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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Achim Brunnengräber, Lutz Metz
출처: Prokla(계급투쟁의 문제점들), 2014.9
[번역]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한 방사성 유산 - 핵폐기물의 정치경제학1
서론
칼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독일연방공화국의 순환경제법(Kreislaufwirtschaftsgesetz)을 작성한 사람들조차 핵폐기물이 어떤 유의 찌꺼기인지에 대한 개념(Vorstellung)이 없었다. 핵폐기물은 리젤펠트(Rieselfeld – [하수를 지정된 들판에 분사하여 물리.생물학적으로 정화하는 독일의 전통적 하수처리 방법 - 역자])에서나 또는 퇴비화를 통해서 거름이 되는 배설물(Exkremente)과 같은 게 아니다. 그리고 핵폐기물의 성분과 동위원소는 아무리 해도 다 재활용할 수 없다. “핵연료의 순환”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모든 걱정을 해소하는] 지속가능한 핵폐기물 처분장(Entsorgung)을 마련한 국가 또한 없다. 70년이 넘도록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원자폭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구용 원자로에서, 그리고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어왔다. 그러나 안전한 하치장, 즉 아무런 위험이 없는 핵폐기물의 “최종저장소”(Endlager)는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우선 핵폐기물 자체의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폐기물이 항상 “폐기물”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핵산업의 찌꺼기는 일반 폐기물이 아니다. 핵[반응]의 찌꺼기 일부는 재활폐품(Wertstoff – [가치가 있는 소재 - 역자])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성분 또는 동위원소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축과정에 핵분열이 가능한 U-235의 함유율을 0.7%에서 3-4%로 올려 경수로원전 연료를 생산할 때 [부산물로] 생기는 감손우라늄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원전에서 핵연료로 사용된 후의 사용후핵연료는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다. 특히 재처리과정을 통해서 재활가능한 동위원소를 추출할 경우 그렇다. 이런 U-235와 플루토늄은 핵무기재료로 재활용 될 수 있다. 그리고 감손우라늄을 재료로 하여 포탄, 탄환외 다른 병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 Recycling, 즉 재활용이란 말은 통상적인 언어사용에서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즉 민-군 복합체적인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바로 이 의미에 글머리에서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 핵폐기물은 아무리 해도 릴젤펠트에서나 혹은 퇴비화를 통해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거름이 되거나 혹은 흙으로 되돌아가는 “생산의 배설물”(“Exkrement der Produktion” - 칼 마르크스)로 표기될 수 없다. 그리고 달리 처분할 방법이 없다. 소각할 수도 없고, 높은 굴뚝을 세워 대기로 방출할 수도 없고, 쓰레기하치장에 저장할 수도 없고, 파괴해서 없애 버릴 수도 없다. 이 해결 불가능한 과제를 두고 때때로 공상[과학]적인 방법들조차 제안되었다. 이런 것들이었다. 로켓에 실어 태양이나 우주로 발사하자, 화산 분화구를 통해서 지구 깊숙한 곳으로 운반하자 등. 다 불가능한 방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방법의 모색을 포기할 수 없다. 핵폐기물은 가능한 방법이라면 다 동원하여 그것을 생산한 인류(Menschen)로 부터 분리하고 안전하게 저장해야만 한다. 방사성 물질과의 접촉은, 우라늄채굴에서 시작해서 우라늄 추출과 농축, 핵연료가공, 원전투입, 재처리공장으로/에서의 운송,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폐기물의 중간 혹은 최종저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접촉이라도 위험을 동반한다.
