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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다, sway, ゆれる

오다가리 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영화가 보고 싶었고

약속을 어긴 친구 때문에 화가 좀 났고

남산 근처에 사는 절친한 술 친구가 있었고

그 아이는 함께 영화보기 좋은 아이었고

명동은 가까웠고

사진 속의 그는 아름다웠다.

 

 



1.

배바지를 입은 오다기리죠의, 흔들리는 세숫물로 영화는 시작한다.

빨간 배바지마저도 어울리다니. 젠장.

 

(여하튼 난 그가 운전을 하면서 시작된 오프닝이 참 좋았다.

특히나 그 때 흐르는 그 음악.

컬리플라워즈라는 밴드가 오에스티 작업을 했다는데

심히 구입을 고려중이다.)

 

2. 기억과 사실은 같지 않아.

영화는 끊임없이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기억이란, 과연 진실한가. 혹은 '사실'인가.

어머니의 삶을 기억하는 두 명의 아들과 남편의 기억은 다르고

그 다른 기억만큼 그들은 멀리 떨어져있다.

현실의 순간은 '사실'이지만 기억은 언제나 재구성되어 머리 속에 남는다.

 

착하고 순진하게 보이는, 시골 마을의 착한 아들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아버지와 살고 있는 형.

그리고 그 형을 필요로 하는, 그런 착하고 일 잘하는 누군가가 필요한 아버지와,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

그 곳을 벗어난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의 기억 속의 여자.

 

여자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는 그녀를 못 알아본척 하지만 그녀의 현재에 형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알곤 그녀를 다시 욕망한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재판 과정은 '기억'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검사는 끊임없이 그 때의 피고인의 상태, 감정에 대해 질문한다.

그 때의 감정과 그 때를 떠올리며 그 때의 감정을 기억해 내는 것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

게다가 검사는 굉장히 우락부락한 인상을 한 채로

피고인의 현재의 '사실'에 대해 까발리다가

그에게 사건 당시의 기억을 말하길 강요한다.

그가 말한 것은 어디까지가 진심이었을까.

 

 

3. 기억과 믿음

관객은 끝까지 여자의 죽음에 관한 '사실'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화 속 그들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 순간을 자신의 기억으로만 알고 있다.

다리 위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먼 곳에서

동생은 형과 여자를 보면서 그들의 대화를 상상한다.

그 상상은 그에게 사실이 되고, 그 순간은 다르게 기억된다.

 

나 역시 동생처럼 형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어떤 사람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종종 착각하곤 하니까.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그냥 내 머리 속의 사람일 뿐.

 

같이 본 친구는 이 영화의 교훈을

역시 잘 생기고 봐야해

로 정리했다.

그래. 때로 이미지는 사람의 기억을 한정시키곤 하지.

오늘 내가 영화 속의 형의 범죄를 확신한 것은

그런 류의 사람들,

그러니까 착하고,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늘 웃는 얼굴에, 궃은 일을 도맡아 하는 그런 사람은,

한 번 꼭지가 돌면 확 변한다는

나의 선입견이 단단히 작용했다.

결국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4. 흔들림

영화 속 모두는 흔들린다.

치에코도 미노루도 타게루도 모두.

아버지와, 그리고 그녀의 엄마조차도. 모두 흔들거린다.

근데 그걸 잡아내는 카메라가 너무 좋았다.

약간씩 긴 듯하면서도 어딘가 단아하달까.-_- 표현력의 한계

이 장면도 좋았어.


엿튼 영화의 마지막은 참 맘에 안 들었지만

고 직전에 울고 있는 오다기리 죠까지 딱 좋았고

고기서 끝나고 음악이 나왔으면 완전 나는 반해버렸을 것이야

 

음악과 화면들이 너무 좋아서

영화 공부가 하고 싶다고 불끈불끈 솟구치게 만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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