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에 해당되는 글 2건

  1. The Admirable Crichton 2010/11/21
  2. Capitalism: A Love Story 2010/11/19

The Admirable Crichton

from 토론토 2010/11/2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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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휴식 시간, 롬백작 일가의 섬생활을 보여주는 세트.

 

 

학생들이 준비하고 공연한 훌륭한 크라이턴 (The Admirable Crichton).

 

 

 

피터팬의 작가 J.M 배리 (J. M. Barrie) 가  희곡을 썼고 1902년에 초연되었다고. 분명히 주인공이지만 크라이턴에 가려 공연 내내 조연으로 머물고 말 운명에 처한 롬백작은 설득력 부족한 이야기를 떠들어대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경박한 인물. 어찌보면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다. 티파티에 느닷없이 집안 하인들을 불러들여, 귀족들과 같이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라고 권하는 초반부는 가관이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분들이 떨떠름한 얼굴로 하인들에게 차를 건네고 케잌을 권하지만, 하인들과 한번 악수를 할 때마다 손수건을 꺼내 손바닥을 문지르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들과 같은 의자에 앉는 것도 불편해서 주위를 빙빙 돌며 난처해하는 분도 있다. 평소에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그저 명령에 충실할 뿐인 하인들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먹 고 사는 것에 관련된 모든 험한 일을 하인들이 묵묵히 수행한 덕분에 우아하게 살 수 있었던 백작은, 섬에 난파된 이후 생존을 위해 해야할 일들 중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평소 백작일가보다 더 현명하고 우아해보였던) 크라이턴에게 복종한다. 크라이턴이 거기서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며 가족같은 공동체를 건설한다면 재미없는 코미디가 되었을텐데, 지금까지 자기가 당한 그대로 톡톡히 백작일가에게 되돌려준다. 하인들 사이에 서열을 정해 조금씩 권한을 늘여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도 똑같다. 여기까지만 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 곳곳에 숨어있는데 이들이 구조되어서 다시 상류사회에 복귀하는 후반부에선 크라이턴이 아니라 작가의 입김이 기어이 관객들의 코 앞으로 다가와 다그친다. 너희들, 제법 책도 많이 읽었고 학교도 길게 다녀서 세상을 좀 안다고 착각하는 너희들 말이야, 이 백작 일가랑 다를 게 뭐 있어? 귀찮은 일은 과묵하고 헌신적인 부모나 집사람이나 누나나  오빠나 언니나 동생들, 혹은 후배나 제자들이 다 처리해주길 바라면서 다 미룬 다음에, 자기만 어떻게든 멋지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아?  평등? 네가 정말 평등을 원해? 이 포장지만 바뀐 신분 사회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게 아니고?  

 

공연이 끝나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등줄기에 쭈욱 돋은 소름을 애써 털어버리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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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마치고, 무대 사진 찍어도 되냐고 안내하시는 분께 물었더니, 원래 못찍게 하는데 그날은 학생공연이라 괜찮다고. 위 사진은 백작 일가의 거실 세트 중 일부.

 

 

 

 

 

 

 

2010/11/21 03:36 2010/11/2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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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학교에서 본 영화.

 

 

 

 

틀 어주기 전에 선생님이 '로저 무어가 어쩌고 저쩌고...'해서, 아 그 사람도 저런 제목의 영화에 출연했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클 무어의 영화였다. 감독의 이름과 '로저와 나'라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그만 섞여버린 걸까. GM 같은 대기업과도 맞장을 뜨시고, 힘자랑 돈자랑하다 폭삭 주저앉을 뻔 했던 미국 정부와 (특히) 부시를 마음껏 조롱한다는 점 때문에 여기 사람들도 꽤 좋아한다는 마이클씨, 그의 신작은 강의실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선생님이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중간에 끊고 수업을 마치려고 하자, 다른 때 같으면 좋아라하며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버렸을 학생들이 일제히 시계를 가리키며 무슨 소리냐고 아직 많이 남았다고 끝까지 봐야한다고 항의했다.

 

돈 과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라기보다는, '자본과 권력' 혹은 '권력과 검은 돈'의 밀월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에도 존재했고, 돈은 늘 '(아주, 대단히) 많이 가진 자들과 권력'을 위해 사용되며, 최소한의 인간적 대접을 요구하기 위해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다가 나가 떨어져 해고되고 집까지 빼앗겨 망연자실한 못가진 이들에게는   더 내놓으라고 느닷없이 덮쳐 목덜미를 무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라는 것을 신랄하게 까버린다. 그의 빠른 호흡과 거침없는 독설은, 보는 동안에는 울분을 달래주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도 한데, 다 보고나서 며칠 동안 끈적끈적하게 남아 있는 이 앙금은 뭘까. 화면 밖에서 나는, 그리고 당신은 마이클씨처럼 한번 미친 척 들이대 보지도 못한 채 각종 금융상품광고와 높으신 분들의 감언이설에 이리 끌려가고 저리 휘둘리며 살아가기 때문인가. 아니면 나나 당신이 그런 인터뷰 그런 연출을 하기 위해선,  상상할 수 없었던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압력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감옥에 갈 각오 혹은 목숨을 내놓을 생각까지 해야하는 현실  때문인가.

 

 

2010/11/19 13:28 2010/11/19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