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아시나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라고.
모르신다고요? 꽤 유명한 사람인데..
미술시간에 왠만큼 졸지 않으면 모르기도 쉽지 않은 '달리', 190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꼭 100년째다.
모르긴 몰라도 전 세계가 '달리' 전시회 붐일거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도 9월까지 전시가 있을 예정이라는데, 지금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중이다.
[ 내가 알던 달리 ]
책에서 본 달리는 언제나 -스트레스가 아닌 - 삶의 활력이 될만한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존재였다.
나무위에 흘러내리는 시계, 공중에 떠있는 호랑이, 나체의 여성, 아슬아슬한 창끝, 기이한 공간에 존재하는 초상화 등...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언제나 그림 속의 이야기를 고민하게 만들고, 솜씨좋은 뎃생에 감탄하면서도 구도가 위태로워 절벽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한편 색감은 밝고 온후하다고나 할까? 게다가 초현실주의가 아니던가?
덕분에 절벽은 절벽인데 떨어져도 별 탈은 없을 것 같다는게 달리의 작품을 접한 후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 이번에 본 달리 ]
미리 밝히자면 내가 책으로 봐왔던 달리의 유화작품은 이번 전시에 한 점도 없다. 그 대신 대부분이 브론즈 소재인 조각상과 책의 삽화들을 볼 수 있었다.
삽화는 대체로 소품과 같은 사이즈의 연필화나 수채화들이고 대부분 목판이나 동판으로 제작되어졌다고 한다. 이번에 들어온 것은 성경(bible)과 단테의 신곡 등에 삽입된 삽화들이었는데 성경의 삽화는 작품수가 꽤 방대했다.
안타까운 건 성경이든 신곡이든 내용을 안다치더라도, 유럽의 문화와 언어를 모르는 대한민국의 범인이 그 삽화에 감동받기란 불가능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은 점이다.
결국 삽화들은 처음 몇점만 유심히 쳐다보는 척하다가 결국 대부분 그냥 흘려버리게 되었다.
반면 브론즈상들은 꽤 감동이다. 사실 달리는 유명해도 거장이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은 없는데 브론즈상을 보니 무게감이 남다르다. 동물상도 바로 뛰쳐나갈 것 같지만, 특히 사람모양에 가까운 브론즈상들은 당연히 현실에 없는 환상이면서도 왠지 곧 살아나 눈을 마주칠 것 같았다.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불타오르는 여인'상. 불타서 죽는 건지 불길에 괴로워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불길이 올라오는 여인의 뒷모습은 마치 작은 날개가 돋아 지금이라도 당장 승천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달리의 그 유명한 늘어지는 시계는 조각품으로도 여러점 남아있는데, 아마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림이 아니었을까 착각했을 거다.
한편 달리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가구도 전시되어있는데, 음... 보기 싫다.
의상은 정말 별로... 바느질도 엉망, 디스플레이도 엉망, 왜 이런 기획이 들어갔는지 당황스럽다.
더불어 전시관 자체는 꽤 규모가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너무 어둡게 해서 작품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맛을 없애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브론즈상들이 없었다면 상당히~! 우울했을 전시였다.
관람료도 비싸고 디스플레이도 않좋고...
게다가 아무리 컨셉이라도 미술책에서 봤음직한 유화 한점 볼 수 없었던 건 정말 안타까운 점이다.
이런 거장의 전시라면 유럽의 미술관에 갈 수 없는 자들의 대리만족에 나름대로 복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촌스러운건가?
그래도... 홈피는 예쁘네. http://www.ilovedali.com/
그림 출처 : 전시 팜플렛 + 네이버('불타오르는 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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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평생동안 사람의 코만 그리는 일과 같다.'며 화풍이 돌변했기 때문에 감점 1점. 자기 작품 상품화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에 감점 2점. 그리고 화풍을 바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