티보처럼 저는 친우를 사랑한다 생각했는데 어찌하여 저렇게 무감할 수 있는가. 제가 알지 못하는 수학 2를 공부하고 그에 몰입하기에는 너무 건조하게 느껴졌던 물리와 화학을 공부하겠다 하는 짝궁을 이해하지 못 하면서 그녀는 내 슬픔에 동조하는 이가 없다. 내 절망에 함께 답을 구하고자 하지 않는 구나. 아직 세계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진리를 얻지 못 했는데, 어찌 저렇게 구체적인 현실을 바라보고 미시적인 물리의 법칙을 탐구하겠다 하는가. 너는 이과를 가겠다 하나, 나는 그에 동반할 수 없다. 그것이 오히려 더 슬프나, 네겐 나의 동반이 아무러하지도 않구나...

" 여자애들은 보통 문과를 선택하지. 이과에선 남자애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

흠...말하나 마나다. 그녀는 현실의 구조에 관심이 없다. 진은 그녀가 아예 인식을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거기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그 학문에 몰입할 만큼 애착이나 적어도 취향이 있는가 아닌가이다. 그녀는 물리를 선택했다. 보통의 문과 여자애들이 선택하는 생물이 아니라. 화학이나 지구과학을 쉽게 암기로 편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준비에서의 효율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나마 물리가 공부할 만 하다하는 그녀는 특히 운동법칙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아인쉬타인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는 잠시 원자의 반감기같은 것을 흥미롭게 들여다보았으나 핵문제와 과학자의 양심에 관한 장이 말미에 나오자 사회적인 문제와 과학의 학문성 같은 것을 고민하느라 더이상 즐겁지 않아졌다 했다.  그녀는 몰입할 수 없었다. 사회적 관계성을 떠난 학문에 대해서도, 예술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에 대해서도.

그녀가 무엇을 욕구했을까. 보통의 여고생들이 그러하듯 주목받고 싶어했고 인정받고 싶어했으며 또 사랑받고 싶어했다. 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 그대로. 하지만 그걸 표현해 내는 방식은 개개인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직설적으로 혹은 은근하게. 외향적이거나 혹은 내성적으로. 그녀는 후자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극단적으로 그러하였다. 때때로 반동형성의 양상으로 나타날 만큼 그녀는 자기 억제의 성향이 강했다. 얼마나 강했냐 하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잊어버릴 만큼.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에도 욕심이 없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러 온 것이 많이 늦었다고 생각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더이상 누군가를 동경하지 않았다. 사랑한다 느끼지도 않았고 욕심을 가져보려 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한다 해도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혹여 사랑 비슷하게 할 수 있다 해도, 그건 너의 착각이거나 다른 종류의 감성일 것이다. 각각의 개인들은 그 자신의 생이 있으니 자기 앞에 사랑이 필요할 때 사랑하는 것이지 타인을 위하여 사랑하는 것은 아닐찌니. 그녀는 영화나 소설 속의 연인들을 보면서는 음, 그네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 궤가 맞아들었을 때 서로를 연인삼은 것 뿐이다. 하고 통찰했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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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2

그녀는 열 아홉살이었다. 

입시 스트레스에 치여 지내야 했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두번 째 해에.

1학년 때부터 성적을 강조하는 분위기의 교실에서 혼자 딴짓하기만을 계속 하던 그녀는 전혜린을 함께 읽는 짝궁을 만나 한때 행복했노라 하였다. E.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한 열망을 키웠으며 소유냐 존재냐 혹은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고 있는 짝궁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수업시간 중에나 아니나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감상을 짧게 혹은 길게 휘갈겨 쓴 쪽지를 짝궁에게 보내고 또 받으며 사고를 진전시켰으며 점심시간 내내 서로 아무 말 없이도 운동장을 돌며 산책을 계속 하기도 했다. 교환일기, 그걸 쓰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제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랑의 대상이 짝궁이 아니어도, 부드러운 센티멘탈리즘에 빠져 글을 쓰다 보면 제가 사랑에 대해 쓰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없이 낭만적인 상념에 빠져들고 있었다. 청회색, 그녀는 자신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은 그런 색조로 물들어있었다고 말했다.

- 고등학생이 되면 다를 줄 알았어.

