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독일 난민 사태: 메르켈의 비전 6 - "그대의 손이 마련한 비상사태법"

1.

 

늘 그러듯이 연상 힘에 끌려 꿈에서도 생각지 못할 연관의 세계로 들어 간다.

 

Notstandsgesetze von deiner Hand” – “그대의 손이 마련한 비상사태법”은 책제목.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른바르트 베스퍼(Bernward Vesper)가 그의 “파트너, 협력자, 욕망의 수취인”(같은 책, 281)이었던 독일 적군파 구드룬 엔(Gudrun Ensslin)과 주고 받은 편지 묶음지에 붙인 제목이다.

 

메트로폴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적군파를 비상사태를 결정하는 군주 – 주권자로 공상하는 제목.

 

구드룬 엔린과 앙겔라 메르켈을 비교한다?

 

추상의 작업.

 

적군파의 동인(動因)이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 해야 할 책임의 긴박성이었다면 메르켈의 동인은 현재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지금 해야 할 책임을 짊어지는 것.

 

적군파의 동력이 나치의 ‘타자성의 말살’에 참여한, 동조한, 좌시한 역사의 청산이었다면, 메르켈의 동력은 ‘타자성을 환대’하는 역사 만들기.

 

비상사태’에서 무장투쟁을 결단한 구드룬 엔슬린에 ‘비상사태’에서 난민 유입을 결정한 메르켈이 겹친다.

 

2.

 

난민 환대 정책으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메르켈 총리가 공세에 나섰다. 그의 최근 행보는 난민 환대 정책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6년 전 내독 장벽붕괴 직후 콜 총리와 미테랑 대통령이 그랬듯이 다시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이 어제 유럽의회에 나란히 서서 ‘더 많은 유럽’을 촉구했다.

 

총리실에 난민정책을 총괄하는 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어제 “안네 빌”(Anne Will) 정치 토크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난민 환대 정책을 재차 확인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교도적인 “내적 확신”(innerer Gewissheit)과 “역사적인 연단의 시간”(“historische Bewährungsprobe”) 외에 마음(Herz)에서 우러나온 정책이란 표현에 주목한다.

 

파스칼의 ‘마음의 질서’가 떠오른다. 표심에 전전긍긍하는 정치논리에 매달리지 않는, 오히려 그런 논리에 정면 대결하는 메르켈.

 

Le coeur a son ordre, l'esprit a le sien qui est par principe et démonstration. Le coeur en a un autre. On ne prouve pas qu'on doit être aimé en exposant d'ordre les causes de l'amour; cela serait ridicule. J.-C., saint Paul ont l'ordre de la charité, non de l'esprit, car ils voulaient rabaisser, non instruire. Saint Augustin de même. Cet ordre consiste principalement à la digression sur chaque point qui a rapport à la fin, pour la montrer toujours.” (파스칼, 팡세)

 

마태복음 25장의 종말을 어느 때나 현재화하는, 현재의 모든 지점의 정치적인, 경제적인, 정신적인, 문화적인 논리에서 벗어나는 마음의 질서.

 

오늘부터 메르켈 팬이다. 그대의 손이 마련한 비상사태법 마다하지 않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