모든 단계는 현저하게 높은 안전요구를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사회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 이때 카스토어컨테이너를 이용한 [재처리핵연로]운송에서 볼 수 있었듯이 막대한 사회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지금까지 현저한 비용이 발생했고, 이 비용의 대부분은 사회일반(Allgemeinheit)이 부담해야만 했다. 핵산업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이 발생하는 국가들 역시 책임과 이에 따르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짊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임회피에 왜 아직 세계 어느 곳에도 “핵 최종저장소”(“nukleares Endlager”)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의 다른 해답이 있다. 이 논문은 어떤 정치-경제학적인 연유가 “최종저장소 [찾기/만들기] 프로젝트”에 역행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추적해 보려고 한다. 핵폐기물 정치의 장에서 정부와 경제 행위자들로 구성된 지형의 변화를 스케치함으로써 독일에서 “최종저장소찾기”에 유리한 기회, 즉 window of opportunity가 열리게 되었는지 가려보는게 이 글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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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없는 폐기물원자력 에너지 문제의 차원은 특히 몹쓸-가치창출사슬(Un-Wertschoepfungskette) 전반을 착시할 때 분명해 진다. 각 단계에서 현저한 양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원전 가동에서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전단계와 후단계에서도 발생한다. 이 문제는 거의 주제화되지 않는다. 특히 원전업체가 회피하는 주제다. 핵폐기물 대부분은 우라늄 광산에서 발생한다. 이 폐기물은 수출되지 않고 우라늄 채굴 국가에 남아있게 된다 (Schöberger 2013: 9). [우라늄 채굴국가와 원전가동 국가들 간의] 괴리가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두고 프랑스가 그러듯이 “깨끗한 국산 에너지원”이라고 표기하는데 한몫한다. 그러나 광미, 오니(汚泥), 방사능으로 오염된 먼지, 수자원, 그리고 기구 또한 “처분”(entsorgt)되어야 한다. 이건 어떻게 다루어도 반드시 문제가 뒤따른다. 그리고 심각하게 추진되지도 않았다. 특히 원자력사용 초창기에 폐광시 폐기물을 청산하지 않고 폐광했다. 거대한 잔류물하치장들이 나미비아에 (Roessing Mine) 있다. 독일에도 있다 (Wismut).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에도 청산조치를 취하지 않고 폐광한 소규모 우라늄광산이 수없이 많다 (Kreusch et al. 2006: 137).
우라늄 추출과정에서 거대한 폐석더미와 지하수를 위협하는 폐수가 발생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 예컨대 브라질 소도시 Caetité 인근에 있는 세르따웅(Sertão) 우라늄 광산지역처럼 – 이젠 식수를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지하수가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농업은 점진적으로 마비되었고, 광산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주민들은 사회수당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권과 한통속인 국영원자력산업부문은(der staatliche und „verfilzte Atomsektor“)1 우라늄 채굴을 현저하게 확장할 계획이다. 우라늄 매장량이 크고, 게다가 국토 30%는 아직 전혀 탐색되지 않은 상태다. 10대 우라늄 채굴국가를 2010 - 2012년 우라늄 생산량 순위에 따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카자흐스탄(약 2만 1000 톤), 캐나다 (9000 톤), 호주 (7000 톤), 니제르(4600 톤), 러시아 (2800 톤), 우스베키스탄(2400 톤), 미국(1600 톤), 중국(1500 톤), 말라위(1100톤)2.
소위 “핵연료순환”의 다음 생산단계, 즉 옐로우케이크(Yellow Cake) Produktion) 생산, 농축, 그리고 연료봉생산 등의 단계에서도 역시 핵폐기물이 발생한다. 원전 가동뿐만 아니라 사용후연료봉을 재처리하여 재활용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으로 분리할 때에도 역시 발생한다.
생산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단지 서로 다른 형태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조건하에서도 모두 안전하게 “최종저장”되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핵폐기물은 현세대가 미래세대에 줄줄이 물려주어 그들로 하여금 한없이 시름하게 만드는 “핵연료순환”의 방사성(strahlend/[빛나는]) 유산에 대한 총칭이다.
