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혁신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2/19
    좌담회 속기록(7)
    손을 내밀어 우리

좌담회 속기록

다른 동지에게서 16일 좌담회에 관한 기록을 메일로 받았다.
곧 수련회가 시작되기 때문에(여기는 괴산 충청북도자연학습원), 일단 전문을 여기 남긴다.
내가 기록/기억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수련회 끝나고 살펴봐야겠다.
(편집할 시간이 없어서 사진도 그냥 남김)
-------------------------------------------------------------------------------------------------------------------------
  
 
(정성희) 최근 민주노총 사건의 근본 배경과 원인이 무엇입니까? 성폭력 같은 극단적 경우가 아니더라도 예전과 달리 단위노조와 그 상급단체, 최상급단체의 간부 및 활동가들의 흐트러진 모습이 많은데,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70~80년대 군사독재시절 민주노동운동 간부 및 활동가들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임했나요? 1990년대와 2000년대, 노조간부의 태세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하부영)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면서 민주노총, 민주노조운동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확인했다. 우리의 수준보다 너무 과도하게 인식되었다. 우리의 외적인 모습에 비해 내공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민주노총이 높은 사회적 위상만큼 공명정대한 처리방식이 확립되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접수됐을 때도 정교한 표준매뉴얼이 있었다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이 느슨해지고 초기의 기풍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결과다. 전반적으로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의 의식이 많이 흐트러졌다. IMF사태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대응능력 부족과 전망 부재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란) 개인의 실수나 과오 측면도 있지만, 조직이 강력하고 탄탄하면 그 구성원들의 긴장도가 다르다.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는 민주노총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전과 다른 견결치 못한 모습이 다종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 ‘우리는 이런 세상을 만들거야!’라는 한국노동운동의 목표와 확신, 자신감이 혼미해진 데 그 배경이 있다. 대안사회를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일꾼들이 자기 활동에 대한 보람과 자존감, 미래에의 낙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복잡다단한 현실과 결합해 민주노총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운동 전체가 열성적인 토론을 전개해 대안을 찾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성우)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지만, 우리 안에 일상적이고 구조화된 문제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일상적으로 민주주의, 와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 운동권에 1970년대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질서가 그대로 지배하고 있으며, 이로 부터 발생하는 억압이 우리 안에 살아 있다.

대표적으로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노동자, 원-하청 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에 우리 운동이 얼마나 깊이 천착하고 있나. 87년 우리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지금 현장에서 노조간부의 행세는 어떠한가. 이 사건을 특정간부의 돌출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현재 운동권 문화와 토양을 되짚으면서 우리 내부를 혁명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노동운동이 외형적 성장과 성취에도 불구하고 자정노력이 부족했다. 자기가 책임져야 할 많은 문제를 정권과 자본의 탄압으로 돌리고 스스로에게는 너무 관대한 게 아니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몇 년 전 성폭력 방지 100인 위원회 때 관련규정을 제정하는 등 매뉴얼도 만들었다. 당도 민주노총도 성 평등 교육한다. 그런데 이런 매뉴얼이 기능하지 못하는 구조화된 그 무엇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참담하다. 굉장히 심각하다. 활동가들의 반성을 이야기에 앞서 우리 안의 이런 것들로 상처받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존재를 인정할 때, 그리고 그 피해자를 위해 운동진영이 일할 수 있을 때, 이 문제는 풀릴 것이다.

(최순영) 70년대는 어려운 때였다. 노동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다. 간부교육을 실시하는 노동조합도 드물었다. 4박 5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사에 거짓말을 하고 여기에 참석했다. 당시 무슨 이야기가 중점이었나 하면, ‘우리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거라도 꼬투리를 잡히면 우리는 탄압받고 매장된다는 것을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각인했다. 심지어 미인계를 써서 우리를 탄압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집 가는 것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또 나는 아이를 낳지 말자고 남편과 합의하기도 했다. 만약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면 아이로 인해 회유협박 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70~80년대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은 모든 극단적 상황을 상정하고 생활을 관리했던 것 같다. 자기 무장과 각오가 없으면 노동운동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니까. 
  
사측 관리직들이 노동자를 성추행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지만, 노동조합 내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수련회 때 혼숙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요즘 노조 간부와 활동가들의 정신이 해이해졌다고 본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연일 나오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민주노총은 뭔가 다르다’ ‘나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 민중이 함께 잘 살자고 하는 운동단체’에 대한 기대에 민주노총이 과연 얼마나 부응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새로운 각오로 재무장해야 할 시기다.


