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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3
    새해(4)
    손을 내밀어 우리

새해

한해가 새로 시작하니

여기저기 써야 할 게 많더라.

 

문자로 무수히 온 덕담들에 대해서

여러날 후에 전화로 일일이 응답하다가

미처 다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했다, 미안해라.

 

날마다 무수히 일어나는 사건들 앞에서

블로그에다가 쓰고 싶은 말이 넘치기도 하는데

우유부단함에다가

오지랖 넓게 안 끼어드는 데가 없다고 자타가 타박을 하는 터라,

그냥그냥 지나치는 것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민주노총, 당, 우리 노조가 삼위일체로

끝이 어딘지 모를만치 추락하고 있는데

마냥 겉돌기만 할 수도 없는 것, 

어디 한 곳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여러군데 걸쳐놓은 내 일들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니....

 

이제 슬슬

말문을 열며 몸으로 나서 굴러보기로 한다.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될지, 낸들 잘 알겠냐만.... 

 

....아래 글은 지난 주에 참터 뉴스레터에 허겁지겁 막차로 실린 것이다.



 

무자(戊子年)이 밝았다. 무자(戊子)는 갑자, 을축으로 이어지는 육십 간지 중에서 25번째에 놓인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한해에 두 번쯤 집중적으로 그해의 간지를 주워듣곤 했다. 바로 1월과 12월이다. 1월에는 한해가 시작되었다고 매스콤에서 난리법석을 떤다. 예컨대, 올해는 무자년이다. 그러니까 쥐의 해라는 말이다. 쥐띠인 사람들의 성격과 운수는 이러이러하다.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물 중에서 쥐띠는 아무개 아무개가 있고, 그이/그녀들의 올해 꿈과 포부는 이러저러하다. 혹은 황금돼지해(2007년, 정해년)를 맞아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돼지우리를 구청 광장에 만들고 돼지를 키우고 있다. 이런 풍경, 연초마다 신문과 방송에서 되풀이하면서 벌이는 소동이다.


그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해의 간지가 무엇인지 까마득히 잊고 산다. 그걸 다시 기억하는 것은 12월 중순이나 될까, 다시 신문과 방송에서 무자년이 저물어 가노라 하면서 설레발을 치기 시작하면서이다. 곧 여기저기서 탄성과 회한이 쏟아진다. 謹賀新年과 Best Wishes 어쩌고, 한자와 영문이 섞인 카드의 여백에는 다시금 육십간지가 등장한다. 무자년 한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소원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따위.


별다른 의구심을 던지는 일 없이 이러한 풍토에 우리는 대체로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현상에 대해서 구지 시비를 걸 생각도 없다. 실은, 일 년에 두 번이 아니라 네 번씩 신문과 방송에서 벌이는 호들갑은 좀 억지스럽다. 음력으로 따지면 아직은 정해년 섣달이니까, 우리는 조만간 돼지해가 가고 있다고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서 재롱을 떠는 방송인, 연예인들을 봐야 한다. 이제 설날이 오면 다시 덕담이 넘치고 평소의 서너배가 넘는 문자메시지 세례를 받을 것이고, 이미 와 있다던 무자년이 다시 새해로 등극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언젠가부터 간지가 들먹여질 때 나는 참 고약한 기분에 빠져들곤 하는데, 그것은 지난 일 년 내가 계획했던 일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 결부되어 있다. 사업계획이 어떻고 개인적인 목표가 어쩌고 하면서 거창하게 시작한 나의 계획은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새로운 간지가 도래하는 때 나는 습관처럼 계획을 세우고, 그 간지가 끝날 때는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계획으로 점철된 나의 한해를 본다. 그러고도 철저히 반성하지 못하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곤 해왔다.


참터가 출범한지 햇수로는 5년째 접어드는 해, 여느 해보다도 사업계획을 놓고 토론이 열띠게 진행되어 왔다. 지금 여기에 딱 맞는 과학상점운동의 사례가 없다는 측면에서, 참터가 가야하는 길은 늘 새롭고 처음 가는 길이다. 올해 참터가 세우는 계획은 집행위원뿐만 아니라 운영위원과 전체 회원들의 활발한 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한해의 끝까지 내내 모두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김질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나와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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