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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KBS 독립영화관은 '종속'영화관인가?
조회: 181 大口 / 2005.06.21 오후 5:18:00
휘황찬란한 극장에서 많은 자본과 우수한 인력의 마케팅으로 상영하는 상업영화가 아닌, 소규모의 인원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영과가 독립영화입니다. 아니, 이건 저예산 영화군요.
득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대부분 예산이 별로 없는 채로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기 소신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라면 자기 돈 100억을 쓸어다 부어도 독립영화는 독립영화일테지요.
그래서 독립영화는 이런 명제때문에 더욱 값어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KBS 독립영화관은 6월 9일 200회를 맞아 한달간 다큐멘터리 특집을 상영한다고 했습니다.
마이데일리에 실린 200회 특집 관련기사(연합뉴스, 일간스포츠, 문화일보 등도 모두 기사화했다)
힘들여 만들기는 했으나 기걱 영화제나 주민대상 상영밖에 하지 못하는 독립영화에 대한 푸대접 속에서 KBS 독립영화관이 200회를 맞았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고, 분명 경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왜 200회 상영에 잡음이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KBS 독립영화관 시청자게시판
6월 9일은 안타깝게도 국가대표 축구팀이 쿠웨이트를 상대로 4-0의 낙승을 거두며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날이었습니다. 축구경기는 9일 새벽3시경에 중계되었지만, 이런 명장면을 보지 못한 국민들이 많은 관계로 KBS는 9일 밤 12시가 넘어서 재방송을 편성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10일 0시죠) 긴급한 편성이기 때문에 무언가 기존에 편성된 프로그램을 하나 제외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제외된 프로그램이 KBS 독립영화관입니다. 온국민의 관심사인 월드컵축구와 독립영화를 비교해봤을 때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축구경기 중계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었다는 정도로는 그저 영화 관계자들이나 한숨 한번 쉬면 끝날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문제가 불거져버렸습니다.
영화는 87년 구로구청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인터뷰와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18년전의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영화제를 찾아가거나 감독 개인홈피에서의 상영고지를 보고 찾아갈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KBS에서 방영한다는 사실에 무척 기대를 했습니다. 축구때문이려니... 하고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있었겠죠. 그러나 KBS는 일주일 연기가 아니라 '방영유보'라고 공지했습니다.
유보의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방영당일까지 계약서 미작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관위의 상영금지 공문'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진행상황은 배급사인 다큐나루 홈페이지 나루일지에 적혀있습니다.
다큐나루 홈페이지
나루감독은 여기에 대한 경과를 게시물로 남겨놓았고, 이에 인권운동사랑방과 구로타임즈 등에서는 선관위측의 안이한 발상과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 사랑방의 기사가 이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준 것 같군요.
인권운동사랑방의 관련기사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사건에 대해, 군사독재시절의 판례를 근거로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독립영화에 권력으로 간섭하려는 선관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영화감독 개인과 이해당사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영화'와 '권력'의 문제라고 봅니다. KBS는 '문제가 커지는 것은 싫고, 영화의 독립을 지켜줄 의무는 없으니 방영하지 않으면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며 '계약서 미작성'이라는 덤터기를 감독에게 씌우고 자신들은 달아나버리는 형국이군요.
이런 식의 과정이 앞으로 또 일어난다면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영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영화들은 '하나도 못보게' 되겠네요. 과연 그런 프로그램에 '독립영화관'이라는 이름이 어울릴까요?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고 봅니다.
KBS는 자신들의 잘못없음을 주장하고 싶다면, 일단 계약서를 작성한 후, 선관위에서 법원에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 그 때 연기하면 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방영유보에 대한 KBS의 책임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독립영화관에 어울리는 행보였다는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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