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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뭐 새삼 이제사 이름을 바꾼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래서 새삼

새삼으로 바꾸기로 했다.

매우

즉흥적으로 말야.



 

내게 젤 먼저 생겼던, 엄마 아부지가 함께 지어준 이름은 智民 이다.

슬기로운 백성, 혹은 슬기롭게 백성과 함께

뭐 대략 그런 뜻이라고 들었다.

 

열여덟살때 즘, 엄마는 내 이름을 知旻 으로 바꾸어주었다. 획수가 좋다고 그래서였는데,

뭐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예전에 학교 수업 때문에 점을 보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을때, 이름점을 보는 곳에서 내 원래 이름보고 온갖 나쁜 말을 퍼부어대기도 했으니, 하늘을 안다는 좀 부담스러운 새 이름도 나쁘지 않았다.

 

대학교 4학년 때 들었던 한 수업은

자신의 호를 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고전문학 수업이었기 때문에 한자로 된 를 정해야 했는데

한자에 젬병이던 나는 결국 기한을 한참 넘기고 말았고

온화해 보였지만 끈질겼던 선생님은 결국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발표를 시켰다.-_-

나는 고심 끝에 '모리'라는 호를 정했다.

발음만 보면 일본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자진모리 휘모리 같은 걸 연상시키긴 하지만

한자로는 暮唎 다.

저무는 소리, 저녁의 소리, 뭐 대강 그런 뜻이다.

당시 좋아하던 장 모 시인은 나 모 시인과의 대담에서

침묵은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꽉 찬 상태,

곧 저녁 해가 질 무렵의 소리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난 저녁의 소리를 가진 사람, 침묵할 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처음 찾은 호는 당연히도 석음(夕音).

근데 너무 발음이 안 예뻐서 조삼모사에서 '모'자를 찾아내고

작은 소리란 뜻에 리를 찾아내서 모리를 만들었다.

자꾸 부르니까 예쁜데, 아무도 그렇게 안 불러줘서 -_- 내 작은 서브 노트북에 이름을 모리라 짓고 계속 불러줬었다.

 

그러다 블로그가 생겼다.

그 전에 웹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름을 썼었는데

여기선 처음에 주소를 번역한 '얼음곤냥이'라는 별명을 썼다.

근데 줄여서 부르는 것도 안 예쁘고 쓰기는 귀찮게 길어서

작년에 로리라는 이름을 썼다.

로리는 좋다. 예쁜 이름이고 예쁜 사람을 빗대었던 것이라 좋았다.

그러나 로리콘의 약자인데다가 -_-

알~ 발음은 어려우므로 ㅋㅋ

 

뭐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이름을 갑자기 바꾸기로 한데는 사실 아무 이유가 없다.

그냥,

정말 그냥,

내가 늘 뭔가를 새삼스레 느낀다고 생각해서다.

모든 게 새삼스럽다.

너도, 나도, 바람도, 눈도.

늘 새삼스레 세상을 보고 싶은 거창한 마음을 급변명처럼 붙여본다.

후후

새삼이라 불러줘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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