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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최장집) / 『실질적 민주주의』(최형익) / 『한국민주주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최장집)


촛불집회의 의의와 한계를 묻는다 (대학신문, 2008년 09월 20일 (토) 20:43:29 서종갑 기자)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최장집 지음┃생각의 나무┃160쪽┃6천8백원
  
‘촛불집회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인가?’ 촛불집회가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민주화 운동시절과 구별되는 ‘자발적 결사체’인 촛불의 정치참여가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민주주의 이론의 권위자가 입을 열었다.
 
지난 16일(화) 최장집 명예교수(고려대ㆍ정경학부)가 쓴 『한국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가 발간됐다. 최 교수는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격을 ‘보수적 민주화’로 규정한 바 있다. 보수적 민주화는 그간의 저서에서 최 교수가 한국 민주화를 ‘위로부터의 혁명’ 또는 ‘운동에 의한 민주화’로 언급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이다. 이번 책은 ‘보수적 민주화’된 한국사회의 시민의식과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촛불집회 등 현재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던 현상들은 시민의식이 ‘민중적 민주주의관’에서 ‘시민적 민주주의관’으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형성된 민중적 민주주의관이란 국민이 국가를 자신과 대립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직접적 투쟁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권리를 얻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미국 독립선언서나 프랑스 인권선언문에 나타난 시민적 민주주의관은 국민이 사회구성원 전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권익을 보장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가치관이다. 최 교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수많은 시위들이 민중적 민주주의관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파하며, “한국에는 시민 대신 민중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민의 허울을 쓴 민중’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촛불집회가 한국 민주주의에서 갖는 의미와 함께 한계를 지적하고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최 교수는 촛불집회를 “민주주의가 실패해 생긴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강한 정당과 강한 대통령이 만나 압도적인 힘으로 국회와 사법부를 허약하게 만들어 정상적인 삼권분립의 관계를 무너뜨렸다”며 민주주의 제도에서 힘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국민이 반발할 결정들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이어 최 교수는 촛불집회를 정당 등 민주주의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구원투수’였다고 표현하면서도 촛불집회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형식으로는 현실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시민적 민주주의관을 언급하며 “시민과 정당의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대의제 이외의 방법으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조율할 수도,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도 없다”며 대의제를 통한 간접민주주의가 한국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미국 정치학자 샤츠쉬나이더의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을 빌려 “이 말은 그 어느 나라 민주주의에서보다 현재 한국정치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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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촛불시위, 긍정적이지만 한계" (울산=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2008-11-05 20:32)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5일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성과 힘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운동에 의한 민주주의'로서 촛불은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날 울산대학교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시민포럼 '대안과 실천'이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정책 내용과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권위주의적 요소에 대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했다는 점에서 촛불시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촛불시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에 한정돼 그 본질인 한미FTA나 신자유주의적 성장정책으로 이슈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며 "촛불이 남긴 결과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에 의한 반대는 단일한 목표를 성취하는 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이후 성취할 목표들을 세밀하게 따지고 조율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민주주의에서 '운동의 경험'은 곧 '승리의 경험'이었지만 이는 모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늘 운동에 의존하게 하는 패턴이 되기도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정당을 만들고 약한 정당을 강화해 '반대'가 아닌 '통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예의 '정당 민주주의론'을 재차 강조한 최 교수는 "운동의 모든 힘들은 선거와 정당, 리더십 등 민주주의가 부여하는 제도로 전환돼야 하며 일상적인 시민 정치활동의 형태도 운동이 아닌 정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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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IMF에서 촛불까지 (한겨레, 류이근 기자, 2009-03-20 오후 05:49:25)
〈실질적 민주주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민주주의인가?” ‘한국 민주주의 이론과 정치변동’이란 부제가 붙은 <실질적 민주주의>는 이 두 가지 물음을 품어왔던 이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법하다. 글쓴이 최형익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이 물음들을 둘러싼 논쟁의 시발점으로 이 책이 자리매김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시민사회론과 민주적 시장경제론 등 민주 개혁을 표방하는 두 민주주의 이론이 이룩한 일정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이후 한국 사회에서 비민주적 혹은 반민주적 결과가 초래된 민주화의 역설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글쓴이는 “한국 정당정치론의 재구성 및 절차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천착한 한국 정치학계의 거두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 교수에 대해 비판적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론과 민주적 시장경제론 등 기존 한국 민주주의 이론들에도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경제학과 한-미 에프티에이, 공화국민주주의의 위기,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와 촛불의 정치적 의미를 다룬 장들은 국가와 시장, 민주주의와 경제의 접합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위기의 시대에 ‘기로에 선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놓고 함의하는 바가 크다. 책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진보적·민중적 해석을 가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주의라는 일견 상반된 목표를 결합시켜 보겠다”는 글쓴이의 욕심이 담겨 있다. 최형익 지음/ 한신대학교출판부·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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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인문강좌 4-최장집] “갈등은 민주주의의 뿌리 어디에나, 늘 있는 것” (내일, 김성배 기자, 2009-07-24 오후 12:06:45)
한국민주주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
최장집/ 돌베개/ 1만3000원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장면. 이를 본 국민들은 국회 내에서의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민주주의의 한 과정을 볼 것인가, 아니면 자질없는 국회로 볼 것인가. 이 문제는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좋은 본보기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돌베개에서 펴낸 석학 인문강좌 네 번째 최장집편에서 저자는 여섯 가지 주제를 제시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갈등 문제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갈등과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왜 갈등인가’에서 갈등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에 답하는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관점이나 이념적 지향의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일 수 있다. 권력은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과 세력들이 갈등을 표출하고, 이에 대한 경쟁과 타협, 중재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갈등의 문제가 없으면 권력의 문제도 없고, 권력의 문제가 없으면 정치의 문제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그만큼 갈등을 이해하는 문제는 정치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갈등에 관한 또 하나의 역사적 사례가 있다. 로마 공화정 수립과 이를 통해 확립된 제도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로마 공화정 사례에서 보듯, 혼합 정체는 행정 수반인 콘술(Consul) 2인과 함께 귀족원, 호민관으로 불리는 세 중심 기구가 각각 왕, 귀족, 평민이라는 사회를 위계적으로 구성하는 세력들을 대표하면서 이들 제도의 의존해 정치를 관장하는 체제다.
 
