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5/06/17 01:48

야스피스님의 [[논평]아이들에게 '꿀꿀이죽'을 먹이는 사회]

미디어 참세상의 “관장 그만두더니, 이사장으로 돌아오나”에 관련된 글.

 

언론에 보도된 꿀꿀이죽 사건.

노조에 있다보니 그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대해 이러저러한 여러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 꿀꿀이죽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실제 내부고발자였던 선생님들 5명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시설 비리를 못 참아 양심선언한 조합원들의 어린이집이 두곳이나 있었지만,

항상 이들을 볼 때마다 존경과 감동의 도가니다.

"나가라" 한마디에 어린이집 관둬야하는 보육판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하녀 부려먹듯 하면서

그런 곳의 원장들은 어찌나 "쌍**"하며 욕을 입에 붙이고 다니는지...

부모들에게 동정어린 목소리로 사죄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울부짖는 모습과는 자못 대조적이다.

 

게다가 이들은 반드시 고소를 당한다. 업무방해에 의한 명예훼손 이던가? 거는 고소도 꼭 이거다. 이거 안 거는 원장 본 적 없다.

동시에 원장은 선생님들이 아동학대했다는 혐의를 창조(?)해내기 시작한다.

전에 관둔 선생들 전화 다 돌리고,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부모중에 몇명 포섭하고... 이것까지 패턴이 거의 똑같다.

 

이렇게 나오면 선생님들, 당황을 넘어 황당과 분노가 겹겹이 쌓일 수 밖에 없다.

그놈의 원장, 다시 태어나도 보고 싶지 않을거다.



지금도 선생님들, 마음속에 고소건이 가장 마음에 걸리나보다.

맞고소 여부를 놓고 고민이 장난 아님.

 

솔직히 말해 이번 사건에 있어서 맑은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일만 없다면,

아마도 원장은 자신이 건 고소를 중간쯤 취하할거다.

설사 취하하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 부모들이 걸어놓은 고소가 한두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승소하면 원장이 낸 고소는 자동 패소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원장을 상대로 맞고소 내면 승소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권하고 싶지 않다. 법의 길은 너무 길~~다..-_-

그 오랜 기간동안 가슴앓이하느라고 활동능력이 있는 경력자임에도 재취업도 못하면서 안절부절 사는 사람도 보았다.

명색이 전국 보육노동자 10만이면서도

원장들 역시 2만 5천에 워낙 자주 만나는 편이라 심심하면 하는 일이 자기들끼리 블랙리스트 만드는 거다. 선생님들에게 '재취업도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하면 그대로 먹혀들어간다.

 

이럴 때 노조는 먼저 복직하면서 고용안정 보장받고,

그러고나면 체불임금, 근무시간, 수당등 노동조건 개선하고, 시설내 민주적 의사체계나 국공립화 같은 시설 민주화, 공공성 쟁취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엄청나게 고민한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간 밑에서 또 일할 수도 있다... 너무 괴로운 일이다.

아마 며칠 밤낮을 고민하고는 이내 포기할지도 모른다.

혹여 복직 결심하고 노조에 들어와 복직이 되어도 의지가 흔들리고 좌절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새 이번 일이 제발 조용히 묻히고 재취업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원장을 갈아도 원장은 원장이고, 다른 시설에 있는 원장도 원장은 원장이다.

원래 원장이라는 자리가 

노동자 보길 우습게 보고,

시설이 제 것인양 마음대로 휘두르고,

복지 개념 눈꼽만큼도 없이 경영이 어쩌구저쩌구하는 원장을 만드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 충실히 살고 있는 원장이라면 노동자와 같은 지반으로 내려올 사용주는 아무도 없다.

그러니 선생님들, 이번 장소, 이번 사건에서 벗어나면 잠시 해방감에 속시원할테지만 해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누적되면 결과적으로 이 바닥은 항상 요모양 요꼴로 흘러가는 것이다.

"꿀꿀이죽 먹이래요" 한마디에 평생 겪지 않아도 될 황당한 고초를 겪게 되는 코믹스러운 세상.

