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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인민주권>(샤츠슈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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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론…‘절반의 인민주권’ 번역 출간 (경향, 김재중기자, 2008-11-09 17:17:55)
 
현대 민주주의론에 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절반의 인민주권(The Semisovereign People)>이 번역 출간됐다. 첫 출간 후 48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대학의 정당론 강의 시간에 흔히 인용되는 책이다. 저자인 E E 샤츠슈나이더(1892~1971)는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그의 이름을 딴 학술상도 있다.
 
1942년 출간된 <정당정부>의 첫 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정당이며,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단언했던 샤츠슈나이더는 이 책에서도 민주주의에서 대중이 권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당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상층계급, 다시 말해 기업이든 시장이든 갈등의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은 갈등을 사적 영역으로 국한시키려 한다. 자신들이 강자인 영역에서 원하는 대로 ‘조용히’ 처리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약자들은 당연히 갈등의 범위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되기를 원한다. 세력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달·확대하는 핵심 기구가 바로 정당이다. 정당이 갈등의 대안을 조직하지 못하고 공직자 선출을 위한 도구에 머무를 때 시민은 절반의 주권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저자는 "갈등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당은 다수의 동원에 적합한 특수한 형태의 정치조직으로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좋은 정치, 좋은 정당이 기능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인민주권은 억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민주주의 정치체제라도 정당 정치가 사회 갈등을 폭넓게 조직하고, 또 이를 통합하지 못한다면 그때의 인민주권은 사실상 절반밖에 실현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는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식의 당연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원한다”며 수십만의 군중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나 지금도 계속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듯 갈등의 현장에서 괴리된 채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정당 체제를 감안하면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 없는 울림이 담겨 있다. 43년 8월 뉴욕 할렘가에서 발생한 흑인 병사와 백인 경찰관 사이의 싸움이 폭동으로 확대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복잡한 이론과 추상적인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보통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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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동력은 갈등? (대학신문, 2008년 11월 15일 (토) 21:05:07 강진규 기자)
절반의 인민주권
E.E.샤츠슈나이더 지음┃현재호, 박수영 옮김┃후마니타스┃244쪽┃1만5천원

  
싸움은 군중을 쉽게 끌어들인다. 할렘가의 싸움, 파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론 의회의 논쟁, 선거운동, 청문회 등은 모두 싸움이 갖는 자극적인 속성을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정치에서의 ‘갈등’은 보편적인 언어로 여겨질 정도다. 정당론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피터 마이어가 ‘현대 정당론의 중심 이론을 대표하는 책’으로 꼽은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이 지난 3일(월) 출간됐다.
 
저자는 사회의 갈등을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평가한다. 현대사회가 비록 수많은 인구로 구성된 거대한 국민국가라고 할지라도 갈등을 통해 폭넓은 사회 구성원들이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츠슈나이더는 이런 측면을 고려해 “‘갈등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층계급이 갈등을 국지화해 강자 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상황에서 인민이 주권을 갖고 갈등을 공적영역으로 이끌어낼 때 절반이 아닌 완전한 인민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츠슈나이더가 갈등을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주체로 제안하는 것이 바로 정당이다. 샤츠슈나이더는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정당은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위계화해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조직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갈등이 공적영역에서 논의될 때 갈등의 사회화가 이뤄진다.
 
책을 공역한 현재호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샤츠슈나이더의 관심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실현가능한 ‘현실적 민주주의’의 정의를 찾는 데 있었다”며 “인민의 동의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바로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정당 한나라당의 10월 지지율은 30%에 불과하다. 새 정부 출범 직후 45.9%가 넘는 ‘인민’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15% 가량 하락한 것은 ‘인민’이 동의할 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샤츠슈나이더가 제안한 ‘인민의 동의에 기반한 정당정치’를 위해 한국의 정당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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