그녀는 열다섯살을 넘긴 중학시절에 사춘기를 졸업했고 인식은 꽃처럼 지평을 넘고자 했다. 사상, 자유, 학문과 사랑, 그런 것들에 대한 열망은 국어선생님과 작문, 세계사, 그리고 지리 선생님에 대한 존경으로 이어졌으나 교과의 내용과 진도, 시험문제 따위를 통해서는 충족될 수 없었다.

- 국어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학교에 있지 않았을 지도.

그녀는 특히, 2학년이 되어 짝궁이 이과를 택해 다른 반이 되자 더더욱 외로움을 느끼며 그리 말했다. 선생님을 따라 스카우트활동을 했으나 교실보다 더 밀접하고 가까운 교우관계를 형성해야 할 단실에서 그녀는 더 두드러지게 외돌아졌을 뿐이었다.

- 군중 속에 묻혀있으면 말없이 있어도 티가 안 나는데...

그녀는 동급생들이 떠들어대는 어떤 화제에도 동참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소재에도 그녀는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기에. 티비를 보지 않았으므로 연예인의 이름을 몰랐고, 엄마가 사다 준 시장의 옷 외에는 입어본 적이 없으므로 브랜드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하다못해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상급생 오빠에 대해서도 함께 손 붙잡고 매점을 오가면서 수다하는 친구가 없으니 아는 척할 만한 이름이 없었다.  말참견을 할 수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댓거리를 안 하는 그녀에게 아이들은 더 말 붙이지 않았고 떠들고 있는 아이들과 나란히 테를 만들고 있기는 점점 힘든 일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등을 보인 아이들의 테두리 밖에 혼자 앉아 있거나 앉아있다가 창 밖을 보거나 얘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나 못내 궁금증을 못 이겨 아까 읽던 책을 다시 펴 들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떤 아이였느냐 하면,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고 아는게 많은, 한마디로 공부 잘 하고 재수없는 여자애였다. 중학시절부터 고교시절에도 내내.

똑똑한 아이. 라는 레테르는 이미 중학시절에 붙여졌었다. 같은 반이 아니어도 진은 그런 말을 아이들이 아니라 선생님에게서 들었었다. 교무실이나 음악실을 오가면서 선생님들은 아주 유식한 애가 하나 있다고. 수업 중에 나오는 인명이나 지명을 다 알아 먹는 다고. 공부도 잘 하고, 괴테의 소설을 읽고 있던데 아주 문학소녀야. 하면서 문과계열의 선생님들은 수업할 맛이 난다고 하였었다. 덕분에 한때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하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스파르타요. 아테네요. 하고 대답하는게 유행이었다. 

그녀는 소통이 되는 토론식 수업이 가능했다면 학교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녀는 공부를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걸 좋아했다. 알고 아는 것을 넓혀가고 넓은 지식의 세계에서 진리를 깊이있게 탐구하고 싶어했다. 세계, 인식, 영원한 것과 삶의 진리, 세계사의 필연과 결론에 대해. 인문계 고등학교란 아마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또 논구하는 곳일 것이다. 그녀는 독일의 짐나지움 혹은 프랑스의 대학과 같은 분위기에서 학문에 몰입하고 싶어했다. 알지 않고서 어른이 되는 것, 사회에 나아가는 것에 대해 그녀는 겁내 했고 경험하기 전에 먼저 인식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등학교란 그런 곳이 아니다.

그녀가 성적을 떨어뜨린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어쩌면 그걸 통해 묻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수업을 잘 듣지 않았으나 그건 교과서 몇 페이지의 진도를 나가는 데 40여분의 수업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분이면 읽을 수 있었고 읽은 것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부연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험범위에 입각하여 공부를 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무의미하거나 나아가 가식적이고 굴종적인 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성의 없이 시험을 치르거나  답안지를 한 줄로 메꾸었고 한번은 이름만 기재한 빈 답안지를 낸 적도 있었다. 그리고 담임에게 불려갔고 원하는 내용의 피드백이 아닌 질타와 걱정만 한 아름 듣고 돌아와 이후 선생에 대한 기대를 끊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학교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학교는 어떤 필요가 있는가. 대학을 가기 전에 거쳐가는 기관으로만 존재했다. 그런데 그건 이미 한국의 모든 학생들과 그 부모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걸 부러 깨닫거나 또 절망하는 것은 오직 그녀에게만 새삼스러운 일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절망했고 몹시 우울해했다. 그녀가 마음 둘 곳 없이 방황을 계속 하면서 그렇게 무미건조한 채 조금씩 웃게 된 것은 그저 실소였으나, 그 미소를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게는 되었다. 2학년 시절 한 패의 친구들과 떠들고 웃고 떡복이집이나 나이트를 가게 되는 것. 그 속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친한 척 했으나 그건 그저 1학년 때의 짝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겐 무엇이 필요했을까.