[중략]
2. 일간 Berliner Zeitung 2014.2.14에 게재된 Wolfgang Kunath의 기고문 “브라질의 빛나는[방사성] 미래” 참조
3. 연방통계청 참조 http://de.statista.com/statistik/daten/studie/13486/umfrage/produktionvon-
uran-nach-laendern-weltweit/(2014.6.23 접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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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다층적인] 역설과 양극화 (Paradoxien und Polarisierungen)원자력사용 시대는 전반적으로 추가적인 핵폐기물 생산과 해결되지 않은 그 저장(Einlagerung) 간의 모순으로 각인되어 있다. 비용의 외부화 [사회화]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바가텔화 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무시되었다. 핵폐기물 저장소로 지정된 고어레벤(Gorleben)에 관한 논쟁, 나아가 독일 아쎄(Asse)와 미국 Waste Isolation Pilot Plant (WIPP)에 하치된 핵유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의 저장이 난제(wicked problem)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Brunnengräber et al. 2012). 지금까지의 경험을 두고 볼 때 방사성 물질이 자연 환경으로 유출되는 걸 저지하는 목적으로 투입된 기술적인 차단책(柵) 뿐만 아니라 지질학적인 차단책(柵) 역시 가능최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게다가 정치적인 프로세스가 [난제를 해결해 주기 보다는 오히려] 난제의 일부가 된다.
지난 수 십년의 모든 정치적 시도가 보여주었듯이 최종저장소찾기는 세계 어디서나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최종저장서 거버넌스 관련 Mez et al. 2014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진행중인 과정이 역사적으로 생성된 대립지형에서 이미 내용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독일의 경우 특히 에너지전환이라는 큰틀(Referenzrahmen) 책정에 따른 핵기술 사용의 쇠퇴(Radkau/Hahn 2013)와 이른바 원전하차 결정 이후 핵정치는 “청산의 시대”(“Zeitalter des Aufräumens”)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겠다.
독일에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2002년 원자력법(Atomgesetz) 개정으로 시작된 적.녹 연정의 원전하차 정책의 연장선에서 2005년 7월 1일 이후 금지되었다. E.ON, RWE, Vattenfall, EnBW 등 독일의 원전업체들은 1980년대 이후 계약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프랑스와 영국으로 이송했다. 사용후핵연료는 라하그와 셀러필드의 재처리공장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여 이른바 MOX 연료로 가공되었다. 잔여 핵폐기물과 아직 가공되지 않은 사용후핵연료는 카스토어 컨테이너를 사용하여 독일로 재이송되고 고어레벤에 “중간저장”(zwischengelagert) 되었다. 근데 아직 이송을 기다리는 카스토어 컨테이너 26개의 저장을 놓고 정치적 논쟁이 불거졌다. 특히 카스토어 컨테이너의 고어레벤으로의 이송이 금지된 이후 불거진 논쟁이다.
양적으로는 핵폐기물 대부분이 저.중준위 방사성 핵폐기물이다. 이 일부가 폐쇄된 암염광 아쎄에 저장되었다. 이건 연방정부가 1960년대 중반 “방사선 잔여물질의 시범적 저장” (“Versuchslagerung
von radioaktiven Rückständen”)을 목적으로 하여 Wintershall AG로부터 60만 마르크에 구입한 폐광이다. 1967년부터 1978년 사이 거의 12만 6천 배럴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1500 배럴의 중준위 방사선 폐기물을 저장하거나 갖다버렸다(abkippen). 이미 아쎄 구입 당시 광산 내부로 지하수가 스며든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 벽의 금은 1956년에 발견되었고 1960년 이후 분당 2 리터가 스며들었다 – 시멘트 등으로 지하수 침투를 차단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하수 침투가 점점 더 증가한다는 게 밝혀졌다. 그 결과 지하수의 방사능 오염뿐만 아니라 폐광의 붕괴조차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이 초기에는 약 20억 유로로 추산되었다가 40억유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쎄에 저장된 핵폐기물을 전부 꺼내어 다른 곳에 저장하는 걸 고려하게 된 이후에는 비용이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모어스레벤(Morsleben)에도서 관찰할 수 있다. 이곳은 구동독이 저.중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한 곳이다. 오직 콘라드 광산(Schacht Konrad)만이 이런 류의 핵폐기물 저장에 가능한 광산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광산 역시 현저한 기술적인 문제를 안고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간저장은 그저 이삼십년만 필요할 거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젠 현저하게 더 긴 기간동안 중간저장해야 한다는 게 분명해졌다. 원전을 유치한 기초단체들은 원전하차결정 전에는 영업세와 일자리 등의 혜택때문에 원전에 찬성했지만 이젠 동요하고 있다. 이들은 중간저장소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고질화되어(schleichend) 장기저장소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 독일은 외국으로 이송하지 않고 독일에 저장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있다. 이와 관련 독일은 현재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왜냐하면, 다른 EU 가입국과 마찬가지로, 2015년 8월 23일까지 EU 지침(Direktive)을 이행하여 핵폐기물의 안전한 저장을 위한 국가 프로그램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1
