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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혁명과 이북

아랍혁명에 안개가 자욱하다. 특히 리비아에서의 아랍혁명을 두고 이런 말 저런 말들이 오간다. 나 자신도 그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갈팡질팡한다. 내 사유의 위치는 어디인지, 그 자리는 어디인지 알아보고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써 본다. 더구나 리비아의 상황을 한반도와 연계하는, 즉 이북의 김정일 체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와 결부시키는 상황을 두고 볼 때 이 일은 상당히 시급한 것 같다.

 

나에겐 리비아사태를 바라보는데 우수한 망원경도 면밀한 현미경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망원경, 현미경이라 할지라도 시력을 상실한 눈에 갖다 대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에 기대에 우리가 평범한 시력으로 알아 볼 수 있는 것들 몇 개를 늘어 놀까 한다.

 

 

1. 외세에 대한 리비아 인민의 심성

 

외세에 대한 리비아 인민의 심성에 대한 분석이, 이곳 진보넷의 몇[번역]글 외에는 없다. 근데, 리비아사태를 이해하는데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집트혁명을 통해서 분명해진 것은 이집트 군수뇌가 상당부분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반면, 카다피의 군대는 최소한 미국의 혹은 나토의 말을 듣지 않는 군대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카다피와 그 군대가 반제투사란 이야기는 아니다. 카다피가 용병을 사용해서 버티고 있다는 것도 마키아벨리가 이미 지적했듯이 용병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용병은 주인이 굳건히 서 있거나 이길 확률이 있다고 생각할 때 도망가지 않고 싸우는 자들이다. 그럼 카다피는 뭘 중심으로 하여 굳건히 서있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서있는가?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리비아 사태에 기대어 이북[체제]를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고 떠드는데 진정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다.

 

리비아의 심성을 살펴보아야 하듯이, 이북 인민의 외세에 대한 심성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주체사상의 실체가 반미라는 것을 두고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북 인민의 반미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하버마스식의 담론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사회현실에 근거하여 작동하는 푸코식의 ‘디스포지티프’인가를 분석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통사회주의를 운운하면서 이북 인민의 반미심성은 차지하더라고, 이남인민의 반미심성을 간과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남인민의 반미심성은 특유하여 이곳 독일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자문하는SWP연구서에서조차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햇빛정책’에서‘평화와번영을위한정책’으로, 50년이지난미국과이남의동맹이넘어서야할과제 등). 그리고 촛불시위에서 보았듯이 반미심성은 분출구를 찾으면 불거지는 이남인민의 심성이다. 이런 인민의 심성을 간과하고 제국주의문제를 그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담론의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담론의 수준에서 이북체제문제를 사유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성능 좋은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뭔가를 보고 분석하는데, 그 분석이 내놓은 실천은 진부한 수준 이하일 뿐이다.

 

“이와는 달리 북한 사회가 민주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들과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을 찾아야 한다. 사실 국가권력에 통제되지 않는 전면적인 교류확산이야말로 북한 지배층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북한의 지배층이 아닌 이러한 교류와 연대에 기초해 북한 체제가 왜 가짜 사회주의인지, 대중 스스로 새로운 권력의 중심에 서는 투쟁의 방향은 무엇인지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노신, 아랍민주화는지지! 카다피는연대? 북한에는침묵?) 어쩌자는 말인가? 폴러첸 같이 풍선에 라디오를 달아서 이북에 공급? 민주투사 이북잠입?

 

 

2. 벵가지 인민을 죽게 내버려 둬?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난 이 질문을 달리 제기하고 싶다. 벵가지 혁명군이 나토지원을 요구해야 했나?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난 뭘 요구해야 하나?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이남 사회의 혁명적 변혁을 지향한다면 반듯이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인 것 같다.

 

1980.5.26일 새벽 광주민중항쟁의 거점 도청사수는 외로웠다. 그때 미국을 불러, 아니면 인권을 옹호하는 유엔을 불러 진압군을 좀 폭격 해달라고 했어야 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남에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어날 혁명에 대한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하게 하는 질문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 제국주의문제를 담론의 수준을 넘어 혁명세력의 힘을 확장하는 디스포지티프로 이해하고 다듬어 나가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것은 이남의 혁명이, 자본주의체제로부터 빠져나가는 혁명이 ‘외세’의 개입 없이 진행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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