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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01
    [횡설수설] 독일 녹색당 성공의 비결
    ou_topia
  2. 2014/02/24
    독일 녹색당의 후퇴-버전 2.0(1)
    ou_topia

[횡설수설] 독일 녹색당 성공의 비결

자주, 사는 곳 근방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간다. 종종 아직 환한데 벌써 가로등이 켜져 있는 걸 본다. 대낮에 그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짝지와 이런 말을 주고 받는다. 슈바벤 (남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한 지역명)의 할머니가 저걸 봤다면 아마 구청에 찾아가 청장을 불러내 왜 저렇게 소비해야 하냐고 지팡이로 삿대질을 했을 거라고. 아니다. 척박한 삿대질 대신 담백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그렇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타일렀을 것이다.

 

 

지난 바덴-베르크주 총선에서 녹색당이 제1 정당이 되고 아성을 내준 기독민주연합(CDU)과 연정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사민당을 쥬니어파트너로 한 연정에 이어 CDU를 쥬니어파트로 한 정권 창출에 다시 성공할 전망을 갖게 된 녹색당. 그 비결은?

 

 

근면 검소한 생활에서 다져진 저 할머니의 마음을 정치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80년대 젊은이들의 헌신적인 반전.반핵.생태계 운동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유 공화국 벤트란트'(Freie Republik Wendland)를 잊어서는 안되고, 삶을 달리 살자는 이런저런 대안 사업들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녹색당이 꽃을 피게 된 이유는 저 할머니의 마음 밭에 씨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 소개한 루이제 하러와 같은 할머니의 마음.

 

 

 

사이드 킥이 충동질한다. 마음 수련이 아직 부족하나 보다. 한국에서 녹색당은 왜 안될까? 음식 문화(?)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이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 놓은 음식.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나?

 

 

바덴-뷔르템베르크에 가면 '가꾼 것'(Kultur/문화)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도 그렇다. '가꾼 생활권'(Kulturlandschaft – cultural landscape)이다. 자연이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의 장으로서 내게 익숙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포근하다.

 

 

순천 갈대밭도 참 포근했다. 90년대 초반에 그랬다.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왁자지껄 두 번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가꾼 생활권이 아니라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각설하고.

 

 

 

'슈바벤 할머니의 마음'은 아마 부모라면 다 갖는 마음일 거다. 자식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식이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교육에 투자하는 걸 넘어서 자식이 살 생활 터전이 보존되도록 아끼고 가꾸는 마음. 가치보존주의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녹색당 성공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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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의 후퇴-버전 2.0

독일 녹색당은 잘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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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 학생운동의 말기에 할 일이 없어서 택시운전을 했던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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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헷센주 환경부장관 선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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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적녹 연정을 구성하고 나서)

 

우선 사상이 있었다. 서구의 물질문명에 대한 뿌리 깊은 비판(‘계몽의 변증법’/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이 있었고, 정의와 평화에 이어 창조의 보존을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로 만든 신학("창조 안에서의 하나님 - 생태학적 신학 창조론‘/몰트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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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골동품 다루듯이 하는 역사학 대 비판적인 역사학, 알프레드 슈미트가 강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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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effmannes.blogspot.de, 난 너를 발가 벗긴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도구적 이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평화와 창조보존을 위한 헌신적인 투쟁이 있었다. 젊은이들은 창조보존을 위하여 달을 넘고 해를 넘는 점거투쟁을 하였다. 그리고 투쟁분야의 전문가들이 되었다. 원전에 사용되는 나사하나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철저함으로 기능엘리트들의 ‘니들은 몰라’하는 교만에 맞서고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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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화국 벤트란트/ Republik Freies Wendland, 핵쓰레기 폐기장으로 지정된 지역을 점거하여 투쟁하는 모습들, 이 투쟁은 30년이상 지속되고 있음)

 

창당하고 주(州)의회에 이어 연방하원에 들어갔다. 사민당과 연정을 하여 부총리자리까지 올라갔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마침내 기존 대중정당인 사민당과 기민당을 누르고 정권을 창출하였다. 주총리자리까지 올라갔다. 명실공이 대중정당이 되는 순간이었다. 녹색당이 차기 연방총리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2013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25%이상을, 사민당 25% 미만을 득표하여 적녹연정이 아니라, 녹적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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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새로운 인민정당/Volkspartei, 슈피겔 2010년 46호)
                       

근데 2013년 선거에서 녹색당은 8.4%를 얻는데 그치고 말았다.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사이에서 정신의 줄을 놓치고 제정신 아닌  상태에 빠지고 결국 넋이 없는 짓거리들을 한 것이다.

 

한 사례다.

 

친환경, 무공해, 유기농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어느 잡지에서도 볼 수 있는 지루한 유행이 된지 오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젠 채식을 하자고 한다. 베를린에서 개발된 소시지 요리인 카레소시지(Currywurst)로 유명한 ‘Curry 36’이라는 소시지집이 있다. 관광객들까지 몰려오는 소시지집이다. 그 집에 가면 줄을 서지 않을 때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거리부스에서 케밥을 파는 집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리만 날리는 집이었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집은 손님이 없어서 빙글빙글 돌아가도록 만든 꼬챙이에 끼워진 케밥고기 덩어리가 시커멓게 되어가는 것이었다. 근데 이전 역전이다. 그 케밥집 앞의 줄이 ‘카레36’ 집 앞의 그것 보다 훨씬 더 길다. 야채케밥(베지케밥)을 팔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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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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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36옆 베지 케밥집)


이런 것에 현혹되었던지 2013년 총선유세시 녹색당은 일주일에 한번은 야채를 먹는 날로 정("Veggie Day")하여 의무화하자고 내놓았다. 암튼 이렇게 보도되었다.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고 등을 돌렸다. ‘즈그들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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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지데이하자는 퀴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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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이 고기를 금하려고 한다는 Bild지의 왜곡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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