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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독일 녹색당 성공의 비결

자주, 사는 곳 근방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간다. 종종 아직 환한데 벌써 가로등이 켜져 있는 걸 본다. 대낮에 그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짝지와 이런 말을 주고 받는다. 슈바벤 (남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한 지역명)의 할머니가 저걸 봤다면 아마 구청에 찾아가 청장을 불러내 왜 저렇게 소비해야 하냐고 지팡이로 삿대질을 했을 거라고. 아니다. 척박한 삿대질 대신 담백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그렇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타일렀을 것이다.

 

 

지난 바덴-베르크주 총선에서 녹색당이 제1 정당이 되고 아성을 내준 기독민주연합(CDU)과 연정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사민당을 쥬니어파트너로 한 연정에 이어 CDU를 쥬니어파트로 한 정권 창출에 다시 성공할 전망을 갖게 된 녹색당. 그 비결은?

 

 

근면 검소한 생활에서 다져진 저 할머니의 마음을 정치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80년대 젊은이들의 헌신적인 반전.반핵.생태계 운동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유 공화국 벤트란트'(Freie Republik Wendland)를 잊어서는 안되고, 삶을 달리 살자는 이런저런 대안 사업들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녹색당이 꽃을 피게 된 이유는 저 할머니의 마음 밭에 씨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 소개한 루이제 하러와 같은 할머니의 마음.

 

 

 

사이드 킥이 충동질한다. 마음 수련이 아직 부족하나 보다. 한국에서 녹색당은 왜 안될까? 음식 문화(?)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이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 놓은 음식.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나?

 

 

바덴-뷔르템베르크에 가면 '가꾼 것'(Kultur/문화)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도 그렇다. '가꾼 생활권'(Kulturlandschaft – cultural landscape)이다. 자연이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의 장으로서 내게 익숙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포근하다.

 

 

순천 갈대밭도 참 포근했다. 90년대 초반에 그랬다.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왁자지껄 두 번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가꾼 생활권이 아니라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각설하고.

 

 

 

'슈바벤 할머니의 마음'은 아마 부모라면 다 갖는 마음일 거다. 자식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식이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교육에 투자하는 걸 넘어서 자식이 살 생활 터전이 보존되도록 아끼고 가꾸는 마음. 가치보존주의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녹색당 성공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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