한국 사회에서 공화정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한국 헌법의 구조 또한 이러한 공화정의 균형 정체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헌법의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면서 공화주의와의 연계를 천명한다.
 
그렇다면 공화정의 원리와 사회세력간 갈등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아테네 민주주의와 같이 순수한 인민 스스로의 통치체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로마의 정치체제가 민중적 요소를 아우르는 귀족정으로 변화되고, 나아가 공화정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민의 대의기구라 할 호민관제도의 창설이었다. 기원전 510년경 민중의 대표기구인 호민관제도가 어떻게 창설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이 제도가 공화정으로 발전한 이유는 다름아닌 갈등이었다. 귀족과 평민과의 갈등이 로마 정치를 움직이는 핵심적 동학이었고, 귀족들의 자의적 행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기능이 제도화된 것이다.
 
정리해보면 한국 민주주의는 갈등을 토대로 쌓여간다. 하지만 갈등도 사회를 온전하게 발전시키지는 못한다. 저자는 이를 ‘나눌 수 있는 갈등’과 ‘나눌 수 없는 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갈등은 도처에 존재하며 항구적이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의 표출과 제도화를 통한 갈등 해소에 있다. 민주주의는 사회균열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을 억압하기보다는 이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표출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갈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의 국가-시민사회 관계의 변화, 신자유주의와 경제문제, 운동론적 관점에서만 보는 민주주의, 오늘에서 바라보는 광주항쟁의 의미, 17대 대선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 등 나머지 요건들이 있다. 최장집 교수는 현 한국 민주주의를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요건을 모두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 교수가 2008년 1월과 2월 사이 네 차례에 걸쳐 했던 강의 내용에 이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이 책은 그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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