마음을 나누며 동문수학할 벗이 필요했다. 혹은 연인이 필요했을 지도.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그때 열 아홉살의 물 오른 처녀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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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열 아홉의 그녀 1

그녀는 열 아홉살이었다.

입시를 칼처럼 목에 걸고 듣느니 네가 몇 점이냐, 보느니 재가 몇 등인가 하는 폴 인 스트레스의 상황이었으나 욕구를 유예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춘향이가 몇 이었고 길동이는 몇 이었으며 또 죽음을 결심한 쥴리엣은 몇 이었나. 고등학교를 이리 규방처럼 옥죄이고 머리로만 공부하라 할 양이었으면 여자들은 좀더 일찌기 취학하여야 했을 것이다. 대학이 길이 아닌 빈궁의 여식들은 상고를 다니며 화장하는 법조차 배운다 하고 음악시간엔 음악을, 미술시간엔 미술을, 그리고 무용을 안 해도 체육복을 터질 듯이 입고 햇살 아래 허벅지를 드러내며 신체활동을 즐긴다는데. 여대생이 되어보지 못 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후일 결혼하고 애 낳고 그 애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가슴 저변에 깔고 살다가 방통대를 기웃거리는 2프로 부족한 현모양처가 될 지 언정, 지금 그네들의 청춘은 자유롭다.

자유를 갈구하는 맘이 그녀를 밤에 나가게 한다.

경제력이 없고 용돈을 받아 늘 주머니가 풍족한 부잣집 딸도 아니었으니 그녀는 밤에 갈 데가 없다. 낮에도 교실에만 있었고. 집에 와서는 제 자그마한 방에 처박히고 싶으나 깔끔하니 치운 책상 위, 빨간 라디오 하나 구석에 놓고 93.1 메가헤르쯔의 에프엠 음악방송을 듣고 싶으나 지 선상의 아리아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고함소리에 떠밀려 집을 나오고 말았다. 아버지는 매사에 성난 고함소리와 욕지기로 제 속의 화를 쏟아내었으나 그걸 쓰레기처럼 뒤집어쓰는 엄마는 속으로 골병이 들고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오늘의 스트레스 지수는 보통에서 약간 상위이긴 하나 폭력이 난무하는 고수위는 아닌 듯 하니, 그녀는 엄마가 매 맞지는 않으리. 허나 저리 정신적 고통과 괴롭힘 당하는 것에서 구해 나올 수 없고 그렇다고 함께 당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 하며 도망치듯 나온 것이다.

- 내가 무어라 했는가. 진즉부터 저런 남편을 버리고 이혼해서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을테니. 함께 나가자. 하지 않았던가. 그리 하지 않은 것은 엄마이니, 저리 당하고 사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허나, 나는 필히 나갈 것이다.

그녀는 그런 말을 열 서넛 먹은 나이부터 엄마에게 해왔었다. 진지하게, 사정하며, 나중엔 비아냥거리며. 아빠의 손찌검을 피해 올라가 숨은 옥상에서. 쫓아오는 그림자를 피해 타넘은 남의 집 지붕 위에서. 깨어진 유리창 조각들 너머 움추렸던 어느 구석지에서.

울고 울면서 그녀의 눈물은 샘의 바닥을 끌어올리듯 항상 차 넘쳤고 조그마한 슬픔이나 마음의 상처에도 예민하게 연동했으며 그럴 수록 소리 없이 감정을 퇴적시켰다.

 

- 저 애가 낮에도 혼자 산책을 일삼더니.

진은 제과점 안에서 거스름돈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 창을 곁눈으로 보면서 행인들은 진열대의 케잌을 보기도 하고 유리에 비치는 제 모습을 확인하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바쁘게 홱 지나고는 했다. 하기야 벌써 열 시가 다 되어가니, 귀가길이 아니어도 얼른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 쉬고 싶어할 만한 때가 아닌가. 집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집이란 그런 곳이니.

쉬고. 쉬면서 먹고. 먹을꺼리를 내 입에 넣는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입에 들어가는 걸 보는 것이 더 기꺼운.