후쿠시마의 대형사고(Super-GAU)후 독일에서는 원전 가동을 중지한 다음 또한 핵폐기물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는 각 정당을 망라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2013년 중반 최종저장소찾기법(Endlagersuchgesetz)이 발효되었고, 1년후 동법 3조에 따라서 “고준위 방사성 잔여물질 저장을 위한 위원회”(“Kommission zur Lagerung hoch radioaktiver Abfallstoffe”)가 구성되었다. 이로 인해서 “최종저장소찾기”(“Endlagersuche”)에서 새로운 정치경제학적인 역동성이 야기됐다. 왜냐하면, “최종저장소찾기”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구현하고 각 핵폐기물을 어떻께 처리할 것인지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1. EU 가이드라인 2011/70/Eurat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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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적 선(善)물, 공적 악(堊)물 (Privat goods, public bads)원전업체들의 관심은 물론 가능한 최대의 이윤을 남기는데 있다. 반면, 원전폐쇄와 폐기물처분 비용은 가능한 피하려고 한다. 원전업체들은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또는 스페인 등에서 비용부담 책임을 놓고 자국 정부와 다투고 있다. 비용조달이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예컨대 독일처럼 전력업체들이 원전 해체(Rückbau)와 핵폐기물처분을 위해서 조성한 유보금이 충분하기 않아서 그들에게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전을 가동하는 전력업체들에게도 환경정책의 원인자부담원칙인 이른바 오염자부담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이 적용된다. 상법적으로 규정된 유보금조성은 상법에 기반한다. 유보금은 전력업체가 전기요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징수한, 조세면세혜택을 받은 이익으로 조성된다. 이처럼 원전업체에 유리한 제도하에 전력업체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원전업체가 보기에는 원자력법에 실체법적으로 규정된 원인자부담원칙이 핵폐기물처리예비금에 그대로 적용된다. 나아가 원전업체들은 원인자부담원칙뿐만 아니라 세대 간 정의의 요구가 완벽하게 충족되었다고 주장한다.1 “최종저장소찾기” 필요한 비용은 폐기물원인자가 지불해야 한다는 데에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체 어떤 [유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는 논쟁이 대상이 되고 있다. 유보금은 원전해체와 핵폐기물 저장을 위해서 조성되었다. 하지만 누가 최종저장소찾기과정, 연구, 그리고 모든 요구를 다 반영해야 하는 까다로운(anspruchsvoll) 민주적인 절차를 조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적합한 장소 물색과 최종저장소건설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최종저장소가동 이후에도 핵폐기물 이송 및 저장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비용의 높이는 현저하게 “최종저장소”를 밀봉할 것인가 아니면 핵폐기물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개방적인 운영 및 모니터링은 틀림없이 밀봉보다 더 높은 추가비용을 야기할 것이다. 밀봉한다 할지라도 방사성 유출에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아니 1000년 후에도 반응하는 통제체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예상비용을 산출하고, 그 누가 보험을 들어 줄 수 있을까? 이미 원전가동에서 운영업체들은 연방정부의 공동출자보다 연방정부의 공동위험부담이 관심거리였다. 왜냐햐면 미래세대들의 경제적 부담 외에 원전운영시의 핵유출사고, 해체, 이송, 그리고 저장이 경영학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리스크를 안고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전력업체에게는 최종저장소찾기가 최우선 주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원전을 가능최대한 기간동안 가동하는 하는 건 [추가]이윤을, “최종저장소찾기”는 추가적인, 궁극적으로 계산이 안되는 비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원전업체들이 핵폐기물처분 충당비용으로 조성된 유보금이 회계상으로 집계되어 있다. 현재 총 약 360억 유로다. 이 금액은 원전폐지와 해체, 나아가 방사성 폐기물 저장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다. 최종저장소 재물색에 필요한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원전운영업체들은 대안 장소물색와 관련, 고어레벤이 2013년 제정된 “장소선정법”(Standordauswahlgesetz/StandAG)의 요구사항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는 견해다. 