(하부영)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22년이 흘렀다. 현재 노조간부의 구성 비율을 보면, 87년 이전 민주노조가 없을 때부터 현장생활을 한 사람은 20~30%뿐이다. 어쩌면 나머지 70~80%는 민주노조의 귀중함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장에서는 민주노조와 어용노조의 경계가 없어졌다. 아주 심각하다. 조합원의 올바른 지적이 노동조합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노조간부들이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2005년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노조간부 혁신과제에 대해 백지 설문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사무실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조합원의 응답이 36%나 나왔다. 정말 놀랬다. 당시 사측 사람을 만나 회유, 야합이 있을 것이라는 조합원의 인식이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수 간부들은 ‘조합원들이 실리주의, 개인주의에 빠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간부들의 자세가 문제다. 많은 조합원들이 현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와 단절하고 ‘제2의 민주노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산별노조시대의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제2의 민주노조운동’을 해야 한다. 관성화되고 입에 발린 결의대회 등이 아니라 근본을 바꾸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노동운동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성희)노동운동의 질적 발전, 특히 대 공황기 변혁 지향적 민주노조운동,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을 위해 간부와 활동가들의 관점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요? 그리고 올바른 노조간부의 태도와 자세를 확립하기 위해 사상교양과 생활총화와 실천투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재 현장 제 조직들이나 정치조직들이 이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까? 저도 84년 말부터 현장 활동할 때 3시간 잔업 끝나고 소모임에 참석해 활동 보고 및 토론, 교양학습, 자기비판과 상호비판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에 일어나 유인물을 집집마다 돌리고 아침식사 반드시 챙겨먹고 정시 출근하는 강행군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요즘활동가들의 생활은 어떤 가요?
    

 


 (최순영) 70년대는 간부교양 프로그램, 소모임 활동 등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이 많았다. 어쩌다가 연휴가 생기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숙박이나 토요일 프로그램이 안 되는 분위기다. 개인주의로 흐르는 단면이다. 물론 일상 활동도 시대적 추이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저는 ‘노조간부 부부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노조간부의 부부관계가 심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편이 노동운동을 하면 아내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아내는 남편에게 ‘당신이 노동운동을 하니까, 노동운동이 더 싫다’는 등 집에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부부프로그램이 잘 안 된다. 왜냐하면 남편들이 같이 모이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들의 부족함이 탄로 날까봐 겁을 낸다. 아내들을 모아놓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당시 조합원교육도 참 많이 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으로부터 힘이 나온다는 교과서적 이야기를 강하게 믿었다. 예를 들어, ‘임금을 간부 몇몇의 20% 인상이 아니라 조합원과 함께하는 10% 인상이 더 중요하다’, 늘 조합원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숙제였다. 그러다보니 일상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합원들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70년대 YH 조합원들은 중학교 가는 것이 모두의 꿈이었다. 그래서 야학을 했다. 교복을 입고 싶다면 교복을 입혔다. ‘뺏지’를 달고 싶다면, 한자를 배우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하라고 했다. 물론 요즘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이 다르다. 문제는 조합원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금은 수백 명 모여서 의례적인 교육한다. 당시는 20~30명씩 모여서 토론식으로 진행했다. 교육이 가장 유력한 무기다. 집중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부영) 80년대 그 어려운 시기에도 뜻있는 노동자들 스스로 상황극(촌극),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등을 만들어 노동문화제를 개최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빠르게 건방져졌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자를 타락시키고 회유하는데 말이다. 현재 현장조직들 일부는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90년대 초반까지 치열했던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심하게 말해 지금 현장조직들은 노조 발전의 해악이다. 사실상 현장조직이 노조선거 조직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 민주노조운동 발전을 저해시켰다. 현장조직을 개혁하고 정파갈등을 완화하는 방안 을 빨리 찾아야 한다.

경제위기로 조합원의 70% 이상이 빚쟁이가 됐다. 제조업 노동자 임금은 이미 30-40% 삭감됐다. 앞으로 신용불량, 이혼, 노숙, 자살의 증가 등 가정 파탄이 우려된다. 조합원들이 각자 살 길을 찾다보니 부동산투기에 빠져 든 것이다. 조합원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데 과연 우리 노동조합은 무엇을 했나? 이러한 조합원들의 애로를 풀어주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실패했다고 본다. ‘제2의 민주노조운동’, 그들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인간다운 길을 다시 내세울 때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감은 새로이 싹을 틔울 것이다.