- 저 애가 이 밤에 집에 안 있고 뭘 하러?

진열장 안의 케잌을 눈여겨 보는 듯 하나 먹고 싶어 그런 건 아니라는 듯, 금방 고개를 돌리고 휘익 지나가는 그 애의 발걸음은 그러나 별로 빠르지 않았다. 진은 거스름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손을 찌르고 다른 한 손에는 식빵 봉지를 들고 제과점 문을 밀고 나와 섰다. 폭좁은 인도를 따라 죽 늘어진 가게들의 조명발에 늦은 밤거리는 어느 때든 상관없이 밝기만 하였다.  길 아래쪽 횡단보도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 애가 보였다. 방금 지나온 제과점 위쪽의 횡단보도가 더 가까웠을 텐데. 진은 그 쪽으로 건너 저의 동네로 돌아갈 것이었으나 동시에 신호를 받는 짧은 두 개의 횡단보도 사이의 거리를 사람들은 곧잘 사선으로 건너기도 하였기에 잠시 그냥 서 있었다.

저 애에게 아는 척을 하기에는 좀. 시간도 장소도 아닌 것 같았으나 무엇보다 그 표정이 아니었다.

- 대체 저 침울함의 정체는 뭐냐...

진은 고고학자의 수수께끼를 감춘 추리소설을 읽을 때처럼 시선을 떼지 않고 주의를 집중했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 같았다. 저 애의 실루엣, 저 표정에서 흐르는 슬픔? 냉소? 허탈감? 산산히 부는 바람 속에서 그냥 스러져 희미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

- 왜 저 애는 항상 혼자 걷고 있는 걸까.

진이 그 애를 눈에 담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의 넓은 교정을 가로 돌며 고등학교의 교사까지 이어지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키작은 꽃나무들 속으로 몸을 숨길 듯 걸어가는 모습에서부터였을까. 안 보이는 한 손에 책을 들고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무심히 지나쳐 붉은 벽돌담의 여고 쪽으로 걷는 그 애는 저는 그 쪽에 볼일이 있어 간다는 듯 하였으나 짧은 점심시간, 걸음은 빠르지 않았었다. 해가 중천에 있던 어느 이른 하교길에서도 그 애는 홀로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진이 방금 헤어져온 아이들과 수다하던 가수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서 있던 횡단보도를 멀리 두고 차도를 만드느라 쌓아올려진 뚝방길 위쪽으로 발꿈치를 숨기며 멀어지곤 했다. 가방을 멘 어깨가 무겁다는 듯 땅바닥에 붙은 민들레의 그늘 아래로 묻힐 듯 낮고 느리게 사라지는 그애의 혼자 가는 뒷모습이 눈에 남기도 하였다.

사실 남았을 뿐, 기억의 저장창고에서 어느 구석으로 밀려갔는 지 다시 생각하지도 깊이 숙고하지도 않았었다. 중학교를 미련없이 졸업하고 다가오는 여고생활이 기대 반, 짜증 반으로 귀찮게만 느껴지던 겨울, 2월의 그날에도 쵸컬릿만 빼어 식탁 위에 던져 놓은 채 진은 메모하는 걸 잊은 스냅사진들이 아랫 서랍 어딘가에 있다는 걸 가끔 떠올렸을 뿐, 그애의 혼자 걷던 실루엣도 선물상자 속의 편지도 차가웠던 손가락의 감촉도 하나로 꿰어 인식하지 못 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에 뭐가 걸려있는 듯 답답증을 느끼기는 하였는데, 그게 뭔지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기도 했으니, 그건 엄마가 혼자 있는 뒷모습을 발견하는게 잦아지면서 자꾸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식사준비에만 소흘해 진 것이 아니라 엄마는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것 같았다. 진은 식탁 위에 놓여진 잼이 조금씩 주는 것을 보며 식빵을 사 오겠다고 밤 늦었는데 뭐하러. 하는 엄마의 끊어지는 목소리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길 건너 제과점까지 부러 길게 걸어 나왔다.  행인도 많이 줄어든 골목길을 지나 혼자 걸으며 생각이 많아지고 있던 열 여섯의 여고 1년생. 진이 가진 레테르였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왜 사람들은 혼자 걸으며 혹은 혼자 오도카니 식탁 앞에 앉아 혼자 만의 생각에 골몰하게 되는 걸까. 진은 저 자신이 그러고 있는 적이 많아지는 걸 미처 인식하지 못 한 채, 엄마를 생각하다가 또 그애를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저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 있었는데. 둘러싸이듯 교실에서 거리에서 집에서도 늘 전화를 받으며 친구들 속에 있느라 그 무리들 너머에 또 다른 아이들이 있으나 역시 그네들도 누군가과 함께 웃거나 떠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사춘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진은 선생님들이 소녀시대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그 애를 휙 밀어놓았다. 동생도 사춘기고 여고의 동급생들도. 색기를 더해가는 정원도. 사춘기의 소녀들이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다.