바꾸려면 현장에서 악착같이 버티면서

보육이, 복지가, 사회공공성이 무엇인지를 머리속에 박히도록

하나씩 하나씩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사퇴해봤자 딴 데 가서 다시 원장질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정립회관사태를 보면서 사회복지쪽도 비슷한가보다 싶었다.

관장직 짤랐더니 이사장되어 돌아오다니...

복지사나 보육교사는 자격 정지당하면 현장에 돌아오기 거의 불가능이지만, 관장이나 원장은 그런게 없는 게야.

그래서 생각해본다.

관장직, 원장직 사퇴시켜서 문제가 해결될까?

이완수를 자르면 이완수2가 들어오고, 이완수3가 들어온다.

사람이 멀쩡해도 자본이 이완수2를 만든다.

 

적어도 복지의 공공적 역할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완수, 다시는 사회복지계에 발 못들여놓도록 날려야 한다.

꿀꿀이죽 원장, 다시는 보육계에 발 못들여놓게 날려야 한다.

그런데 이건 분명 사람 목을 날리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만드는 문제인 것 같다.

물론 퇴진운동, 시설 폐쇄운동은 아마도 이 모든 것의 시발이자 실제 현장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람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현장이다.

이를 토대로 더 나아가서는

애초에 이완수가 이완수가 되지 않도록, 꿀꿀이죽 원장이 꿀꿀이죽 원장이 되지 않도록,

시설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구조를 갖출 수 있게 체계와 정책을 만들어나가

궁극적으로 공공성이 살아 숨쉬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심지어 꿀꿀이죽 원장이 원장실에 앉아있다하더라도 너무나 투명한 운영체계속에서 다시는 꿀꿀이죽이니, 시설 비리니, 해고니 입도 뻥긋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 더이상 복지노동자의 피를 빨아먹으며 유지되는 복지정책은 바라보기도 힘들다.

가득이나 복잡다난한 관계 중심 노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더하여 매일 인간이하의 관장과 부대끼게 되는 복지정책이라니, 어서 사라져줬으면 한다.

복지를 이대로 놔두면 결국 모든 문제의 곰팡내는 온전히 민중이 덮어쓰게 된다.

더이상 복지노동자들만의 투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민중의 복지 구조를 변혁한다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 실은 '그러하니 모두 복지에 집중하도록!' 이라고 쓰고 싶지만 세상에 이런 분야가 한두개여야지. 요즘은 이런 표현을 의도적으로 아끼고 싶을 만큼 괴로운 세상인 것 같다.

 

* 어떤 국회의원들이 자꾸 어린이집내에 CCTV 설치하자는 데, 이제 땅밑으로 추락해버린 인권의식 이야기하기도 지친다.

내부고발자 하나 보호 못하면서,

시설이 얼마나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눈꼽만큼도 관심없으면서,

가뜩이나 옥죄어져 있는 사람들을 쥐어짤 때까지 쥐어짜서 유지하는 복지제도는 이제 신물이 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6/17 01:48 2005/06/17 01:48
TAG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jineeya/trackback/242
  1. 머프 2005/06/17 1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정말 오랜만에 속이 시원한 글 한번 보네요.
    지니야님 그 단아한(?) 외모 어디에서 이같은 강단이 보여지는지
    궁금한데요??^^

    근데 제 생각에는 복지쪽에 있는 사람들이 워낙~ 온정주의라는 전근대성에
    갖혀 어느 시설이나 기관에서도 복지의 공공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러니 변화발전하는 모습은 더욱 찾아 볼 수도 없고..
    복지는 여전히 '시혜'와 '동정'속에서 출발하는 권리이하의 대접을 받는거고...쩝~

  2. 미류 2005/06/18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어요. 인권-여성의, 복지노동자의, 아동의- 과 공공성의 중요한 화두라는 생각이 드네요. ^^

  3. vividg 2005/06/18 2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지쪽에 있는 분들이나 보육교사들의 여건이 엄청 열악하고 들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4. jineeya 2005/06/19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프,미류,vividg/감사감사. 왠지 대단한 지지가 되네여. 요즘 고민이 많아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