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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아침에 11시10분까지 검진및 판정을 하고 한시간 학부수업을 했다. 오늘은 그래도 많이 부산하지는 않은 편.  무슨 솥가마라는 이름의 음식점을 하시는 분이 왔었는데 50세가 다되도록 군대에서 신검 받은 것 외에 건강진단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으시다고 하시는데, 혈압이 높았다.  바쁘지 않아서 차근차근 설명을 할 수 있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보면 나도 좀 지겹긴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고혈압은 단일 요인으로 사망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인이라 하니,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할 수 밖에 없다.    농사를 짓는다는 50대 남자분도 생천 처음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셨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숨이 좀 차다고 하신다.  흡연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 폐기능 검사를 해드릴까 했으나 신종 플루 때문에 오늘부터 검사가 중단되었다. 

 

 고지혈증이 심했던 학력이 높은 젊은 남자는 부모 모두 심근경색을 앓았다고 하는데, 자신이 고지혈증이 있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은 것 같으나 별다른 치료없이 지낸다고 했다. 실컷 설명을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해서 보니 과거 검사자료가 동명이인의 것이었다. 본인은 웃으면서 회사에서도 다들 헷갈려한다고 했지만 참으로 민망했다.  본인의 과거 검사결과를 다시 찾아서 보니 역시 고지혈증이 약물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했다.  기름진 음식은 안 먹는다 하여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과 약물치료를 권했다.  담배는 지질대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검진하는 날 혈액검사결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아서 검사결과를 설명해주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2006년부터 챠트를 만들어 일을 하니 과거 검사결과를 놓고 필요한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은 검진을 받아놓고 그 결과서를 잘 읽어보지 않는 것 같다. 읽어봐도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고지혈증 상담을 길게 했던 남자는 최소한 석사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인데도 그랬다.  검진에 결과상담이 꼭 포함되도록 제도가 바뀌거나 모든 검사가 두 시간내에 결과가 나와서 바로 설명해줄 수 있으면 좋은데, 쩝

 

  검진중간에 지난 번 경비직의 작업관련 뇌심혈관질환 사망에 대해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부탁했던 어느 교회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 양반은 자꾸 전화를 한다. 고맙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등등.  오늘은 다른 용건이 있어서 전화한 것이긴 한데 자궁경부암 검사 준비되어 끊어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밥 먹자 하신다.  에구구, 바빠서 그냥 내 핸펀으로 전화통화를 한 게 실수다.

 

  학부수업을 하면서 내가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가급적 앞으로 학생들이 마주칠 상황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했는데, 전보다 말이 술술 잘 나온다.  강의제목은 작업환경의 평가와 관리였는데, 어제 홍실이 블로그에서 읽은 '평균과 2SD'의 의미에 대해서 강조해 이야기해주었다. 의사들은 직업병은 아주 특별한 상황의 문제로 흔히 생각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혈중 납농도와 납중독을 예를 들어 설명했으나, 오늘은 성폭력을 예를 들어 설명했더니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사실 어젯밤에 맛있는 포도주 먹고 잤는데, 아침에 몸이 찌뿌뚱해서 검진도 강의도 귀찮았었다.  그래도 하고 나니 개운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체력이 딸리나 봐.  술은 아예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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