- 근데 저 애는 왜 맨날 혼자 저러구 다니냐구. 세상 고민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어깨 무거운 듯, 엄마의 등 돌린 모습에서 처음엔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다가 나중엔 그 어깨가 미동도 없이 결연히 굳어지는 것을 보며 함께 마음이 다져지고 있던 진이었다. 엄마는 이혼을 할 것이고 또 취직을 할 것이었다. 그리고 어쪄면 처음으로 자기만의 길을 가게 될 것이었다. 결혼하고 거의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마흔의 나이에.

그 불혹의 나이에 세상을 처음 맞닥뜨리는 소녀처럼 결의를 다지고 있는 엄마는 안쓰럽기도 하고 또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진은 가족이 있던 없던, 그 가족이 남편이던 자식이던 자신의 생은 결국 혼자 만들어가는 것인가보다. 싶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왜 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 하는 걸까. 하고 진은 오래 고뇌하게 되었다.

- 저 애가 저렇게 혼자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지 않을까.

진은 그애가 주고 간 선물 상자를 서랍 어디에 두었더라. 하는 생각을 하며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사이의 거리를 사선으로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그애가 어둠 속을 가르며 네거리의 어느 쪽인가로 사라지는 것을 먼 눈으로 보고 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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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아이들 2

아이들, 그녀에겐 너무 힘들다.

마음 약한 그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 제 몸 힘든 걸 무릅쓰나니.

" 안 가져왔다고 미주가 뭐라 할텐데. "

큰 아이, 제가 잊고 안 가져왔으니 어찌 하자 말은 못 하고 얼굴이 굳었다. 8시 40분인데.

그녀, 머리를 굴린다.

집에 돌아가는 건 비효율적이고. 9시부터 수업 시작이지만 학교는 20분 일찍 오도록 하고 있다. 10분 독서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아이들 가운데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 아침 시간에 먼저 얘기 나누고 있는 사이에 들어가기는 어색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오는게 좋죠.

담임은 학부모 면담시간에 큰 아이가 친구들을 잘 사귈지를 걱정하는 그녀에게 말했었다. 매일 40분 턱걸이하는 딸아이에게 이렇게 맨날 꼴찌로 들어가도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웃는 딸을 보니 뭐 그럭저럭.

" 문방구 가서 사 가지고 가자. "

하고 말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녀였다. 수업 준비물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만 꺼내놓을 수 있는 장난감을 엄마가, 그것도 어제 사 주었는 데 안 챙겨 온 것을 그녀는 다시 사 가지고 가라 한다. 친구들과 약속을 했으니. 친구들 앞에서 그걸 꺼내 보이며 자신에게 스티커를 준 민서나 노승현이나 강민수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딸의 마음을 알기에. 게다가 미주는 딸아이에게서 받은 장난감을 노승현에게 뺏겼었다고 하지 않은가. 그노므 자식, 저도 딸아이에게서 같은 걸 받아놓고서. 혼자 많이 가지고 싶어한다. 근데 왜 미주는 딸아이에게 그러니까 또 다시 달라고 하는 거람...

그녀는 그런 식이다.

아이가 십분의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스티커나 유행하고 있는 장난감을 서로 나누며 웃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게 아이들과 친교하는데 무리가 없기를 소망한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런 매개들이 없어서 무리 지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을. 테두리 밖에 혼자 있기 뻘쭘하여 책상을 떠나지 않고 책을 읽었던 초등학교 시절을. 그렇게 섞여들지 못 한 채 이후의 학창시절에 늘 혼자 있었던 것을.

딸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은 2개 들이 500원 짜리이고 며칠 전부터 아이는 제 주머니 안의 500원짜리 동전을 소중히 간직했었다. 엄마가 1000원 짜리를 들어보였지만 그건 필요없다 하는 아이.