이들과 한통속인 독일원자력포럼(Atomforum)은 고어레벤 암염층에 이미 16억 유로가 투자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과거에 최종저장소 물색과 건설 비용을 [각 업체의] 핵폐기물 생산 비율에 따라 이미 부담”2했기 때문에 추가비용 부담을 거부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또다른 문제가 있다. 원전운영업체의 파산 혹은 지불능력 상실의 경우 원전 폐지와 핵폐기물 “최종저장”을 위한 유보금이 어쩌면 날라가 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학계측에서 폐기물원인자에 의한 핵폐기물 처분 과정의 재융자를 보장하기 위해서 유보금을 공적펀드로 이전하는 걸 권장하고, 반핵/반원전운동 진영은 이걸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아무런 문제없이 가능한 일인가? E.ON, RWE, Vattenfall, 그리고 EnBW 등의 전력업체의 유보금은 현찰이 아니라 투자 혹은 발전소 지분처럼 실물자산 형태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혹은 더이상 캐쉬화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연방정부가 유보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안 그래도 에너지전환정책으로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 전력업체들이 아마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2014년 중반 원전을 가동하는 전력업체 E.ON, RWE, 그리고 EnBW가 공공 재단을 설립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원자력 산업의 “Bad Bank”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취재에 따르면 “전력콘체른의 비밀계획”이 정부의 묵인하에 마련되었다는 것. “하지만 시민이 알아서는 안되는 것”이 있었고 “원자로 해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그 준비가 열약하다”는 것.3 원전업체들이 이런 상황에서 탈출구를 모색한 것이다. 그들의 유보금을 설립될 재단에 이전하고, 앞으로 이 재단으로 하여금 수십억 유로가 필요한 원전의 해체와 방사성 폐기물의 저장을 전담하게 한다는 것이 그 구상이다. 반면(반대급부로) 전력업체들은 원전하차를 이유로 하여 대연방정부 150억 유로 손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바텐팔(Vattenfall)은 다른 전략을 취했다. 바텐팔 유럽(주)와 (유한회사) 바텐팔 GmbH를 합병을 골자로 하는 2012년에 진행된 구조조정후 스웨덴 콘체른 본사는 더이상 모든 책임을 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이익의 사유화후 비용부담은 [사회]일반으로 돌려진다. 사적 선(善)물(private goods)이 사라진 뒤를 – 흔히 그러듯이 – 공적 악물(public bads)이 따른다. 시장경제의 원인자부담원칙과 전혀 무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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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익의 사유화후 비용부담은 [사회]일반으로 돌려진다. 사적 선(善)물(private goods)이 사라진 뒤를 – 흔히 그러듯이 – 공적 악물(public bads)이 따른다. 시장경제의 원인자부담원칙과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을 그저 책임을 회피하려는 파렴치한 행동(unanständig)으로만 볼 수는 없다. 최소한 논쟁을 자극하고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안이다. 원전운영업체의 유보금을 사회일반을 위해서 확보하는 길이 있다면 그걸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자로 해체와 “최종저장” 비용이 상승할 경우 누가 추가자금을 조달해야 하는지의 문제 역시 최정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핵폐기물은 100년 뒤에도 아니 1000년 뒤에도 존재하지만 오늘날 화석시대의 원전운영업체는 분명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그들을 면책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추가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보증금액을 놓고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유보금을 점검하고 핵폐기물 처분에 필요한 비용의 산출을 겸한 완벽하고 투명한 유보금 제시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체없이 착수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에 정부와 연방방사능보호청 등 정부 산하기구, 그리고 전력업체의 책임이 있다. 발생하는 비용을 필요에 따라 업체로부터 인출하고 유보금은 업체가 관리한다는1 현재의 규정은 최종저장소찾기의 요구사항에 절대 적합하지 않다.“최종저장”의 기간과 이때 발생하는 “영원한 비용”(“Ewigkeitskosten”)은 또한 미래의 지속적인 과정을 제도적인 틀로 만들어야 해야 함을 분명하게 해준다. 전력업체 등 특정 기구들이 핵폐기물 생산에 각별한 책임이 있지만 이들은 몇년 후 아니면 몇십년 후면 어쩌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유한회사형식의) 원전운영업체의 파산뿐만 아니라 바텐팔(Vattenfall)처럼 법적지위의 변화, 전력업체의 합병, 주식매매 등 자본회사의 지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오염]원인자(polluters)의 정체와 업체 및 원자력산업에서 얻은 이익의 소유자는 틀림없이 바뀔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 재단 혹은 다른 법적 형태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 혹은 사회일반이 핵폐기물 생산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질 수 없기 때문이다.
