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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을 두 번 적시다

뻐꾸기님의 [노조공화국?] 에 관련된 글.

  오늘은 멀리 당진까지 가서 7명이 나가서 39명을 검진했다. 오늘의 일정을 두고 말이 많았다. 올해 초에 검진을 잡을 때 사내하청이 있는 곳을 꼭 함께 검진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지만 사내하청측과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진팀장이 39명이면 출장검진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총무과장이 직원들 생각하여 대학병원에서 검진하기를 원해서 우겨서 성사된 일이다.



  당진은 의료 접근성이 한참 떨어지는 곳이라 수검자들이 오랜만에 만난 의사한테 궁금한 것도 많아 시간이 좀 걸렸지만 39명이니 느긋하게 진행했다. 이렇게 된 게 후공정의 여성 노동자들을 방출하고 사내하청으로 돌렸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울적하다.

 

  거의 일년만에 만난 노조위원장은 기가 더 죽었다. 요즘 회사에 일이 없다고  현장 인력 줄여서 무슨 품질관리하는 데 보내서 스트레스 만땅이란다.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 어쩌구 저쩌구.... 그래도 매일 술마시지는 말라는 당부를 했다.  

 

  검진끝나고 정리하는데 임상병리사 하나가 말한다. 작년에 여기서 엄마 위독하단 소리듣고 20만원 주고 택시불러서 고향에 간 기억이 난다며 울먹인다. 모친은 며칠만에 돌아가셨다. 어쩐지 아침에 얼굴이 영 좋지 않더라니. 엄마생각에 울적한 사람 붙들고 그런 줄도 모르고 사소한 잔소리 몇 마디 한 게 마음에 걸린다. 나중에 알고보니 검진 실사를 나온 의료보험공단 직원하고 트러블도 있었던 모양이다. 많이 속상했겠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위로한답시고 돌아가신 울 아버지 이야기 하다가 나도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다. 

 

 점심시간에 총무과장하고 밥을 먹었다.  이 분은 평소 즐겁게 사는 분이다. 40-50대를 위한 온라인 동호회일도 열심히 하고 회사 일도 열심히 하는 분이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내년엔 다른 작은 검진업체 알아볼란다고 하는 걸 일년에 한 번 쯤 만나니 반갑지 않은가, 그냥 우리랑 하되 오후에 하라고 꼬셨다. 기왕 우리가 보건관리하는 작업장을 돈때문에 다른 곳에서 검진하게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작은 회사라고 무시하고 검진을 해 주네 안 해주네 해서 자존심이 잔뜩 상해 있어서 마음을 풀어주느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부친이야기가 나왔다. 77세된 부친이 심장판막질환을 진단받은 뒤 사는 데 별 지장 없어 치료안 하기로 하고 그냥 지내시는데 그 뒤론 만날 때 마다 가슴이 짠 하다, 지난 번 찾아뵈었을 때 배웅하시는 눈에 눈물이 맺힌 걸 보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 하는 것을 반성했다는 이야기이다. 부친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눈물을 글썽인다. 함께 듣던 간호사도 나도 눈시울을 적셨다.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어르신들한테 잘 하자고 번번히 다짐하지만 그 때 뿐이다. 얼마전에 울 엄마가 다녀가셨는데 괜히 심통부리고 나서 후회했다. 엄마도 많이 늙으셨는데 위로해드리지는 못할 망정....

 

  그런데 말이지. 울 엄마는 아직도 매우, 나보다 훨씬 더 씩씩하시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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