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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사무실에서

1.

6월 29일, 이른바 속이구(6.29) 선언을 한지 꼭 21년이 되는 날이구나.

그 날 학교에서 신림동 4거리에 있는 중국집까지

후배와 함께 버스타고 나가면서(무슨 모임이 있었다)

직선제 개헌에 대한 기대와 '선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21년이 지난 기억이라 어슴푸레하지만 그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2.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침탈 앞에서

서울 시가지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전은 평화롭기만 하니까 가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주말에는 서울로 가서 밤샘 집회나 하고 싶다는 생각,

문득 든다.

웬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70-80년대의 폭력이야 그랬다 치고

다시 21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법과 권력이라는 폭력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온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 제1조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데까지 왔다.

 

3.

우리 연구소, 투쟁이 67일째이다.

모양새로는 무척 평온하게 진행되는 투쟁이지만,

긴장은 여느 투쟁과 다르지 않다.

자나 깨나 바깥 세상의 일보다는

내 투쟁에만 집중한다.

아침마다 출근투쟁, 오전에는 속보, 점심 때 선전전,

오후에는 사람들  얘기 듣고 다시 내일의 투쟁 준비하고,

주 5일을 그렇게 지내다가

주말에는 몇 잔 술로 혼곤하게 떨어지고

다시 기운을 차린다.

 

4.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 좋다.

모든 고민이 책상머리로 달려와서 속삭인다.

해야 할 일들이 넘치게 몰려와서 치근댄다.

 

그래도 가끔은 내게 묻는다.

너, 제대로 하고 있니?

 

5.

주중에 날 만나겠다고 연락했다가

퇴짜 맞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잊었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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