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돌 속에 갇힌 말>을 상영한다
한동안 전화연락이 되지 않는 곳에 묻혀있다가 돌아오니
한독협에서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감독이라는 사람이 준비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던 탓인지
미리 초정했던 민주노동당 측 의원들이나 내부 인사들이
개인사정으로 아무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서
여러모로 죄송하기도 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초대할 만한 분들은 이미 대부분 영화를 보셨고
아직 못보신 분들은 또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서 나중에 DVD라도 전해드리고 싶은데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조원봉씨나 양원태씨 같은 분들이 과연 어떤 말씀을 하실 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여름 석 달을 멍하니 보냈다
올 초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이 KBS 방영취소건을 기점으로
하나 둘 무산되면서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속마음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문을 닫은데다 일기조차 못쓰고 지내다 보니
지금 키보드를 만지는 것이 너무 어색하다
머리와 가슴에서 붕붕거리던 단어들이
순식간에 잠잠해지면서
손가락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덜어내면서 살지 못하고
늘 꾹꾹 눌러담기만 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여성영상집단 '움'에서 소개해준 일과
미례가 주선해준 일이 있어서
9월부터는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걱정해주고 보살펴주는 친구들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국회라는 공간에서 독립영화가 매달 상영된다는 것과
그 상영회에서 내가 연출한 영화가 첫번째로 소개된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안타깝고 아쉽고 먹먹했던 순간들을
모기향 주머니랑 같이 서랍속에 넣어버리고
고마운 일들을 생각하면서
뜨거웠던 몸뚱이를 가을바람에 식히자
오늘, 또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한 사람이 되건 열 사람이 되건
영화를 매개로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신난다
담담해지기 좋은 계절
가을이 온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랜만이예요. 궁금했어요...
태풍 '나비'가 올라온대요. 이름이 참 이쁘죠? 건강하세요. ^^
으쯜끄나, 태풍...한숨
이렇게 너를 볼 수 있구먼.. 오늘따라 참 보고싶네그려..
잘 지내고 있는지...
제주에선 여름에 별탈없었나, 장사는 잘되나...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