" 1000원짜리로 그 장난감 두 개 살 수 있어. "

하고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

그녀는 아이에게 그 장난감을 사 주고 싶었고, 아침나절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것을 채근하느라 전날 저녁 아이가 제 장난감 상자 위에 올려 두었던 그 장난감을 가지고 오는 것을 잊은 것은 결국 제 탓이라 생각하였다. 하교 후에 아이들을 삼촌 집에 맡길지 할아버지 집에 맡길지를 고민하며 아이들에게 삼촌집에 가져갈 장난감들을 미리 다른 가방에 챙겨놓으라고 수선을 떨었던 것이 미안하다. 동생과 함께 장난감 가방을 따로 챙기느라 바빴던 큰 아이는 저의 학교가방도 직접 챙기라는 엄마 말씀을 따르느라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 집에 어디다 뒀는데? "

" 으응, 내 하트장 있쟎아. 그 위에. "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하트장 위에 손수건을 깔고 가지런히 모두어져 있다. 작은 병 안의 색색가지 구슬들.

그녀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다시 사 준 것을 기꺼워한다. 교실에는 8시 50분쯤에 입실했겠지.

교문을 나오는데 본 듯한 남자아이가 같은 장난감을 꺼내 보이며 지나간다.

" 어...너, 3반이지? "

" 네. "

" 너, 이름이 뭐야? "

" 박 현욱이요. "

" 너두 그 장난감 샀어? "

" 네. 아줌마가 사는 것도 봤어요. "

" 하하하...늦었어. 빨리 뛰어가. "

남자아이는 거의 9시 다 되어 입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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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아이들 1

아이들.

그녀의 하는 양을 보더니 술 먹고 자고 가던 친구 왈

" 아주 시녀구만, 시녀. 왜 이러구 살아? "

혜정은 내가 뭘. 하면서도 좀 쑥스러운 듯 헤실헤실 웃음을 흘렸었다.

" 애들이 왜 이러냐구, 이건 다 네가 잘 못 키운거야. "

그런가? 그런가 보다. 하는 그녀.

- 내가 다. 는 아니고 반만. 아니야?  아빠에게도 반분의 책임이 있는 거지.

하지만 그녀는 결혼 십년차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여자의 본분을 깨닫고 있었다.

-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으니 살림과 육아를 내가 다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애. 기왕 하는 것이니 잘 해야 하고.

뭐라 더 따지고 싶은 마음이 울컥 울컥 들었지만 논구할 시간도, 기력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또한 떠올랐다.

아침이면 등교하는 딸아이를 위해 밥상을 차려내었고 하는 김에 출근하는 남편의 수저도 같이 올렸으나 그러면서 청양고추  썰어넣고  따로 간 맞춘 찌개 하나를 더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른 아침의 노동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남편은 채 불리지 못 한 현미밥을 두번 째로 먹으면서 자기에게는 흰밥을 달라 한다. 감히.

딸 아이 밥상에 마지못한 겸상으로 얻어먹는 것을 한 달 이상 하다 보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하고 웃는 그녀.

" 발아현미라서 많이 안 불려도 되는 줄 알았더니, 흰쌀 푸기 전에 미리 물에 담가놓아야 겠더라구. "

" 바라현미라구? "

그녀, 너는 무얼 먹고 사는가고 관심을 보일 듯한 눈길로 쳐다보며 웃는다.

" 발. 아. 싹을 티운 현미라구. 비타민 비이투가 많다고 현미나 오분도미 같은 거 많이 먹쟎아. 식감이 거칠어서 싹을 조금 틔우면 부드럽고 소화도 잘 된다고 해서, 발아시켜서 팔아. 직접 집에서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던데. "

그녀는 냉장보관이긴 한데, 압축포장도 아닌 것이 유기농제품하고 좀 틀리네. 하면서 마트세일에서 샀더니 음...하면서 불만스럽다 한다. 역시 싼것은...하면서.

반찬 하나 하기도 힘들어하던 그녀가 콩나물이며 시금치며 나중에는 부추까지 정갈이 다듬어내며 버리는 시간을 별로 아까워하지 않는다. 시간 반을 들여 겨우 한 접시의 나물무침을 만들어 내놓고는 큰 아이가 잘 먹어서. 하면서 또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엄마 최고~ 한다니까. 어디서 그런 제스츄어를 배워와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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