 



(김성란) 70~80년대와 지금의 운동조건은 다르다. 87년 이전 운동은 소수 선각자의 운동이었다면, 87년 이후는 대중주체의 운동으로 전환되었다. 요지는 노조간부들이 변화된 조건, 즉 자본의 지배방식과 조합원들의 정서가 달라진 점을 감안해 현장을 강화하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물어봐야 한다. 간부와 활동가들이 실력을 떠나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자본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헤게모니싸움에서 점점 수동화 되었다.
간부들은 노동운동을 잘하고 싶어 하지만 자본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는 키워드를 찾지 못하고 철학의 빈곤이 발생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현장은 아침선전전, 시장선전전 하는 간부들 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을 욕하면서도 유인물을 받아 챙겨 간다. 결국 운동의 기본이라는 ‘간부들의 현장성’, ‘조합원과의 결합도’를 높여내는 것이 관건이다. 현장조합원과의 결합, 대중노선을 전면화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지혜를 모으고 답을 찾아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대중 속으로’, ‘현장 속으로’가 정답이다.


(이성우) 간부들이 단위노조 위원장 되면 교육과 담을 쌓는다. 간부들이 그렇다. 교육을 조합원에게만 강조한다. 현장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조합원들이다. 조합원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철저히 믿어야 하며 이를 내면화해야 한다. 간부들은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핑계를 댄다. 그런데 같은 노조 내에서도 집행부가 바뀌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움직인다. 조합원은 바뀌지 않았는데 말이다. 따라서 현장이 안 움직인다는 말은 거짓이다. 간부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조합원교육에서 했던 말을 간부 스스로에게 그대로 대입해야 한다. 자기 자신부터 바꾸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와 우리를 분리시키고, 조합원을 대상화하는 것이 이미 일상화되었다. 오늘의 상황에 맞게 우리를 재조직하는 길은 무엇일까?
나를 재조직하고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작은 것부터도 간부들이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간부 단련은 총연맹에서부터 체계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 간부를 하는 것이 자랑할 만한 것인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자기만족적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어떤 목표와 전망을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평가도 절대적 평가가 아니라 상대적 평가다. 객관을 앞세우며 안이한 평가를 진행한다. 그래서 짧게는 IMF사태 이후 10년 만에 헤게모니를 자본에게 넘겨줬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자본에게 타격을 가한 투쟁이 있었는가? 그러면서 현장조합원들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의 자족적인 운동이 1500만 노동자의 커다란 전진을 가로막지 않았나 자문해본다. 2008년 촛불정국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정성희) 지난 문민 3대 15년의 신자유주의 시대는 사이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앞세운 외세와 정권과 자본의 저강도전략이 관철되어 노조운동의 양은 커졌으나 질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황을 맞고 MB가 파쇼화되고 있다. 간부와 활동가들을 도덕적 정치사상적 전략전술적으로 단련시키고 대중노선을 철저히 구현해야 하는데, 노동조합조직 차원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차원에서 저는 단위노조와 상급, 최상급 단체 안에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써클과 같은 소모임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상교양과 생활총화와 실천투쟁을 결합해 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을 훈련하는 ‘혁신소모임’이 가동되어야 한다.
그 다음 소주제로 넘어가서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전개해야 합니까? 또 이번 사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민주노총의 혁신과 단결에 도움이 될까요? 3월 민주노총 임원 보궐선거에서의 통합지도부 구성이나 연말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성우) 지난 20여 년 동안 노조 조직률은 하락했다. 반면 노동자는 1,000만 시대에서 1,500만 시대로 왔다. 이미 제1노총이 되었다. 이전에는 조합원 쪽수 보다 활동을 통해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세력이라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역시 민주노총은 다르다’고 할 만큼 철저히 진상규명하고 무섭게 처리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깊이 해부해야 한다.
지금 민주노총 비대위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공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에 깊숙이 들어박혀있는 운동권의 억압된 구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지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이렇게 했을 때 다시 거듭날 수 있다. 가슴 아프게 뼈저리게 반성하고 헤쳐 나가야 한다. 성폭력사건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현실과 혁신과제를 찾아내야 한다.
 

