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6/03/02 01:14

* 뒤늦게 단단한마음님의 [요즘 집회에서 짜증났던 일들!] 에게 트랙백


 

총파업 첫날, 나름 격양된 분위기의 결의대회.

 

그런데 연사 중 한명이 연설 내내 "노동형제"를 부른다.

옆에 앉아있던 동료에게서 "벌써 몇년 전부터 쓰지 말자 하던 건데!"라는 이유 명백(!)한 항의성 발언이 터져나온다.

 

나야 경험이 짧아 '노동형제'라는 단어의 역사성은 잘 모르겠으나,

듣는 노동자매로서 매우 짜증나는 건 확실하다.

 

이럴 때마다 불현듯 깨닫게 된다.

'당췌 이놈의 세상은 여자를 끼워주지 않는 구만.'

 

(피해의식 취급 아이템? ㅋㅋ)

 



집회 끝나고 가는 길에 그 동료에게 얘기해봤다.

"노동형제 안쓰기 운동 해볼까? 일단 여기저기 글을 써보고..."

 

그런데 이런 거 한 두번 하면

대수롭지 않은 것을 건드리는 소심, 쪼잔, 까탈스런 젊은 여활가의 표본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표본이 되기도 전에 '왜 세상은 기본을 모르지?' 좌절하며 혼자 내부 수렴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사소한 것 가지고 여성을 자극하는 감정적인 글'이라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을 것 같아 머리속이 지저분하다. 소심쟁이..)

 

하지만 사람들, 잘 고민해보시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쉽고 논리정연한 사실이다.

그렇게나 쉽게 딱지를 붙이거나 혹은 붙여줄 딱지를 붙여주지 않음으로써

새삼 가운데는 거대한 주류가 도도히 흐르고, 일군은 심지어 구석도 아닌 밖으로 나가라는 내몰림을 체감하게 된다.

 

그렇게 당신이 '노동형제'를 찾는 동안

수많은 '노동자매'들은 분명 자신들 역시 존재하는 세계인데도 불구하고 설 자리를 잃게 되고, 혹여 노동형제들과 전선 그으며 새로운 세계를 찾는 게 지당한 것인지에 대해 중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이 '대수롭지 않은' 단어는 몇년이 흘렀다는 지금 이후로, 앞으로 몇년의 세월을 기약해야 보다 보편타당한 단어로 변화할 수 있을까?

 

* 사족1

이제 남자들이 '여자들은 잘 모르겠다', '왜 화내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라는 식의 말은 믿지 않을까 한다.

그래봤자 결국 누구나 '사람' 아닌가? 

성녀, 악녀 나누는 것이 약간 지겨운 수준이었는데, 요즘엔 '이건 진짜 아니다' 싶다.

외계인 취급 사양, 물건 취급 사양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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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2 01:14 2006/03/0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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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작전 변경! 혼자 보기 아까운 글 추천!

    Tracked from 2006/04/18 07:35  삭제

    메이데이 블로그 찌라시에 추천합니다. ^^

  1. 이슬이 2006/03/02 0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남매는 어떻소?

  2. jineeya 2006/03/02 0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슬이/헉... 못지않게 싫소.
    (男妹라, 남자와 여동생. 두 한자어 서로 병렬적인 개념이 아니어서요...^^)

  3. drisland 2006/03/02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남매... 정감 있고 좋구만요...ㅋ
    남매라는 한자를 따로 놓고보면 그렇지만 남자,여자 형제자매간을 일컫는 말일 뿐인데...
    이따금 한두번씩 "노동남매 여러분"하면 정겹지 않을까요..

  4. 2006/03/02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우리 아주머니 조합원들께서도 오셨습니다'라는 소개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아저씨 조합원'이라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말예요. 만일 그게 무의식 중에 여성 배제의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실을 서술하는 표현일 뿐이라면, '뚱뚱한 조합원 오셨습니다' '머리 염색한 조합원 오셨습니다'라는 식의 소개도 하는 게 맞지 않겠어요. 우이씨.

  5. NeoScrum 2006/03/02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로는 보통 연설에서 시작시 '동지들'을 호칭할 때, 'Sisters and Brothers'라고 시작하더군요. 그걸 바로 호칭으로 쓰기도 합니다. 여성 동지를 부를 때는 'sister' 남성동지를 부를 땐 'brother'라고 부르구요.

  6. 뎡야 2006/03/02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남매는 정말 남자랑 여동생이네요 전혀 생각도 못 해봤어요 왜 그럴까, 누나 남동생 사이에도 남매라고 하잖아요? 왜 그럴까?? 전 노동형제라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아무래도 노동자라는 단어가 점점 많이 쓰이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계속 문제제기하고 계속 나아지겠죠. 근데 이 정도의 글도 외계인 취급 당해야 하나요? 그건 너무 아닌데~~

  7. 만우 2006/03/02 1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노동가족'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왜 굳이 성별을 꼭 집어넣으려고 할까요? 그리고말야... 만약에 '노동형제'라고 하면 손자뻘 할애비뻘이 다 노동자인데 그냥 형아우 먹자는 심뽀(^^;)인 것같아, 일단 성별에 대한 문제 이전에 버르장머리 없으므로 가족으로 가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

  8. nothing 2006/03/02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우당간 노동형제들의 입버릇은 대략 난감! 노동자로 간단히 말하면 될것을 형제따져서 꼭 문제를 일으켜.켜켜...

  9. 슈아 2006/03/02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가족도 쫌 그렇네요. 왠지 가족은...
    그냥 '동지'하면 안되나요?

  10. 의견 2006/03/02 2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남매,노동가족에 반대. 물론 노동형제는 난감 넘어 허걱.
    그냥 '노동자'가 가장 politically correct한건가? 여러사람이 머리 모아 '검증'해봐야 할 듯. 더 좋은 단어 있으면 알려주시구려~~

  11. 만우 2006/03/05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그러고보니 가족도 대략 난감.
    아... 역시 노동자가 가장 좋은 것 같네요.
    노동자 동지 여러분~ 조차나.

  12. wldud 2006/03/08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헥! 아직 블로그에 서툴러서 트랙백인가 뭔가 잘 모르는디 왔더니 여기까정 왔네여. 여기서 많은 토론(!)이 되었네요. 나는 그냥 '동지들~'이 가장 조아요. '노동자'라는 호명도 좀 고민됨.. 민주노총 집회에 농민도 있고..굳이 농민도 농업노동자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냐고 하면 뭐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꼭 노동자라는 '단어'에 목을 매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암튼 덧글, 트랙백, 블로그 재밌군요... 새내기 블로거 티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