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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2
    연구원들이 실험복 입고 거리에 나선 사연
    손을 내밀어 우리

연구원들이 실험복 입고 거리에 나선 사연

연맹에서 급히 보내라고 해서 쓴 글이다.

좀 보완해서 미디어충청에도 보내야겠다.

진작 보내려고 했는데 날마다 무슨 일이 이렇게 터지는지...미안해라.

일반인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쓰는 글은 정말 어렵다.

과학기술노동자 대신에 연구원이라고 썼다고 누가 뭐라고 할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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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실험복 입고 거리에 나선 사연-

대덕연구단지로 더 알려진 대덕특구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정부가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공공기관이다. 1985년 2월에 출범해서 23년이 흘렀고, 지금은 1년 예산이 1100억원에 직원들이 1천명(석박사 연구직 약 70%)에 이른다. Cell, Nature 등 세계 유수의 전문학술지에 논문이 실리고, 위암진단기술을 개발하고 지방간 발생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등 주로 생명공학과 관련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이다.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잘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생명연은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공공연구노조 생명연지부)이 중심이 되어 ‘생명연 해체 저지’와 ‘안정적 연구환경 쟁취’를 외치며 50일째 투쟁하고 있다. 생명연을 카이스트 직할기관으로 통합하고 재산은 국고로 귀속한 후에 카이스트에 무상 양여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연연구기관이 더 이상 인위적 통폐합과 무분별한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출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강제통합방침이 드러나자 전 직원이 들고 일어났다.

 

정부가 강제통합을 추진하는 논리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겉으로는 교육기관(카이스트)과 연구기관(생명연)의 우수한 협력모델을 개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카이스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생명연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연구경쟁력이 커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정부는 연구소 하나 없애는 것을 쉬운 일로 치부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인위적 통폐합은 없다고 했던 정부의 방침을 뒤엎은 배경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MIT 후배이자 제자인 김창경 청와대 과학비서관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이스트의 3대 구성주체인 노동조합과 교수협의회,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가 모두 통합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MIT를 나온 카이스트 장순흥 부총장과 함께 이른바 MIT 3인방이 카이스트와 국가과학기술정책을 농단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연은 지난 50여일 동안 우직하고 힘차게 투쟁을 벌여왔다. 5월 21일 정부중앙청사 상경집회를 통해 정부의 통합추진 입장을 확인하고, 5월 27-28일 연인원 500여명이 참가하는 카이스트 앞 집회를 통해 투쟁의 의지를 드높였다. ‘생명연 강제통합 과학기술 미래없다’, ‘자율협력 하라더니 강제통합 웬말이냐’, 이런 문구가 담긴 플랭카드를 펼쳐들고 아침마다 100-200명의 과학기술노동자들이 대덕특구로 들어가는 두 길목에서 출근투쟁을 지속해 왔고, 카이스트 앞에서는 날마다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촛불시위에 조직적으로 참가하고, 매일 600부의 투쟁속보를 발행하여 점심시간마다 연구소 식당에서 배포하고 있다.

 

다른 공공연구기관과 마찬가지로 생명연도 IMF 환란 이후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년단축, 연봉제와 계약제 강제 도입 등 고통분담의 세월을 지나왔다. 이제는 아예 연구소까지 통째로 빼앗길 판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과학기술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다. 이제 50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100일 지나고 5백일이 되더라도 강제통합 방침이 철회되지 않는 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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