 

 

(하부영) 저들이 갈라놓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간 논리를 극복하고자 산별시대에 맞는 민주노조운동을 준비해야 한다. 산별노조와 총연맹의 지위와 역할을 정확히 구분하고, 상호 발전시켜야 한다. 성폭력사건, 이것부터 잘 해결해 민주노총은 뭔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처럼 자정결의, 교육 등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중장기적 과제일 수 있는데 정파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직선제를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부위원장 제도를 바꿔 소수파 참여를 보장해줘야 한다. 정파가 달라도 상호 침투와 배려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지금보다는 개선될 것이다. 당장 4월 8일 보궐선거가 있는데 경쟁하지 말고 자숙하는 의미로 통합지도부를 구성하고 임기 연장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합지도부를 통해 현장조합원에게 단결하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이성우) 노동기본권이 퇴행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노조결성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교사 공무원 단결권도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이는 자본이 조장한 측면과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자본은 노동의 위기로 전가시키고 자기들은 빠져나가 있다.

우선 연대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별, 업종별끼리 연대가 아니라 ‘차이를 극복한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 산별구조가 공고화되면서 지역 내에서는 이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로서의 연대성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간부들끼리의 연대가 아니라 현장조합원들끼리의 연대를 위해 간부들이 헌신해야 한다. 산적한 당면 과제도 이러한 기본정신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최순영) 당과 노조 현장을 순회하며 정파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70년대는 동지애가 가장 우선이었다. 80년대 이후 학출 활동가들이 현장에 들어오면서 현장을 망쳤다고 본다. 지난 1월 일본에 갔다 왔는데, 지지정당별로 여러 개 노총이 나눠져 있는 꼴을 보았다. 정파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욕심이다. 사상과 노선의 차이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욕심을 극복해야 한다. 자기 탓보다는 남 탓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언젠가부터 간부들의 활동 수단이 되어버렸다. 말로는 조합원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주인대접 하고 있는가?

선거제도 개선을 통해 정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나부터 바뀌는 것이다. 용어도 중요하다. ‘조합원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조합원은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지 따라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다 알고 있다. 자본가들의 분열책동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끼리는 함께 나누고 같이 행동해야 한다. 국민들에게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을 쟁취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길을 닦는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내 삶의 즐거움’과 ‘조합원과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 간부들부터 노동운동을 즐거워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을 감동시킨다.

(이성우) 대전에서는 ‘행복게릴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활동가들부터 행복해야지라는 취지 로 지난해 12월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성란) 이번 사건으로 80만 조합원이 받는 고통과 아픔이 크다. 조합원의 마음을 바꿔야 대국민 이미지 개선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간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석고대죄’를 포함해 진심으로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조합원의 무너진 자긍심을 다시 세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기간의 이미지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성을 가지는 것이다. 국면전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간부들이 자기 정리를 빨리 해 방안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보다 훨씬 강력한 연대와 단결가 필요하다는데 동감한다. 당위와 구호가 아니라 어떤 계기를 통해 연대와 단결을 이뤄낼 것인가가 고민이다. 정파는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희망은 상당수 현장 제 조직 동지들이 민주노총 위기상황에서 정파운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평가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즉각적으로 현재의 위기국면을 돌파해야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커다란 전환이라 생각한다. 연대와 단결의 방향으로 향후 선거도 잘 해보자는 흐름이 있다. 현재 비대위를 믿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정성희) 그 밖에 하실 말씀은? 끝으로 총연맹, 연맹, 지역본부, 산별노조와 지부, 지회, 분회의 간부 및 현장 제 조직의 활동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한마디씩 해주십시오. 

 


 
(하부영) 첫째, 나부터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나의 거짓과 위선을 걷어내야 만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설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이번 사건은 제2의 민주노조운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어디서 출발할 것인가? 바로 ‘전태일 열사 정신 배우기 운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직설적으로 ‘전태일 열사가 술 먹고 사고 쳤냐?’ ‘전태일 열사가 상갓집에서 노름했냐?’고 물어야 한다. 전태일의 삶과 투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대 부흥회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을 혁신하고 제2의 민주노총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최순영) 세상의 변화의 중심축은 역시 노동자다.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짊을 지고 가는 이들이다. 노동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대내외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민주노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노조 간부, 활동가들 또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함께 라는 인식을 하며 동지적 믿음과 사랑을 가져야 정파 간에도 발전이 가능하다. 삶의 가치를 다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누구인지 뒤돌아보고 나를 찾는다면 길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갖고 힘을 내시기 바란다. 

(이성우) 희망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간부들부터 ‘일신우일신’하고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자. 현실은 어렵더라도 의지로 낙관하자.


(김성란) 2월 28일 민주노총 5만 조직 목표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노동자의 직관력이 대단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노동 계급적 본성으로 현장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있다. 현장 간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주노총의 혁신강화 여부가 결정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