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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이틀 밤

눈이 내렸다.

열변을 토해내며 웃었던, 포장마차 밖에서도

오래 된 친구와 맥주 한 병 먹자며 들어선 바의 통유리창에서도.

봄이 다 왔는 줄 알았더니,

아직 겨울이 덜 갔다.

 

이사를 포함한 여러가지 일들로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혀에 커다랗게 혓바늘이 돋았다.

입 속의 상처는 어쩌면 그렇게 자꾸 만져보고 싶은지

혀로도 이로도 몇 번씩 쓸어 본다.

 

눈이 와서 그랬는가 아니면 슈퍼마켓에서 만난 로맨틱한 외국인 때문이었는가

겨우 마감을 넘기고 메일을 보내놓고는, 졸린 눈을 껌벅이면서도

잠 자러 가기가 참 아깝다.

내일 하루 또 피곤해도 좋으니 혓바늘 하나쯤 더 돋아도 좋으니

그냥 눈 내리는 소리나 들으며 멍하니 앉아있고 싶다.

 

벌써 날짜는 3월 2일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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