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월요일에 학교에서 본 영화.

 

 

 

 

틀 어주기 전에 선생님이 '로저 무어가 어쩌고 저쩌고...'해서, 아 그 사람도 저런 제목의 영화에 출연했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이클 무어의 영화였다. 감독의 이름과 '로저와 나'라는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그만 섞여버린 걸까. GM 같은 대기업과도 맞장을 뜨시고, 힘자랑 돈자랑하다 폭삭 주저앉을 뻔 했던 미국 정부와 (특히) 부시를 마음껏 조롱한다는 점 때문에 여기 사람들도 꽤 좋아한다는 마이클씨, 그의 신작은 강의실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선생님이 시간계산을 잘못해서 중간에 끊고 수업을 마치려고 하자, 다른 때 같으면 좋아라하며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버렸을 학생들이 일제히 시계를 가리키며 무슨 소리냐고 아직 많이 남았다고 끝까지 봐야한다고 항의했다.

 

돈 과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이라기보다는, '자본과 권력' 혹은 '권력과 검은 돈'의 밀월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에도 존재했고, 돈은 늘 '(아주, 대단히) 많이 가진 자들과 권력'을 위해 사용되며, 최소한의 인간적 대접을 요구하기 위해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다가 나가 떨어져 해고되고 집까지 빼앗겨 망연자실한 못가진 이들에게는   더 내놓으라고 느닷없이 덮쳐 목덜미를 무는 것이 자본의 속성이라는 것을 신랄하게 까버린다. 그의 빠른 호흡과 거침없는 독설은, 보는 동안에는 울분을 달래주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도 한데, 다 보고나서 며칠 동안 끈적끈적하게 남아 있는 이 앙금은 뭘까. 화면 밖에서 나는, 그리고 당신은 마이클씨처럼 한번 미친 척 들이대 보지도 못한 채 각종 금융상품광고와 높으신 분들의 감언이설에 이리 끌려가고 저리 휘둘리며 살아가기 때문인가. 아니면 나나 당신이 그런 인터뷰 그런 연출을 하기 위해선,  상상할 수 없었던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압력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감옥에 갈 각오 혹은 목숨을 내놓을 생각까지 해야하는 현실  때문인가.

 

 

2010/11/19 13:28 2010/11/19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