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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까?

  오늘 신규 간호사와 함께 작업장 순회점검을 했다. 보건교육후에 상담을 하는데 '근골격계' 상담도 하느냐며 어떤 남자가 자리에 앉았는데,  리프트가 없어서 허리숙임을 반복해서 요통이 있다고 호소하길래 그 작업을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몇번이나 건의를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회사에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다. 가서 보니 요통이 안 생길 수 없는 작업이었다. 신규 간호사에게 리프트에 대해서 설명해주자 "그걸 사업주가 줄까요?"하고 물었다.



현장 책임자와 이야기를 해 보았다.

문제의 작업은 얼마전 사장이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다가 리프트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려서 생기부에서 검토중이고 조만간 지급예정이란다. 사장이 어떤 맥락에서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그렇다.

삼년전만 해도 중소규모 작업장에서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마치 노동자의 숙명과 같은 것이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근골격계 질환 예방 의무가 신설된지 불과 2년이 안되어 우리가 가는 거의 대부분의 작업장에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미조직 노동자가 '근골격계'상담도 하느냐고 묻기도 하고 현장 책임자의 입에서 '허리가 아픈 작업이라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 진 것일까?

1990년대 중반에 한국통신 전화교환원의 경견완장애 집단 산재투쟁 관련 기록을 본적이 있는데 당시 구로의원의 임상혁선생님은 이' 신종직업병'에 대해 강조해서 기술했었다.

2003년의 법 조항 신설은 만족스럽지는 않을 지라도 십년간의 투쟁의 성과인 것이다. 오늘 검진하러 나가서 짬짬이 읽은 책은 <그녀들의 반역사, 여공 1970>이었다. 캔디를 싸는 일만 14시간씩 하느라 손가락이 굽어지고 글씨를 쓸 수 없게 된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일을 예방해야 한다는 법이 생기고 그 법에 의지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어린 투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요즘 홍실이와 함께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글을 쓰면서 각종 자료를 읽고 있는데 이런저런 수치들속에서 헤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역사와 그 전망을 그 수치들 속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게 꼭 이번 작업에서 가능하지는 않더라도......(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흑흑) 그렇지만 이번 작업은 우리가 하려는 작업의 밑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꾸준하게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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