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음식 2012

from 토론토 2012/09/1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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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커피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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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는 절대 뽑을 수 없지만

전기세가 안나가는 훌륭한 제품으로 방친구의 윗분께서 선물하다.

 

방친구는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을 하나씩 사귀는 기술과 복을 타고 났다. 

그이가 1학년 실습을 마치고 윗분을 일터 밖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자, 어디서 만나서 뭘 먹을지 설왕설래하다가 그만 우리집에 커피메이커가 없다는 사실을 고백했으니. 윗분께서 밥은 다음에 먹고 커피나 한 잔씩 하자고 제안하자, 그냥 집으로 오세요 커피라면 집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사서 식기 전에 배달할 수 있어요 한국 과자랑 같이 먹어요, 아니오 우리 동네에는 팀홀튼도 없고 스타벅스도 없어요  하지만 맥도날드 커피가 제일 맛있잖아요... 라는 둥 대답을 하다가 결국 집으로 초대한 다음, 저 빨간 손잡이가 달린 유리그룻을 선물로 받게 된 것이다. 필터와 깔대기는 방친구가 구입.

 

 

부록: 혼자 마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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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음식'이라고 해놓고 웬 커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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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실습했던 단체에서 작년 여름부터 진행했던  '건강회복 실천계획 Welness Recovery Action Plan ' 교육을 마치고 윗분이 준비해와서 참가자들과 같이 나눠먹은 케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저마다 사연도 많고 설움도 많아서 어느 분은 한 입 베어물다 눈이 빨개졌다. 어느 분은 수료증을 자랑스럽게 치켜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 날 그 분이 환하게 웃어준 덕분에 옆에서 울먹울먹하던 나도 간신히 진정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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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쪄서 볶고, 고추장과 된장에 마늘과 참기름을 넣고 비빈 쌈장을 만들어서 상추쌈 먹었다.

봄에는 한동안 거의 매일 귀가길에 채소를 한아름 사다가 싱싱한 푸성귀를 우거우걱 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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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김치에 어묵과 두부를 넣고 맵게 끓인 김치찜은 가을부터 봄까지 자주 먹던 반찬.

저 노란 냄비는 오랫동안 요긴하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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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 봉지로 파는 놈을 사다가 채소와 새우를 넣고 중국집 주방장처럼 끓인 짬뽕.

손이 많이 가서 3월 이후로는 한번도 못얻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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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느려터진 방친구를 만난 덕분에 날마다 고생이 많으신 분을 위한 심야 생신 잔치.

생일날 아침 미역국은 커녕 물 한 모금 못얻어먹고 밤11시까지 일한 방친구님을 생각하며 어기적 어기적 가게에 가서 사온 것들. 내 손으로 만든 건 콩나물국과 구운 생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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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박을 얄팍하게 썰어 볶고, 양배추에 굴비를 곁들여 쌈싸먹기.

작년 가을 어머니가 방문했을 때 구워드리고 남은 것을 삼계탕 대신 한여름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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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나물과 나박김치를 쫑쫑 썰어 얹은 비빔밥

손목이 조금만 덜 힘들어도 무나물을 해먹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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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와 오이, 신김치를 얹은 잔치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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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 먹고 싶다고 했더니 고생하는 방친구.

한가닥씩 일일이 뜯어서 조심조심 갈무리해야 맛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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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어느날, 번데기탕 생각이 나서 양파와 파를 썰어넣고 고춧가루를 잔뜩 뿌려서 만들었다. 술생각은 거의 안나는데 안주는 반찬거리보다 더 자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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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마늘도 쓰긴 쓰는데 통마늘을 더 좋아한다

볶음요리를 할 때 툭툭 썰어서 팬에 미리 볶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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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거르고 나가야 할 때, 저녁이 너무 늦어져서 출출할 때

볶은콩, 아몬드, 땅콩이나 호두같은 견과류를 먹으려고 애를 썼는데

최근 몇 달 전혀 못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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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불 앞에 서서 굽거나 끓이지 않아서 좋다고 방친구가 예뻐라하는 월남쌈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어서 더 좋다

 

해마다 직접 해먹는 음식의 가짓수가 줄고 집에서 밥먹는 횟수도 줄어든다.

아침에 급히 만들어 들고간 커피에 수퍼마켓에서 산 빵 한 조각으로도

얼마든지 점심을 해결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이렇게 대충 살지 않으려고, 좀 더 건강해지려고 이 먼 곳까지 왔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을 볼 때도

어쩌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가격표만 뚫어져라 보다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먹고 있나

 

나, 잘 살고 있나

 

가끔 진지하게 물어볼 일

 

 

 

 

 

2012/09/17 02:04 2012/09/17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