4.결론: 새로운 최종저장소-거버넌스
아주 쉽게 보인다. 국가[정부]가 채찍을 날리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최소한 난제(wicked problems)의 금전적 면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말도 맞다.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형식의 정부의 행정이 핵폐기물문제를 지난 수십년간 해결할 수 없었다는 것. 일찌기 시민사회의 행위자들을 망라하는 참여가 요구되었다. 당시 시민사회참여의 부족이 누누이 주제화되었다 (Hocke et al. 2006; Mez 2006). 장소선정법(StandAG)의 제정과정 역시 광범위한 민주적인 참여의 요구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 그 제정과정은 “최종저장 장소선정 협회”(“Arbeitskreis Auswahlverfahren Endlagerstandorte”(AkEnd))가 이미 2002년에 작성한 원칙에서 후퇴했다. 동 협회는 최종저장소물색에서 중요한 건 “[사태]를 협력하여 개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권고했다. “전문가, 이익대변인, 국회의원, 정부인사 및 행정원들이 시민과 협력하여 분쟁을 해소하고 미래적인 구상 혹은 구체적인 계획을 개발”하고 “이런 새로운 과제엔 새로운 방법이 부합하다”는 것이었다2. 그러나 연방환경부-포럼뿐만 아니라 장소선정법 역시 AKEnd의 이런 참여[민주적인] 접근을 따르지 않았다. 이 문제를 달리 제기하면 이렇다. “최종저장소문제”가 중재자로서의 그리고 통치심급(Regelinstanz)으로서의 국가를 필요로 하는가? 아니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참여[민주적인] 물색과정을 자극하는 [기존국가와] 다른 국가인가? 이 두갈래의 질문은 그저 수사학적인 게 아니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는 (vielmehr) 국가라는 심급과 전력업체 간의 정치경제학적인 이익중첩이 “최종저장소물색과정”이 전세계에서 이처럼 질질 끌듯이 진행되고 난제가 된 데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원자력복합체”(“Atomkomplex”)는 독일에서 뿐만 아니라(Radkau/Hahn 2013) 원전을 가동하는 모든 국가에서 물색과정의 장애물이지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동력이 아니다. [독일 연방하원의] 조사위원회 “성장, 복지, 삶의 품질”은 이런 규모의 정치 프로젝트는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주위를 환기했다. “송전 혹은 철로망, 고속도로, 풍력발전파크 또는 핵폐기물최종저장소 등의 신축 혹은 확장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프로젝트에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건 사후에(결정후에) 시민에게 알리고 시민을 불충분하게 참여하게 할 경우 국가의 정책이 좌초된다는 점이다.” (Enquete-Kommission 2013:475f). 확실한 건 선정절차를 참여[민주적으로] 만드는 것(Gestaltung)이 최소한 국가와 경제계의 이익관계를 변경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최종저장소물색”에 특히 시민사회와 능동적인 시민에 의한 정치적 압력을 구축하는 걸 우회할 수 없다. 구체적이고 실천에 유용한 절차규정 및 정치적 소통문화를 위한 전제는 아직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최종저장소물색”이 성공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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