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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판적 열광이 “한탕주의” 과학 낳아
     
‘인간배아연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서 제기

정이은 기자
2005-08-30 00:15:26


지난 두어 달 간, 세간에서 황우석 교수는 ‘최고 과학자’ 이상으로 주목 받았다.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연구 성과에 대한 찬사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해 보도하는 언론으로 인해 그는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다. 심지어 황우석 교수 팀의 연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기를 드는 일까지도 신드롬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읽혀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황우석 교수의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연구 성과가 지닌 함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과연 줄기세포의 연구 결과가 ‘혁명’이고 ‘획기적 성과’일까. 지난 25일 생명공학감시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 ‘인간배아연구, 이대로 좋은가?’는 지금까지 황우석 교수에게 쏟아진 찬사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자리였다.





“과연 무엇이 발전인가” 물어야

조주현 계명대 교수(여성학과)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크게 여성, 국가, 초국가적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유독 국민국가적 논의가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경제발전, 치료 받고자 하는 환자의 권리, 국가경쟁력 제고, 국가 간 ‘경쟁’ 등이다.

조주현 교수는 이런 논의 속에 생명 윤리에 입각한 목소리가 무시 당하고, “여성의 몸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자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과연 무엇이 발전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GDP만을 국가경쟁력의 최우선적 지표로 삼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는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과학 언론은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 그것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짚어준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황우석 교수 팀의 연구를 둘러싼 언론 보도는 논의 구도 자체를 협소하게 만들고 왜곡시켰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명진 강사는 국내 언론이 “외국에서 찬사를 보냈다”에 부합하는 내용들만 발췌해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황 교수의 연구가 내포한 윤리적 쟁점들을 제대로 짚지 않은 채 ‘과학 대 윤리’라는 대립구도를 내세워, 이른바 ‘발목 잡는 윤리’ 이미지를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이런 태도가 과학자들로 하여금 한탕주의 연구에 집중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서구 과학자들이 열광한 ‘진짜’ 이유

김씨는 또 사실 서구 과학계가 이번 연구에 열광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말하며, “줄기세포의 유도만으로는 난치병을 고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은 “황 교수가 난치병 치료의 획기적인 가능성을 제시해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고, 서구 과학자들이 이에 열광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 파괴’라는 윤리적 우려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명진씨는 “이런 상황에서 돌연 서구 과학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방인’인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서구 과학자들의 ‘칭송’은 자국 정부에 규제 완화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의 일환으로 한 번 ‘꺾어’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김씨의 의견이다.

김명진씨는 이어 한국에서 주목 받지 못한 외국 언론의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실제 치료법으로 도입되려면 수 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아예 그런 가능성이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는가 하면(네이처 5월 26일자), “배아줄기 세포의 임상 시험 ‘시도’->‘치료 성공’이 아니다”(사이언스 6월 10일자)라는 연구자들의 예측을 소개하며 환자들의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난자 공여 문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황 교수가 ‘줄기세포의 역분화’를 이용한 인공난자 연구를 차기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인공난자 연구는 아주 먼 미래의 실낱 같은 가능성”이라고 비판했다.

난자 출처 의혹 풀리지 않아

한편, 구영모 울산대 교수(의과대학)는 지금까지 제기되어 왔던 난자 출처에 대한 의혹을 분석했다. 황우석 교수는 한국의 난자 기증자들이 돈을 받지 않았고 병자들을 돕기 위한 바람과 국가적 자부심에서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의혹을 더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구영모 교수는 “난자 기증자 명단에 실험에 참여했던 박사 과정의 여성이 포함되었다는 <네이처>의 의혹과 관련해서도 황우석 연구팀의 윤리성을 문제 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는 ‘난자 기증자나 그녀의 가족, 친척, 지인 어느 누구도 이 실험으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윤리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실험을 통해 이미 직업상 혜택을 받은 셈이라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휴직했고, 연구팀의 2005 <사이언스> 논문 공저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밝혀진 바 대로 난자 채취는 매우 큰 고통을 수반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구영모 교수는 “채취 과정에서의 잠재적 위험들이 난자 기증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여 자발적으로 동의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4년에 <네이처> 기자가 황우석 교수에게 난자 기증자에게 제공한 동의서 양식을 보여주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황 교수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구 교수는 이에 대해 “동의서 양식의 공개는 난자 기증자의 프라이버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날 토론회는 여성의 권리와 생명 윤리를 아예 논외로 한 ‘배아복제’ 관련 담론에 대해 비판하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명진씨는 “지금 필요한 것은 줄기세포 연구의 혜택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맞추고, 이에 근거해 해당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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